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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가슴이 아파요

아이들이 알고 있었다

by 알쏭달쏭

어린이집에서 둘째 티커를 하원하러 갔다. 선생님보고 티커가 국이 맛있다고 했다고 한다. 그래서 선생님이 "엄마한테 집에서도 끓여달라고 해봐."라고 하셨다고 한다. 그랬더니 티커가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엄마가 아파서 국 못 끓여줘요. "


그 말을 들은 나는 그저 웃으며 넘겼다. 하원하는 길에 티커에게 물었다.

"티커야 엄마가 어디가 아픈 거 같아?"


그렇게 물었더니 티커는 내 가슴을 만졌다.

"엄마가 가슴이 아픈 거 같아?"


놀라서 물었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만 3살밖에 안돼서 모를 거라고 생각했는데 뭔가 정확하진 않아도 알고 있다는 게 느껴졌다.

첫째 제리에게도 물어봤더니 똑같이 가슴이라고 대답했다. 그래도 희망적인 건 제리가 엄마의 변화를 감지했다


"엄마 벌써 다 나은 것 같은데?"


우울증, 공황장애 약을 먹은 지 4일째 되니 안절부절못한 마음이 감소하고 차분해진 기분이 들었다. 약을 먹기 시작하고부터 아이들에게 화도 내지 않았다.


원래는 사람들과 만났을 때 정적을 못 참고 끊임없이 말을 해야 마음이 편했다. 이젠 정적에도 가만히 있을 수 있고, 여유가 살짝 생겼다. 그렇다 하더라도 아직 애들 등원은 버거워서 '오늘만 등원시키지 말까?'라는 유혹에 빠지기도 한다. 그렇지만 늦더라도 등원은 시켰다.


병이 나을 수 있다는 희망이 생겼다. 원래의 상태로 정상화되면 마냥 행복하진 않더라도 불행하진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들에게 내가 아픈 걸 정확히 이야기하진 않았다. 화를 많이 낸 건 건강이 안 좋아서 그런 거지 너희의 잘못이 아니라고 했다. 키우기 힘들다는 말은 '뻥이지롱'이라며 거짓말이었다고 말했다. 아이들이 긴장의 마음을 놓았으면 했다. 나의 상태가 이래서 그런 것뿐이지 너희 잘못은 절대 아니라는 걸 알아줬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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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 목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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