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얕은 속셈이 통하지 않았다
요즘 '케이팝 데몬 헌터스'가 한창 유행이다. 나는 유행을 접하는 속도가 느린 편이지만, 아이들은 정말 빠르다. 아이들 없었으면 나는 지금도 케이팝 뭐시기 사냥꾼들? 하고 있었을 거다.
유치원에서 'Golden'을 배워 온 첫째 제리는 집에 오자마자 노래를 부르며 춤을 추기 시작했다. 그리고 기대 가득한 눈으로 나를 보며 선언했다.
"엄마, 나는 영어로 노래 부르는 가수가 될 거야."
그 당당함이 너무나 귀여워서 나도 덩달아 진지하게 말했다.
"너 돌잡이 할 때도 마이크 잡았잖아. 그러니까 너는 가수가 될 운명이야."
"돌잡이가 뭐야?"
"돌잔치 때 뭐 되고 싶은지 골라 잡는 거 있잖아. 너는 그때 마이크 잡았어."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된 제리는 그 자리에서 바로 춤을 더욱 신나게 춰버렸다.
"아 진짜?"
"그럼! 그리고 가수들은 키도 크고, 몸매도 좋아야 하니까 단백질을 잘 먹어야 돼. 고기랑 장어 같은 거 잘 먹어야 돼."
그 순간, 무심코 드러난 엄마의 검은 속셈이었다. 고기 좀 먹여보려는 전략을 티 나지 않게 은근슬쩍 들이밀었다.
"알았어. 많이 먹을게!"
그때 옆에서 듣고 있던 둘째 티커가 조용히 끼어들었다.
"나는 다친 곳 치료해 주는 의사가 될 거야."
티커는 다친 곳에 밴드를 붙여주기 전문이다. 다친 곳 없는데도 자꾸 다친 곳 있냐고 물어본다.
"좋아. 그러면 너도 밥을 잘 먹어서 엄마처럼 키가 커야 의사가 될 수 있어."
자연스러웠다. 전혀 티 나지 않게 '밥 잘 먹기'까지 주입했다. 아이들이 눈치 못 챘겠지?
"근데 엄마는 키가 큰데 왜 의사가 안 됐어?"
"... 어? 그러게?"
오늘도 내 전략은 귀여운 호기심으로 이렇게 허무하게 무너졌다.
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