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4 혼란스러운 마음
요즘 나는 제법 잘 살고 있었다. 애 아빠와의 면접교섭은 한 달이나 한 달 반에 한 번꼴로 진행되고 있었고, 그 속에서도 나름대로 무덤덤해져 있었다. 먹던 우울증 약도 끊었고, 친정 부모님과 아이와 함께하는 삶도 어느 정도 안정이 되어갔다. 취미와 관련된 소모임에 나가고, 헬스장에서 간단한 운동도 하면서, ‘이 삶도 나쁘지 않다’는 생각이 들곤 했다.
그렇게 지내다 보니 어느덧 조정기일도 지나갔다. 나와 그 사람 모두 참석하지 않았고, 변호사만이 대리로 다녀왔다. 법원에서는 우리가 합의한 대로 화해권고 결정문을 보내왔다. 문서를 펼쳐보면서도, 시원섭섭한 감정 하나 없이 넘겼다. 나는 그저 바빴다. 육아에, 일상에, 내 문제는 항상 한켠으로 미뤄진 채였다. ‘이거면 됐지’ 싶었다.
그런데 오늘, 한 마디 말이 나를 무너뜨렸다. 누군가가 애 아빠의 SNS 프로필에 여자와 함께 찍힌 사진이 올라왔었다고 전해준 것이다. 내가 확인했을 때는 이미 사진은 내려간 뒤였고, 그 이야기 또한 확실하지 않았다. 사실이라 해도 이제는 나와 상관없는 일이다. 그렇게 넘기려 했다.
“어휴, 애는 보지도 않으면서 여자나 만나러 다니고…” 나는 그렇게 대답했지만, 그 후 내 머릿속은 멈추지 않았다.
그가 다른 여자를 만날 거라는 건 알고 있었다. 이혼을 결심할 때 이미 각오했던 일이었다. 그가 어디선가 새로운 여자를 만났다는 이야기를 건너 들었을 때도 그러려니 했다. 그런데 막상, 그의 프로필 속 누군가를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내 마음은 요동쳤다.
나는 여전히 그를 나의 일부, 나의 소유처럼 느끼고 있었던 걸까? 아니면 출산 후 달라진 내 몸과 줄어든 자유, 줄어든 자신감 탓에 비교와 상실을 느낀 걸까? 잊고 있던 그의 장점들이 갑자기 떠올랐고, 우연히 가게 된 데이트 장소에서 ‘그땐 좋았지’ 싶은 생각이 밀려들었다.
결국 나는 아이를 재우고 들었던 쪽잠 속에서, 이혼을 땅을 치며 후회하는 꿈을 꾸었다.
지금은 또 다시 헷갈린다. 나는 그를 사랑해서 결혼했고, 죽을 것 같아 끝냈다. 그 모든 게 다 사실이다. 아이로 인해 연결되어 있는 이상, 그는 여전히 아이의 아빠이지만, 동시에 이제는 내 인생에서 ‘남’이라는 것도 인정해야 한다.
그런데 또, 소모임에서 만난 또래 이성들을 보며 ‘참 괜찮은 사람이다’ 생각한 적도 있다. 그리고 곧바로 올라오는 양심의 가책. 감히 내가 누군가에게 관심을 가져도 되는 걸까. 우리 사회는 여전히, 그런 것에 너그럽지 않다. 그리고 솔직히, 입장을 바꿔 생각해 보면 나조차 그랬을지도 모른다.
오늘 새벽은 유난히도 무거웠다. 잠결에도 꿈결에도 흔들렸고, 다시 그 흔들림 속에서 정신을 붙잡고 있다. 나는 어떻게 살아가게 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