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 부족해서 더 고마운 하루

과유불급

by 아우름언니

‘넘치는 것은 모자람만 못하다’는 말이 가슴에 와닿습니다. 아름다움이든 향기든, 너무 꽉 차 있지 않고 살짝 덜 찬 듯한 여백이 있을 때 오히려 그 아쉬움 속에서 더 깊은 감동이 피어나는 법이지요.


그 글귀를 읽는 순간, 예전에 읽고 영화로도 보았던 조금은 충격적인 작품 『향수』가 떠올랐습니다. 18세기 프랑스, 악취로 가득한 시장 한복판에서 태어난 장바티스트 그루누이는 타고난 후각을 가진 특별한 청년이었습니다.


세상의 모든 향기를 구분할 수 있었던 그는, 어느 날 자신에게는 아무런 냄새도 없다는 사실을 깨닫고 존재에 대한 불안과 외로움을 느낍니다. 그는 향수 제작에 매료되어 인간의 향기, 그중에서도 아름다운 여인의 체취를 모아 완벽한 향수를 만들겠다는 집념에 사로잡히고 맙니다.


그 집착은 결국 연쇄 살인이라는 끔찍한 범죄로 이어지게 되죠. 마침내 완성된 향수는 사람들을 황홀하게 만들고, 그는 신처럼 추앙받지만 정작 그 자신은 아무런 감정도 느끼지 못한 채 깊은 공허 속으로 빠져듭니다.

그리고 마지막엔 자신이 만든 향수를 온몸에 뿌리고, 그 향기에 취한 사람들에게 먹히듯 사라지고 맙니다.


사랑받기를 간절히 원했지만, 끝내 사랑할 수 없었던 외로운 영혼. 그것이 그루누이의 가장 슬픈 비극이었습니다. 그가 가진 후각은 세상에 단 한 사람만이 지닐 수 있는 특별한 재능이었습니다. 그 누구도 만들 수 없는 향수를 만들어낼 수 있었던 그였지만, 향기에 대한 과도한 집착은 결국 그를 파멸로 이끌었습니다.


문득 생각해봅니다. 그에게 만약 절반 정도의 재능만 주어졌다면 그의 삶은 또 달라졌을까요? 가장 향기로운 향수를 만들어 사람들의 사랑을 받으며, 자신도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지 않았을까요?


사람에게 주어지는 재능도 ‘적당함’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모자람이 있어야 실패의 고통도 배우고, 다시 일어서는 기쁨과 보람도 느낄 수 있으니까요. 행복이란 단지 목표를 이루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그 목표를 향해 걸어가는 그 길, 그 과정 속에 숨어 있는 것 아닐까요?


우리는 각자 조금씩 부족하기에 서로 도우며 함께 살아갑니다. 그 모자람 속에서 우리는 마음을 나누고, 위로를 받고, 함께 채워가며 진짜 행복을 배워가는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오늘은 저에게 넘치는 재능이 없음을, 그저 평범하게 살 수 있는 지금 이 삶이 오히려 감사하게 느껴집니다.


조금 부족해서, 오히려 더 소중한 하루입니다.

keyword
화, 목, 토 연재
이전 08화진정한 자유를 닮은 친구, 효선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