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관에서 피자를 먹는 마음

2025년 5월 30일

by 양동생

사람을 좋아한다는 건 어쩌면 하루를 건네는 일일지도 모른다. 말 한마디, 사진 한 장, 밥은 먹었냐는 짧은 안부로 하루를 자꾸 나누는 일. 그런데 그 하루는 늘 같은 방식으로 받아들여지진 않는다. 어떤 날은 따뜻하고 어떤 날은 피로하다. 그날은 딱 그런 날이었다.


아침 일찍부터 나는 그녀의 스케줄을 살폈다. 대선 후보 일정은 없는지, 오늘 저녁엔 외출 계획이 있는지, 어디에 머무는지. 정보를 얻고 싶은 게 아니었다. 그냥 알고 싶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그 자리에 나도 있고 싶었다. 그녀는 “불친절해”라는 한 마디를 남겼다. 나는 얼떨떨했다. 그 말이 장난이었는지, 혹은 정말 어떤 말이 불편하게 느껴졌던 건지 알 수 없었다. 하지만 나는 늘 그런 식이다. 말의 정확한 뉘앙스를 읽지 못하고, 상대의 기분을 한 박자 늦게 짐작한다. 그래서 설명을 덧붙였고, 잘하고 싶은 마음과 어긋남 사이에서 막막함을 느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나는 멈추지 않았다. “나랑 어디 가자”, “영화 같이 보자”, “내일 점심은?” 계속해서 무언가를 제안했다. 사실 그건 부탁이자 확인이었다. ‘내가 아직 너의 하루 안에 있을 수 있느냐’는. 그녀는 “다음에”라고 했고, “괜찮아”라고도 했다. 나는 그녀의 ‘괜찮아’를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지 못한다. 괜찮다고 말하면서 방어선을 치는 사람의 표정을 나는 몇 번이나 본 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더 조심스러워지고, 동시에 더 다가가고 싶어진다. 그런 감정은 때때로 모순처럼 느껴진다.


영화관에 갔다. 《미션 임파서블》. 사실 액션보다도 그 자리 자체가 중요했다. 나는 영화관에서 피자를 먹었다. 사람들은 그게 이상하다고 말할 수도 있다. 하지만 누군가를 좋아한다는 건, 어쩌면 영화관에서 피자를 먹는 일과 닮아 있다. 꼭 필요한 건 아닌데도 그 사람의 빈자리가 커서, 뭔가를 씹고 있지 않으면 허전해지는 그런 기분. 나는 혼잣말처럼 사진을 보냈고, 그녀는 “후기 남겨줘”라고 했다. 그 말이 괜히 다정하게 느껴졌다. “마음만 받을게”라고 덧붙인 말도 그랬다. 나는 그걸 꽤 예쁜 말이라 생각했다. 그리고 동시에 조금 슬픈 말이기도 했다.


그날 밤, 나는 “줄곧 누나 편인 동생이고 싶다”라고 말했다. 말은 짧았지만, 마음은 길었다. 그 고백은 예전에도 했던 말이었지만, 나는 다시 한번 되뇌고 싶었다. 하루 동안 몇 번의 가벼운 장난, 몇 번의 정중한 거절, 몇 번의 애틋한 묵인을 지나 결국 다시 말하고 싶은 문장이 그것이었다.


좋아하는 마음은 줄곧 같지만, 그 표현은 늘 조절되어야 한다. 영화관에서 피자를 먹는 건 괜찮다. 다만 그 피자를 누군가에게 권할 땐, 상대가 정말 배고픈지를 먼저 살피는 게 예의일지도 모른다. 나는 지금 그 예의를 배워가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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