튀르크 카베시 Türk kahvesi와 돈두르마 dondurması
유네스코 무형문화유산 튀르크 카베시 Türk kahvesi와 돈두르마 dondurması
튀르크 카베시 Türk kahvesi
마을 길을 따라 좀 더 내려가니 몇 개의 상점들이 올망졸망 줄지어 이어진다. 부모의 손을 잡고 온 삼 남매가 돈두르마 상인의 빠른 재간에 까르르 웃으며 아이스크림을 받으려 하지만 줄 듯 말 듯 상인의 장난이 이어진다. 주변으로 모여든 관광객들도 구경하는 재미도 꽤 쏠쏠한 지 돈두르마 상인의 장난을 보느라 가던 길을 멈춘다. 그렇게 돈두르마 상인의 장난을 보고 있는데, 일행 중 한 사람이 부른다. 튀르키예 커피라며 한 벗 맛보란다. 우리는 모래 위에 황동으로 만든 작은 용기를 돌리며 커피를 끓이는 상점으로 옮겨간다.
튀르크 카베시 Türk kahvesi는 커피콩을 볶고 가루처럼 잘게 간 후에 제즈베(Cezve)라는 커피 주전자를 달궈진 모래 위에 슬슬 돌려가며 직접 끓여 내는 커피인데, 기호에 맞게 설탕을 타서 마시는 커피이다. 전통적인 제즈베는 황동이나 구리로 만들어졌는데, 때로는 금이나 은, 최근에는 스테인리스 스틸, 알루미늄, 세라믹으로도 만들어 사용한다고 한다. 먹는 것은 눈으로 봐야 소용이 없는 일이고 직접 먹어봐야 맛을 알 일이기에 여기 사람들이 마시는 방식으로 세 잔을 주문한다. 맛은 유럽에서 마시는 에스프레소와 비슷한데, 드립퍼에 내리는 방식이 아닌 달궈진 모래 위에서 은근히 끓이는 방식으로 맛 또한 유럽식 커피와 조금 다르다. 진한 커피 향과 설탕을 넣어 함께 끓여서 인지 달큰한 맛이 느껴진다. 커피를 다 마시고 보니 잔 바닥에 커피가루가 남아있다. 강남 스타일 오빠처럼 원 샷으로 마시면 커피가루가 약간은 곤란한 문제일 듯하다. 천천히 녹차 마시듯 마셔야 할 것 같다.
이스탄불에서 술탄 아흐메트 모스크, 일명 블루모스크에 입장하기 전 안내판에서 봤던 설명이 생각난다.
Coffee
The history of coffee is quite interesting. An Arab shepherd named Khalid from Ethiopia noticed that his goats had more energy after eating a special berry. Khalid boiled these berries - and the result was coffee! From Ethiopia coffee spread to Yemen. Here it was used for religious purposes; the Sufis would drink coffee to stay awake all Inight and pray on special occasions. Coltes arrived In Turkey and Makkah in the late 15th century, Haly in 1645, and England in 1650. The Arabic name gahwa became kahve" in Turkish, then "caffé" in Italian.
커피
커피의 역사는 꽤 흥미롭다. 에티오피아에서 온 칼리드라는 아랍의 양치기는 그의 염소들이 특별한 베리를 먹은 후에 더 많은 에너지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칼리드는 이 베리들을 끓였다. 그 결과는 커피였다! 에티오피아에서 예멘으로 퍼져 나갔다. 여기서 그것은 종교적인 목적으로 사용되었는데, 수피족은 밤새 깨어 있기 위해 커피를 마시곤 했다. 콜테스는 15세기 후반 터키와 마카에 도착했고, 할리는 1645년, 영국은 1650년에 도착했다. 아랍어 명칭인 가화는 터키어로 카하브가 되었고, 그다음에는 이탈리아어로 카페가 되었다.
이 설명에 따르면, 15세기 오스만을 오가던 상인 콜테스 등 상인들에 의하여 오스만에 소개된 것으로 알려져 있는 Türk kahvesi는 17세기 중 후반에 영국과 프랑스에 전해지고 영국 최초의 커피 하우스는 17세기 중반 오스만 유대인에 의해 문을 열었다고 한다. 한편, 튀르키예의 전통적인 커피 문화는 16세기 이스탄불 커피하우스에서 판매를 시작하며 비롯되었다 하는데, 전통적인 튀르키예의 커피 추출 방법은 인류가 갖고 있는 가장 오래된 커피 제조법이다.
“영혼이 찾는 것은 커피도 커피하우스도 아닌 돈독한 우정이다. 커피는 구실에 불과하다”라는 튀르키예 속담이 있다. 필자는 개인적으로 커피를 무척이나 좋아하는 편이고 친구들과 점심 식사 후에도 주로 커피를 마시러 인근의 카페나 커피 전문점엘 자주 가는 편이다. 그렇다고 커피 맛을 가리는 입맛은 아니고 어떤 커피이든, 블랙커피면 대부분 잘 마시고 즐기는 편이다. 예전엔 주로 술이 매개가 되었다면, 나이가 들어가며 친구들과 함께 담소를 나누기엔 커피만 한 음료가 없다는 것을 최근에 알게 된 케이스라 할 수 있다.
튀르키예 사람들은 환대와 우정의 상징으로 커피를 마신다고 한다. 튀르키예 커피문화에서 상당히 중요한 기능이라 할 수 있는데, 특별한 손님을 맞을 때에는 보다 정교한 특별한 커피잔을 사용하여 귀빈을 맞는 품격을 갖추며 존경의 뜻을 표한다고 한다. 이런 의미로 볼 때 튀르키예 커피, 튀르크 카베시 Türk kahvesi는 인간관계에서 친밀감을 높이고 돈독한 인간관계를 위한 사회적 도구인 셈이라 할 수 있다.
튀르키예에서 누군가 커피를 함께 마시기 위하여 친구들을 초대한다는 것은 내밀한 대화나 일상적인 담소를 나누자는 뜻이다. 우리도 별반 다르지 않을 것이다. 필자는 우리나라 커피문화가 꽤 빠르게 정착되어 가고 있다고 보는 사람 중 한 사람이다. 우리나라 연간 1인당 커피 소비량은 2008년 1.8㎏에서 2022년 2.91kg으로 증가하였으며 2022년 통계 기준으로 미국의 경우 4.2㎏, 일본은 3.5㎏, 가장 커피를 많이 소비하는 핀란드는 12㎏을 소비한다는 통계( https://www.worldatlas.com/articles/top-10-coffee-consuming-nations.html )를 보면 과히 틀리지 않은 견해인 셈이다.
필자는 최근에 사촌 누님의 팔순연에 초대되어 갔었는데, 잔치가 모두 끝나고 가족들 간 둘러앉아 커피를 마신 적 있다. 물론 커피를 좋아하는 필자는 당연히 참석하였고 성장한 조카들과 손주들이 함께 모여 커피를 마시는 것이 일상이 된 것처럼 튀르키예 사람들은 꽤 오래전부터 약혼식이나 명절날 또는 사교 모임 등과 같은 날에 튀르크 카베시가 있었다고 한다. 경제 위기 상황에서도 커피콩 대신 병아리콩(chickpea)이나 야생 피스타치오, 대추야자 씨앗과 같은 것으로 대치하여 커피문화를 이어왔다는 이야기도 들었다. 이러한 사실은 튀르크 카베시가 튀르키예 사회문화와 관습에 상당한 영향을 주었고 뿌리 깊게 자리 잡고 있음을 증명하는 예라 할 수 있다.
튀르키예를 여행하면서 이렇게 저렇게 주워들은 이야기와 알려진 정보를 종합해 보면 튀르크 카베시는 사회적인 문화 정체성뿐만 아니라 문학과 예술에도 상당한 영향을 끼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시와 노래에는 튀르크 카베시와 관련된 정서와 감정이 묘사되어 있고 신비주의자들의 시(詩)나 회화에서도 심심치 않게 등장한다. 이는 튀르크 카베시가 튀르키예 문화의 정체성과 지속성을 보존하는 역할을 상당부분 하고 있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기도 하다. 위와 같은 여러 가지 이유에서인지 유네스코는 튀르크 카베시를 2013년 유네스코 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한다.
돈두르마 dondurması
튀르크 카베시를 마시고 다시 돈두르마 상인 앞으로 간다. 돈두르마는 튀르키예 아이스크림인데, 여행 오기 전 큰 손주가 돈두르마 장난질을 동영상으로 찍어 달라던 말이 생각난다. 처음엔 큰 손주가 말하는 ‘장난질’의 의미를 알지 못하고 뭔 아이스크림을 파는데 장난질을 하나 했는데, 이곳에서 직접 보고 나니 큰 손주가 말하는 ‘장난질’의 의미를 이제야 알 것 같아 동영상을 찍어 보기로 마음먹고 다시 돈두르마 가게 앞으로 간 것이다.
그런데, 튀르키예 아이스크림을 파는 사람들은 왜 이렇게 ‘장난질’을 할까? 그냥 아무 의미 없이 말 그대로 장난을 치는 것일까? 아니면 특별한 이유라도 있는 것일까? 일종의 재주를 부리는 것 같기도 한 ‘장난질’, 좋게 표현하면 공연이라고 할 수도 있겠다 싶은 이 특유의 판매 방식은 어떻게 시작인 된 것일까? 카파도키아에서 아이스크림을 먹을 땐, 동시에 여러 사람이 한꺼번에 줄을 서서 그랬는지 장난질 모습을 볼 수 없었다. 궁금증을 해결하려면 일단 겪어보는 것이 좋을 것 같아 상인 앞으로 나서니, 곧바로 특유의 손놀림이 시작된다. 아이스크림 하나를 먹기까지 꽤 여러 번 줄 듯 말 듯 그렇게 돈두루마 상인의 손재간에 당하고 나서야 아이스크림 하나를 손에 쥔다.
돈두르마 dondurması는 일반적으로 양젖이나 염소젖, 설탕, 야생 난초의 구근을 말려 가루로 만든 살렙 등을 이용하여 아이스크림을 만들어 매스틱 나무(Pistacia lentiscus)에서 얻은 수지를 첨가하여 쫄깃쫄깃한 질감으로 만든다. 돈두르마 상인의 장난질은 그래서 가능한 것이다. 마라슈 지방에서 유래된 까닭으로 마라슈 Maraş 아이스크림으로 부르기도 하는데, 아마도 돈두르마 상인의 장난질은 매스틱 수지(Sakız gözyaşları, Mastic tears)와 깊은 관련이 있지 싶다.
반투명 수지 조각으로 건조된 매스틱을 씹으면 수지가 부드러워지며 끈기가 생기고 껌처럼 변하는데, 소나무나 삼나무와 비슷한 상쾌한 맛이 난다. 매스틱의 고대 기록을 살펴보면 소화 장애, 감기 예방 및 호흡 청정제로 사용하였으며, 로마인들은 매운 와인 conditum paradoxum에서 꿀, 후추, 계란과 함께 사용하였다고 한다. 그리고 비잔틴제국은 매스틱 무역을 황제의 독점 무역으로 철저히 제한하였고, 오스만 제국이 키오스를 통치하던 시대엔 금과 비길 만큼 귀중한 매스틱을 훔치면 술탄의 명으로 처형되었다고 한다.
이렇게 귀중한 몸인 매스틱을 첨가하여 만든 아이스크림임을 가장 잘 홍보할 수 있는 방법으로 상인들은 경쟁적으로 소위 ‘장난질’을 시작했던 것으로 보인다. 자신이 만든 아이스크림은 ‘이렇게 거꾸로, 좌우로 돌려도 절대로 떨어지지 않는 매스틱을 듬뿍 넣은 아이스크림’ 임을 홍보하는 가장 효율적인 방법이 아니었을까 싶다.
튀르키예의 대표적인 기호식품이 튀르크 카베시와 돈두르마에도 역시 오랜 역사와 문화의 흔적들이 남아있다. 돈두르마 상인의 장난질로 우리는 잠시 유쾌한 경험을 하고 잠시지만 쉬린제 마을 구경을 마치고 다음 목적지인 아르테미스 신전으로 가기 위하여 버스에 오른다.
@thebctw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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