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이 흐르는대로 살아가기
새벽 4시. 일어난 거였으면 참 좋았을 테지만, 아쉽게도 아직 잠들지 못한 시간이었다. 잡다한 걱정과 설렘, 혼자 기대했다 혼자 실망하기를 반복하기를 몇 시간 째. 이렇게 있을 바엔 뭐라도 하자는 마음으로 덮고 있던 이불을 걷어 버림과 동시에 이어폰을 끼고 좋아하는 노래를 틀었다.
너무 크지도 너무 작지도 않게. 잔잔하게 울리는 베이스를 지나면 전자피아노의 반주가 나온다. 그 뒤로 이름 모를 악기들의 소리가 나오면 내가 좋아하는 가수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피곤해서 나른하던 몸에 생기가 도는지 가볍게 고개를 흔들며 냉장고 문을 열었다. 불이 다 꺼진 거실에 냉장고의 노란 불빛만이 거실을 가득 채웠다. 이른 아침을 먹을까 고민하다가 가볍게 냉수나 한 잔 마시기로 했다. 투명한 유리잔에 차가운 보리차를 절반만 채우고 한 모금 마시며 거실 식탁에 앉았다.
차가운 보리차가 몸 안을 한 번 훑고 지나가자 집 안이 꽤 습한 것 같았다. 누가 들어올까 꼭꼭 걸어 잠가놨던 거실 창문을 열자 그새 비라도 온 것인지 물비린내가 올라왔다.
장마철의 아침이 늘 그러하듯 오늘도 맑은 해를 보는 것은 힘들지 않을까 생각하며 가만히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원래라면 비 들이친다고 닫아버렸을 창문이지만, 오늘은 귀에서 들려오는 인디 밴드 특유의 나른한 분위기 때문일까 창문을 열어두고 비 냄새를 맡으며 회색빛 아침을 맞이하고 싶어졌다.
시계를 보니 어느새 5시 34분을 가리키고 있었다. 어차피 잠들기는 그른 것 같으니까 이른 아침을 먹기로 했다. 이런 분위기면 빵을 아침으로 먹어야 분위기에 맞지 않을까 하는 실없는 생각을 하며 간장 계란밥을 만들었다. 간장 계란밥을 한 입 먹는 순간 이른 아침을 맞이하는 사람은 나뿐만이 아닌지 아래층 알람 소리와 욕실에서 우당탕거리는 소리가 창문을 타고 들렸다.
주말인데 저 사람은 어딜 가는 걸까 하는 생각을 끝으로 숟가락을 내려놓았다. 확실히 너무 이른 아침 식사인 듯했다. 절반도 먹지 못한 간장 계란밥을 작은 통에 옮겨 담고 식탁을 가볍게 치우고 난 뒤 냉동실에서 말차 아이스크림을 꺼내왔다.
비가 이제 본격적으로 내리는지 이어폰 너머로 빗소리가 들려왔다. 이어폰의 볼륨을 아까보다 더 작게 줄이고 빗소리에 집중하면서 신중하게 아이스크림을 덜어냈다. 달달한 아이스크림이 혀 위에서 녹아 없어지자 이상한 충만함이 올라왔다.
새어 나오는 웃음을 그대로 두고 시계를 보니 7시 10분을 향해서 열심히 달리고 있었다. 바깥은 아직도 세차게 비가 내리고 있고, 내 귀에서는 아까 틀어놓은 인디 밴드 가수가 몇 번째 같은 곡을 부르고 있었다.
거실을 대충 치우고 가볍게 양치를 한 다음 아까 나간 그 상태 그대로인 이불 위로 뛰어들어갔다. 보들보들한 촉감이 기분 좋게 나를 감싸 안았다. 아무래도 나의 불면증이 잠시 자리를 비켜주려는 모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