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5월 28일
하루 종일 나는 누나를 따라갔다. 물론 물리적으로는 아니다. 그건 불가능했다. 누나는 시장에 갔다가 도청에 갔고, 다시 술자리로 갔다. 나는 그 뒤를 마음으로만 따라갔다. 메시지를 보내고, 대답을 기다리고, 누나의 차를 대신 주차하고, 충전기 선을 차에 넣으며 하루를 썼다. 어쩌면 이 하루는 ‘보내는 시간’이 아니라 ‘기다리는 시간’이었는지도 모르겠다.
아침에는 가볍게 시작됐다. 여우는 찾았고, 누나는 “기분 좋아”라고 말했다. 그 말 한마디에 나는 안도했다. 마치 이틀 전의 서운함이 완전히 사라진 듯 느껴졌으니까. 누나가 웃으면 나는 하루가 가벼워진다. 웃지 않으면 온종일 뭔가 찜찜하다. 그래서 계속 물었다. 점심은? 끝났어? 더워? 조심해 줘. 나는 누나의 하루를 쫓는 중이었다.
그리고 나는 꾸준히 표현하려 했다. "누나를 좋아하고 잘 행동해 보겠다고 말한 거였어." 그 말이 무겁게 들리지 않길 바랐다. 그게 부담이 아니라 진심이라는 걸, 시간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마음이라는 걸 누나가 알아줬으면 했다. 그래서 브라우니 쿠키를 준비했다. 선물 같은 마음이었다. 하지만 정작 그 쿠키는 내가 먹었다. 하루 유통기한이었고, 누나는 바빴다. 그건 아주 조용한 상징처럼 느껴졌다. 준비한 마음은 결국 내가 삼켜야 할 때가 있다.
오후에는 충전기 선 얘기가 나왔다. 누나가 차 안에 있던 검은색 선을 찾았다. 나는 얼른 "내가 여성분들을 좀 많이 태워서요" 같은 엉뚱한 농담을 했지만, 마음속에선 ‘그거 누나 거였구나, 잘 정리해 둬야겠다’는 생각만 돌고 있었다. 충전기 선 하나에도 주인이 있다는 걸 잊지 말자.
밤이 됐고, 누나는 술자리에 갔다. 나는 그 근처까지 데려다주려고 했지만, 누나는 이미 차장님과 함께였다. 실없는 농담도 건넸다. “방금 나랑 통화한 황 차장님?” 누나는 물음표 세 개로 반응했다. 나는 알아챘다. 장난은 타이밍을 놓치면 민폐다.
그리고 나는 누나가 탈 차를 회사에서 집까지 옮겨뒀고, 충전기랑 키도 넣어뒀다. 누나는 “?????????? 아우 왜”라고 했다. 그 반응에 나는 얼떨떨했다. 그건 고맙다는 뜻은 아니었다. 아마도 불편함이었다. 누가 부탁하지 않은 도움은 때로 침범처럼 보일 수도 있다. 나는 마음으로 돕는다고 생각했는데, 누나는 불청객처럼 느낀 걸까. 아니면, 그냥 지쳤을 수도 있겠지. 그리고 통화를 했지만 누나의 반응은 엄청 냉랭했다. 전화를 끊고 쉬고 싶다고 했다. 할 말을 다했으면 끊겠다고.
그날 밤, 나는 스스로에게 질문했다. “내가 버르장머리가 없다고 생각한 걸까? 내가 뭘 잘못했을까?” 답을 못 내리겠어서, 누나의 말이 떠올랐다. "기본적인 예의." 그게 무엇일까. 내 마음이 아무리 진심이어도, 그것이 상대에게 예의로 다가가지 못한다면, 그건 진심이 아니라 고집일 수 있다. 그래서 오늘 밤, 나는 조용히 마음을 하나 정리했다. 내가 기대하는 반응을 바라지 말자. 그보다는 예의를 지키자.
누나가 내 마음에 공감하지 않아도 괜찮다. 다만, 내가 꾸준하고, 조심스럽고, 예의 있게 다가간다면 언젠가는 닿을 수도 있으니까. 쿠키는 결국 내가 먹었고, 충전기 선은 차에 다시 들어갔다. 마음도 그렇다. 한 번은 엉뚱한 데 있었다가, 다시 제자리에 돌아온다. 돌아올 수 있다면, 늦은 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