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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투 좀 해줄래?

웃기니까 인정!

by 알쏭달쏭

요새 남편과 카페에서 글을 쓰고, 일을 하는 게 일상이 되었다.


"자기야 내가 하는 일이 프리랜서다 보니 참 시간이 여유롭고 좋다. 언제 어디서든지 일할 수 있잖아."


"여보, 보통 프리랜서라고 하는 건 돈을 벌 때 칭하는 말이고, 돈을 안 벌면 '취미'라고 하는 거야"


"푸하하하. 맞네. 웃기다. 착각하고 있었다. 난 내가 프리랜서인 줄!"


우리는 서로 디스하고 놀리는 게 취미인 부부이다. 어디선가 [개드립 상]이라는 걸 준다면 분명 수상할 수 있을 것이다. 부부에게 가장 중요한 걸 꼽으라면 아마도 '유머코드'가 아닐까 싶다. 상대방의 개그를 이해할 수 있고 받아 줄 수 있어야 결혼해서도 우스갯소리나 핑핑하면서 살 수 있는 것 같다.


요새 둘이서 로맨틱코미디 드라마를 보며 대화를 많이 한다. 나는 로맨틱코미디를 좋아하고, 남편은 전혀 보지 않았던 사람이었다. 우리는 해왔던 일은 서로 달라도 비슷한 꿈을 꾸고 있는데, 그건 바로 '코미디작가'이다. 나는 부끄럽지만 로맨틱코미디 극본을 16부작까지 완성하였다. 아쉽게도 아직 재미는 없다. 앞으로도 많은 퇴고가 필요한 상황이다.

세상에서 제일 재미있어보이지만 생각보다 어려운 희극을 쓰고싶다는 생각을 갖고있다. 성공한 드라마 대사는 어떻게 쓰여졌으며, 인물의 성격, 상황, 대사를 주의 깊게 보면서 그런 상황이 어떻게 연출되었는 지를 면밀히 보고 노트하고 있다.


나는 거의 모든 질문을 '가정법'으로 하는 습관이 있다. '여보 만약에~'로 시작되면 남편은 본인이 가진 정보를 총 동원해서 '절대 아무도 안할법한 신박한 대답'을 한다. 나도 사실 그런 질문이 진짜 궁금해서라기보다 남편의 기발한 대답을 듣고 웃으려고 하는 것 같다. 드라마를 보면서도 계속 남편에게 질문을 했다.


"여보 만약에 저렇게 예쁜 여자가 자기 좋다고 하면 좋을 것 같아?"


"당근 빠따루."


질문이 끝나기도 전에 1초도 안 돼서 남편이 대답을 했다. 적어도 1초 정도는 도의적으로 망설일 수도 있는 건데 말이다. 어떻게 대답을 해도 웃겠지만 남편의 대답은 늘 상상 이상이다.


"자기는 만약에 내가 남자랑 단둘이 위스키 마시면 질투할 거야?"


"왜 나 안 불러? 그 사람이 사는 거야? "


"응 만약에 그 사람이 사는 거라고 하고."


"무슨 위스키인데?. 왜 나 안 불러?"


"달모어."


"몇 년 산?"


"아 근데 여보는 질투는 안 하고 뭐 먹었는지만 궁금해?"


"응."


여기서 핵심은 '와이프가 남자랑 단둘이 술'이라는 건데 먹는 거에만 집착을 보이는 남편에게 어이가 없었다. 질투라는 감정이 1도 없는 거냐고!!





첫째를 낳고 남편이 자꾸 나보고 헬스장을 다니며 운동하라고 한 적이 있었다.


"잠을 못 자서 헬스장에 갈 기운이 없어."


"그래도 나중엔 운동할 시간도 없어. 시간이 좀이라도 있을 때 운동을 해야지."


"헬스장 가서 막 바람날 수도 있다고 하던데, 자기는 내가 헬스장 가면 걱정도 안 돼?"


"응. 여보는 못 믿는데, 다른 남자들은 믿을 수 있어."


"앜. 진짜 짜증 나!! 보통 아내는 믿고, 다른 남자를 못 믿어야 하는 거 아니냐고!!!! "


발상의 전환 멋졌다. 웃겼으니까 인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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