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 요한 교회 Church of St. John

에베소(Ephesus) 고대 문명의 발자취를 찾아서

by 조영환


성 요한 교회 St. Jean Aziz Yahya Kilisesi, Church of St. John



우리는 로컬 가이드의 안내에 따라 ‘박해의 문 Gate of Persecution’으로 들어서며 에베소 고대 유적지 관람을 시작한다. 박해의 문은 성 요한의 교회로 들어가는 성곽으로 둘러싸인 요새화된 구역의 관문이다. 6세기 유스티니아누스 1세의 아내 테오도라는 성 요한 사도의 무덤이 있는 곳으로 추정되는 이곳에 교회를 세운다. 이 교회는 오스만 제국이 콘스탄티노폴리스를 정복할 때까지 세계에서 가장 큰 교회였던 아야 소피아 교회를 건축한 유스티니아누스 황제가 지은 두 번째로 큰 교회였다. 예수는 십자가에 못 박히기 전 사도 요한에게 어머니 마리아를 부탁한다. 당시 마리아와 요한이 에베소에 머물렀던 곳이 이곳에서 남쪽으로 가까운 거리에 있는 성모 마리아의 집이고 교회이다.



아치형 문 위의 성벽의 일부는 혹독한 자연재해와 무심한 세월을 견디지 못하고 많은 부분이 허물어져 있음에도 불구하고 비교적 선명하게 남아있는 대리석에 새겨진 문양이 눈에 들어온다. 관문 양쪽, 견고하게 쌓았는지 원형이 비교적 잘 남아있는 탑이 성벽으로 이어진다. 교회를 떠받치고 있던 석주와 기단석, 그리고 벽체를 이루고 차곡차곡 쌓였던 돌이 아무렇게 땅바닥에 나뒹굴어 흩어져 있다. 성벽 보수를 위해 새로 쌓은 흰색 성벽이 눈에 거슬리게 기존의 성벽 사이에 끼어 있긴 하지만 비교적 원형이 잘 보존되어 있는 성벽을 천천히 살펴보며 발걸음을 옮긴다. 꽤 광범위한 면적에 붉은 점토벽돌을 혼합하여 쌓은 전통적인 로마 건축양식으로 지어진 성 요한 교회의 윤곽이 드러나고 깨지고 갈라진 석주와 함께 흩어져 있는 파편들이 이곳이 성 요한의 교회였음을 말해 주려는 듯 유난히도 파란 하늘 아래 속절없이 그렇게 모습을 드러낸다. 그리 멀지 않은 시야에 마을과 함께 튀르키예 땅에 남아있는 가장 오래된 모스크, 이사 베이 모스크(İsa Bey Camii)가 내려다보이는 아야술룩 언덕 Ayasuluk Hill의 남쪽 나무 그늘 아래 잠시 머물며 눈을 감고 수천 년의 시간을 넘어 바람결로 느껴지는 고대 유적지를 아주 천천히 느껴 보기로 한다. 상상력을 최대한 동원하여 무너지고 흩어지기 전의 성 요한의 교회 모습을 그려본다. 상상하는 것은 자유고 돈이 드는 일이 아니니 지금 보고 있는 흩어진 조각들을 다시 일으켜 세우고 붙여 나가며 아름다운 교회의 모습을 그려 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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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물어진 교회 터 앞에 세운 안내판 기록을 잠시 살펴보니, 교회의 평면도와 교회 전체의 규모를 알 수 있는 사진을 첨부하여 “기존의 성 요한의 무덤은 나무 지붕으로 덮여 있었으나 후에 유스티니아누스 황제는 십자형 모양의 6개의 돔으로 교회를 건축한다. 1304년 에베소가 오스만 영토로 넘어갔을 때 일부 모스크로 바뀌나 1365년~1370년 심각한 지진으로 교회는 파괴된다. 이후 1921년부터 22년까지 발굴이 되었으며 일부 부분적인 복원작업이 이루어졌다.”라는 내용이 기록되어 있다.



대리석 기둥과 기동 사이 아치형으로 쌓은 붉은 점토 벽돌과 벽체 등 일부는 옛 모습이 남아있는 기존 유적의 돌 색깔과 확연히 차이 나는 것으로 보아 부분적으로 복원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대부분의 돌과 판석, 쪼개지고 갈라진 석주와 벽체를 쌓았던 돌이 파편처럼 땅바닥에 그대로 흩어져 있다. 교회였던 터를 안내에 따라 차분히 둘러보며 성 요한의 무덤 앞에 이른다. 무덤 옆 안내판에서 37년~48년까지 성모 마리아와 이곳에 머물렀다는 기록과 이후 밧모섬으로 유배되고 다시 에베소로 돌아와 복음서를 쓴 성요한의 삶에 대하여 간략하게 기록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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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성 요한 교회 터를 돌아보며 부지 끝에 이르자 언덕 위에 둥그런 성곽이 눈에 들어온다. 성체 한가운데 빨간 튀르키예 국기가 파란 하늘 아래 나부끼며 여전히 굳건한 요새와 같은 성곽을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바라보게 만든다. 성 요한 교회 가까이 있는 이 성은 아야슬룩 성(Selçuk Ayasuluk Kalesi, Ayasuluk Citadel)인데, 아야술룩 언덕 꼭대기에 둥글게 왕관처럼 지어진 비잔틴과 오스만 시기의 성으로 고고학적으로 매우 중요한 가치가 있는 성이라 한다. 사방이 잘 내려다보이는, 시야가 확보된 언덕 정상에 에베소의 정착지로 15개의 탑과 세 개의 문이 있고 성내에는 단일 돔과 미나렛, 부분적으로 손상되지 않고 남아 있는 모스크(Kale Camii)와 목욕탕과 수조 등이 남아있는 유적이다. 비교전 온전한 모습으로 남아 있는 석주들과 벽체만이 지키고 있는 성 요한의 교회 부지를 벗어나 언덕으로 오르면 이 성에 가까이 갈 수 있고 입장도 가능하나 시간이 넉넉하지 않을 것 같다. 아쉬운 마음에 성곽 입구 언덕까지 가까이 가 성을 바라보는 것으로 만족하고 돌아 나온다. 그런데, 그 성과 성 요한의 교회 부지 사이에 민가를 발견한다. 유적 사이에 지은 집이다. 마당에 붉은 토기 항아리도 뒹굴고 있다. 이런 유적지에 집을 짓고 사는 느낌은 어떤 것일까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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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성 요한의 교회 부지를 둘러보며 흩어진 돌무더기와 석주, 기단석을 살펴보며 벽체를 쌓은 축조 방식 등을 살펴본다. 과거 고대인들이 건축에 쏟아부은 열정과 종교적 측면에서의 깊이를 가늠해 보려 하지만, 쉬이 헤아릴 수 없는 것은 필자의 견문이 그만큼 부족하다는 것이다. 유적뿐만 아니라 세상의 모든 일이, 특히 여행은 아는 만큼 보인다 하지 않던가. 그렇게, 부족한 점을 만회라도 하려는 듯, 부지런히 사진도 찍어가며 마저 둘러보고 사도 요한의 무덤 위에 세워진 성 요한의 교회 유적지를 빠져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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