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측가능한 화를 내기
나는 화를 내지 않는 엄마가 되고 싶었다. 매일 아침 다짐했다.
'오늘은 절대 소리 지르지 않을 거야.'
그러나 도저히 불가능했다. 아침만 되면 내 마음은 급해졌다.
결국 나는 노선을 변경했다. '화 안내기'도전을 포기하고, 대신 '예측가능한 화'를 내는 전략을 세우기로 했다.화를 참지 못한다면, 최소한 그 화가 어떤 규칙으로 발생하는지 알려주는게 나을것 같아서였다. 나의 분노 스위치는 오직 하나, 시간이다. 8시 30분에 첫째 제리를 데리고 현관을 나서야만, 비로소 평온한 엄마로 돌아올 수 있었다.
나는 제리를 붙잡고 솔직하게 선전포고를 했다.
" 제리야 잘 들어. 엄마는 아침에 유독 예민해져. 엄마가 하는 말을 바로바로 들어줘야 해. 안 그러면 시간이 늦어서 엄마가 화내는 괴물로 변신해."
솔직한 고백에 제리는 고개를 끄덕였지만, 이내 더 무서운 팩트 폭격으로 되돌려줬다.
"엄마는 화를 많이 내서 싫어."
이제는 엄마가 화를 내는 걸 아이도 하나의 일상 루틴으로 받아들인 모양이었다. 결국 제리는 "아빠가 더 좋다!"며 선언했고, 요새는 아빠 방에서 잠을 청한다. 나의 자리가 위태로워졌다.
둘째 티커는 또 어떤가. 잠시 아빠에게 갔다가도 결국은 나에게 달려오지만, 둘째 역시 엄마의 '분노 게이지'를 기가 막히게 인지하고 있었다. 티커는 창의적인 표현으로 나의 화를 캐릭터화시켰다.
"언니는 짜증핑이고 엄마는 화나핑이야"
귀여운 표현에 나는 웃음을 참으며 물었다.
"그럼 티커 너는 뭐야?"
티커는 자신이 입은 옷을 내려다보며 해맑게 대답했다.
"핑크색 옷 입었으니까 하츄핑."
아, 그렇네! 티니핑 논리 앞에서는 어떤 반박도 불가능했다. 아이들의 눈에 비친 나는 분명했다. 시간에 쫓기고, 스트레스에 절어있는 '화나핑'의 모습 그대로였다.
"엄마는 힘들고, 아빠는 안 힘들어. 엄마는 '빨리빨리 정리해!'라고 말해."
아이들의 언어로 듣는 육아 현실은 너무나도 정확했다. 오늘 밤에는 '화나핑'대신 '하츄핑'처럼 조금 더 여유롭고 사랑스러운 엄마가 되기를 간절히 소망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