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로마 제국의 콘스탄티노플에서 오스만 제국의 이스탄불로
보스포루스 해협에 달처럼 떠있는 땅 이스탄불
보스포루스 해협을 끼고 달처럼 떠 있는 튀르키예 땅 이스탄불
보스포루스 해협을 끼고 달처럼 떠 있는 이스탄불은 아시아와 유럽 사이를 잇는 특별한 위치에 있는 튀르키예의 보석과 같은 땅이다. 이 도시를 찾는 대부분의 여행객들은 하늘 높이 솟은 모스크의 첨탑을 바라보며 튀르키예 여행을 시작한다. 튀르키예 여행은 이렇듯 다소 생경한 이슬람 풍경과 함께 시작되는데, 이스탄불은 그 출발점이다. 과거 동로마 제국의 수도였던 콘스탄티노플에서 오스만 제국의 정복 이후 이스탄불로 이름이 변경되었다. 오늘날까지 이스탄불은 튀르키예의 주요 중심지로 알려져 있으며, 자연의 아름다움은 물론 역사적인 유적들로 가득한 도시이다. 여행자들은 이 도시의 아름다움과 가득한 유적만큼이나 다양한 이유와 목적을 가지고 이곳을 찾고 있다.
사람들은 여러 가지 이유로 여행을 떠난다. 때론 아무런 이유 없이 그냥 떠나는 여행도 있긴 하지만 대개 여행에는 목적이 있기 마련이다. 사전적 의미를 살펴봐도 여행은 ‘일이나 유람을 목적으로’라는 유의미한 목적을 포함하고 있는 일이다. 결국 일 아니면 유람을 목적으로 또는 일과 유람을 겸하여 다른 고장이나 외국에 가서 여기저기 다니며 그 고장의 풍토나 문물을 구경하고 사람들이 살아가는 모습도 보고 그 지역의 특색 있는 문화를 경험하는 일을 여행이라 할 수 있다.
또한, 혹자에게 여행은 자아를 확인하는 일로도 여겨진다. 인간은 자신의 정체성을 알기 위해 끊임없이 '나는 누구인가?'와 '여기는 어디인가?'라는 질문을 던지고 살아가는 동물이기 때문이다. 특히, 존재감이 흔들릴 땐 더욱 그러하다. 그런 의미에서 여행은 종종 새로운 환경에서의 경험을 통해 자아를 발견하고 확립하는데 도움이 되기도 한다. 새로운 문화와 마주하면서 자연스럽게 자신의 가치관이나 선호도를 확인하게 되고, 이를 통해 더 나은 이해와 인지를 얻을 수 있으니 일상에서 벗어나 새로운 도전에 부딪치는 경험을 마다할 이유는 더더욱 없는 일이다.
자신의 정체성을 찾는 대부분 사람들에게 이러한 여정은 종종 진화론과 창조론과 같은 철학적인 질문들과 연결되어, 인간의 기원과 목적에 대한 고찰을 유발할 수 있다. 진화가 되었든 창조가 되었든 자신이 어디서부터 왔는지를 알기 위한 인간의 노력은 매우 오랜 기간 동안 이어져 왔다. 그럼에도 인간은 두 이론 사이에서 어느 쪽으로도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따라서 보잘것없는 필자의 능력으론 도저히 결론 낼 수 없는 창조론과 진화론은 그대로 접어두고 새롭고 낯선 환경, 익숙한 것들과는 사뭇 달라진 것들, 새로운 문화를 접하며 다양한 사람들이 살아가는 모습에 집중하고자 한다. 단순한 경험뿐만 아니라 깊은 사유와 인지의 확장을 위하여 가능한 크고 넓게, 때론 조금 좁고 작게 보며 필자의 튀르키예 여행은 그렇게, 보스포루스 해협에 달처럼 떠있는 땅 이스탄불에서 시작된다.
필자가 태어나서 지금까지 살고 있는 대한민국의 땅은 아시아 대륙 동쪽 끝에 붙어있는 작은 땅, 한반도이다. ‘나를 중심으로 보면’ 그렇다. 그런데, 우주를 중심으로 보면 그저 점으로 찍어야 할 지구의 한 귀퉁이인 한반도에 자리 잡은 나라 대한민국이다. 지리적으로 반도半島는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이고 한 면은 육지에 이어진 땅, 대륙에서 바다 쪽으로 좁다랗게 돌출되어 붙어있는 땅을 이른다. 이런 반도에 위치한 나라를 반도 국가라 한다.
한반도의 대한민국, 이베리아반도의 스페인과 포르투갈, 발칸반도에 있는 그리스, 소아시아 반도(아나톨리아반도)에 나라를 세운 튀르키예, 인도차이나반도에 붙어있는 베트남, 캄보디아, 미얀마, 태국과 말레이시아, 이탈리아반도의 이탈리아, 스칸디나비아반도의 스웨덴, 덴마크, 노르웨이 그리고 아라비아반도의 예멘과 카타르, 오만이 대표적인 반도 국가이다.
이들 반도 국가의 특징은 정체성이 매우 확고하다는 것이다. 정체성이 너무 확고해서 빚어지는 내전과 국가 해체는 유고슬라비아* 예를 보면 잘 알 수 있다. 그리고 이베리아반도의 스페인처럼 국가보다는 지역을 우선시하며 분리주의적인 경향을 보이기도 한다. 필자는 스페인을 여행하면서 동부 카탈루냐 지방에서 아라곤 왕국의 후예로 스페인인이 아닌 카탈루냐인으로 살아가는, 정체성이 매우 확고한 그러한 경향을 직접 목격한 바가 있다. 그런데, 같은 형태의 반도 국가인 필자가 살고 있는 대한민국은 어쩌면 나 개인보다 민족과 국가라는 집단을 중요시하는 경향이 있어 보인다. 새마을운동이 성공한 바탕에는 이러한 집단의식이 강한 반도적인 경향이 한몫했을 것이란 것이 필자의 지론이기도 하다.
*[필자주] 1945년 나치의 지배로부터 해방된 후 35년간 안정적으로 통치되던 유고슬라비아는 1980년 5월 요시프 브로즈 티토 사망 이후 각 공화국에서 차례로 대통령을 뽑는 집단지도체체를 도입하나 1989년 공산주의 정권들의 연쇄적인 붕괴와 분리 독립운동의 막이 오르며 급기야 내전으로 번지고 결국 슬로베니아 등 8개로 쪼개져 분리된 사건이다.
아시아 서쪽 끝에 접해 있으며 유럽 대륙과 이어지는 튀르키예 역시 오스만 제국의 영광을 간직한 땅으로, 얼마 전까지 만해도 터키로 불렸던 나라 튀르키예는 지정학적으로나 역사적으로나 여행자의 호기심을 강하게 자극하는 나라임에 틀림없는 땅이다.
흑해, 지중해, 에게해, 마르마라해와 접해 있는 땅, 과거 지중해 해상권과 그 주변의 땅들을 장악하며 오스만 제국의 영향력을 키웠으며, 실크로드의 최종 종착지로서 동서양 문명의 관문이자 중심지였던 이스탄불은 비잔티움, 동로마, 오스만 제국이 이어지며 번영했던 곳으로 다양하고 특별한 역사적인 유적과 문화유산을 보유하고 있어 많은 이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고 있는 땅이다. 특히, 필자에겐 반드시 한 번쯤 돌아보고 싶은 그런 나라였다.
지중해 地中海 Mediterranean Sea, 말 그대로 땅 가운데 바다 지중해는 과거 6,500만 년 전까지 만해도 동쪽으로 길게 뻗어 있던 바다였다. 그러나 아프리카 대륙이 북상하며 아라비아반도가 튀르키예와 이어지고 지금의 흑해와 연결된 거대한 만(灣, bay 바다가 육지 쪽으로 특징적으로 들어와 있는 형태, 육지가 바다로 뻗어 나간 형태인 곶(串)과 반대되는 개념)이 형성되었고 이후 서쪽의 이베리아 반도와 아프리카 대륙이 충돌하며 지브롤터에 좁은 해협이 자연발생적으로 생겨나 땅으로 둘러싸인 바다 지중해를 이룬 것이다.
지중해는 이탈리아반도의 끝 시칠리아와 아프리카 튀니지의 곶을 연결하는 해저산맥을 경계로 서쪽은 테레니아해, 동쪽은 이오니아 해로 구분한다. 기온이 높은 이오니아 해에서는 해마다 약 1.5m의 해수가 증발됨으로 헤라클레스의 기둥이라 불리는 지브롤터의 좁고 깊은 해협을 통하여 대서양의 바닷물이 빠르게 밀려들어오는 바다 지중해, 달과 태양에 의한 조석의 영향을 거의 받지 않는, 바다라 하기엔 너무 작은 호수와도 같은 지중해 동쪽에 보스포루스 해협 Bosphorus Strait을 끼고 달처럼 떠 있는 이스탄불은 튀르키예를 방문하는 여행자들에게 사랑받고 있는 도시임에 틀림없다. 세계 각지에서 몰려온 다양한 피부의 사람들, 그들이 쓰는 다양한 언어들이 뒤섞인 그랜드바자르를 가득 메운 사람들로 만 봐도 그렇다. 역사적인 유적들을 구경하고, 아야소피아 입장을 위하여 길게 늘어선 줄에 꾸역꾸역 몰려드는 사람들의 얼굴엔 피곤한 기색보다는 오히려 즐거움이 가득하다. 독특한 문화와 케밥 등 이곳에서 만 맛 맛볼 수 있는 미식을 경험하고 터키쉬 커피를 마시며 빠져드는 튀르키예 여행은 도시를 둘러싸고 있는 지중해와 보스포루스 해협의 독특한 지리적 환경으로 이미 많은 이들의 관심을 끌고 있고 앞으로도 이러한 상황은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 같다는 느낌이 이스탄불을 방문하고 받은 필자의 강한 첫 번째 인상이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