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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는 쓰레기쟁이야."

만 3세 티커의 '생활 습관 훈육' 대작전

by 알쏭달쏭

둘째 티커가 만 3살이 지나면서 우리는 생활습관 훈육에 본격 돌입했다. 육아가 원래 그렇듯, 단순히 먹이고 재우는 것을 넘어, 사회 구성원으로서의 기본을 가르쳐야 할 때가 온 것이다.


우리가 가르치는 규칙은 제법 많다.


신발을 벗으면 정리를 한다

밥은 앉아서 먹고 다 먹으면 일어난다

자기 전에는 아무것도 먹지 않는다

초콜릿과자는 정해진 개수만큼 먹는다

쓰레기는 쓰레기통에 버린다

어른을 보면 인사한다


혹시 아이가 부담스러워할까 염려했지만, 티커는 놀라울 정도로 곧잘 해냈다. 아이들은 스펀지 같다. 그 작고 영리한 머리가 세상의 질서를 배워나가는 모습은 경이로웠다.


그리고 배운 것이 많아지니 말도 아주 그럴싸한 논리로 지어내기 시작했다. 어휘력이 폭발적으로 늘면서, 어른들의 문법을 자신만의 방식으로 재해석해냈다.

그러던 어느 날, 티커가 사탕을 다 먹고 난 포장지를 들고 쓰레기통 앞에 섰다. 쓰레기를 버리고 돌아선 아이가,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나를 올려다보며 이렇게 말했다.


"엄마는 쓰레기쟁이야."


그 말을 듣고 순간 욕인 줄 알았다. 어디서 이상한 말을 배워왔나 싶어 깜짝 놀라 되물었다.


"엄마가 왜?"


그러자 티커는 해맑게 웃으며 자신만의 완벽한 논리를 펼쳤다.


"엄마는 쓰레기 잘 버리잖아. 그러니까 쓰레기 쟁이지."


그 말을 듣고 나는 참았던 웃음이 터져 나왔다.


아 이런 단순한 연결고리로 내가 '쓰레기쟁이'가 되는구나. 나는 할 말을 잃었다. '쓰레기 처리'라는 기능을 가장 잘 수행하는 사람이 바로 나였으므로 '쓰레기쟁이'가 되는 것이 당연하다는 논리였다.


아, 알다가도 모르겠는, 우리 둘째 딸의 논리적인 생각이었다. 그저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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