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짜증내면 엄마처럼 얼굴이 안 좋아져.

노래하는 티커와 짜증 난 제리의 시트콤 같은 이야기

by 알쏭달쏭

요즘 둘째 티커는 언니를 따라 케이팝데몬헌터스에 푹 빠져 있다. 특히 '골든'을 제법 그럴듯하게 따라 부르는데, 영어 가사를 귀에 들리는 대로 부르는 모습이 사뭇 진지해 보이기까지 한다. 어린이집에서 영어를 배워 온 건지 "애애 애플"만 해도 우리에겐 큰 웃음이다. 티커가 거울을 보며 "코끼리 이름은 엘리펀트야."라고 말할 때면, 세상에 이보다 더 귀여운 생명체가 있을까 싶은 근원적 기쁨까지 샘솟는다. 그리고 우리의 반응을 확인한 티커의 어깨에 힘이 들어가는 모습을 보면, 참 하찮고도 사랑스러운 존재란 생각이 든다.


그날도 첫째 제리를 하원해서 차에 태우자마자 티커는 또 '골든'을 열창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제리는 귀가 괴로웠는지 짜증을 낸다.


"티커 시끄러워. 노래 부르지 마!"


티커는 들은 척도 하지 않았다. 제리가 점점 짜증이 쌓였는지 더 크게 외쳤다.


"티커 시끄러워. 엄마!"


운전대를 잡은 나는, 순간 올라오는 짜증을 꾹 눌렀다. 운전한 지 3년이 되었지만 여전히 긴장이 되고, 나는 긴장하면 감정조절이 더 어려워진다. 그래서 최대한 숨을 고르고, 차분한 엄마를 연기했다.


"제리야, 티커도 노래 부르고 싶을 수 있어. 만약 좀 시끄러우면 '티커야 조금만 조용히 불러줄래?'라고 말해보자."


내 말을 들은 제리가 화를 꾹 누른 채 짜증이 가득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티커야 좀 조용히 불러줄래?"


그 말을 듣고 티커도 억울했는지 나에게 바로 고자질을 시작했다.


"엄마, 언니가 나 노래 부르고 싶은데, 노래 못 부르게 해."


왜 이 작은 차 안에서 두 아이의 감정 중재자가 된 것인지 잠깐 정신이 아득해졌다. 나를 통하지 않고 서로 대화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티커야 언니가 졸려서 불편한가 봐. 조금만 작게 불러줄래?"


그제야 티커는 조금 작게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그러고는 언니를 쳐다보며 한마디 했다.


"언니 그렇게 짜증 많이 내면, 얼굴이 안 좋아져. 이렇게 엄마 얼굴처럼 안 좋아지면 좋겠어?"


그 말을 듣는 순간, 차 안이 터져나갈 정도로 웃음이 튀어나왔다.


"맞아. 제리야, 엄마처럼 얼굴 안 좋아지고 싶어?"


옆에서 듣고 있던 남편도 웃고, 아까까지 짜증 내던 제리도 결국 같이 웃고 말았다.


아이들을 키우다 보면, 짜증은 금방 타오르고 웃음은 또 금방 찾아온다. 그 사이를 매일 오가며 나는 조금씩 자라고, 아이들도 서로를 이해하는 법을 배워간다.


이렇게 온 가족이 웃으며 하루를 끝낼 수 있다면, 오늘도 참 잘 산 날이다.

keyword
화, 목 연재
이전 12화영어로 노래 부르는 가수가 될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