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이 담긴 요리

100종원의 레미제라블, 그리고 히밥

by 아우름언니

저는 요리를 잘하지는 않지만 요리 프로그램은 참 재미있게 봅니다.

‘편스토랑’에 나오는 요리 잘하는 남자 연예인들을 보며 부럽기도 했고, ‘냉장고를 부탁해’처럼 정해지지 않은 재료로 빠르게 요리해내는 프로그램도 늘 신기하고 흥미롭게 느껴졌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케이블 TV를 돌리다가 우연히 한 요리 경연 프로그램을 보게 되었습니다.

TV를 자주 보지는 않아서 방송 시간은 모르지만, 시간 날 때 리모컨을 이리저리 돌리다 보면 그 프로그램이 나오곤 했습니다.


처음 시작은 다양한 참가자들이 함께한 요리 대회였습니다.

경력 10년 이상의 전문 셰프도 있었고, 요리를 거의 해본 적 없지만 이제 막 배워보고 싶은 분도 있었습니다.

첫 미션은 양파 썰기였는데, 그 장면이 참 인상 깊었습니다.


능숙하게 빠르게 써는 분도 있었고, 센티미터까지 꼼꼼히 재며 써는 분, 양파에 조금이라도 흠이 있으면 바로 버리는 분 등, 각양각색의 모습이 나왔고 이를 기준으로 팀이 나뉘어 A부터 F까지 팀전을 진행했습니다.

오늘은 그 대회의 파이널 무대를 보게 되었습니다.


각 팀은 양식, 한식, 중식, 일식으로 나뉘어 약 10일간 연습을 하고, 각 팀 안에서 요리 실력을 겨루는 방식이었는데, 점수가 가장 낮은 한 명은 탈락하는 구조였습니다.

제가 가장 관심을 두고 본 건 일식 팀이었습니다.


그 팀의 심사위원은 일식 셰프님과 유명 먹방 크리에이터 히밥이었는데, 한 참가자가 바삭한 튀김을 아주 잘 해냈음에도 불구하고 히밥에게서 최하점을 받아 탈락하게 되었습니다.

처음엔 저도 의아했습니다.


‘히밥이 맛을 잘못 평가한 건 아닐까?’, ‘한 사람의 인생이 걸려 있을 수도 있는데, 혹시 부당하게 점수를 준 건 아닐까?’라는 걱정이 먼저 들었습니다.


그런데 이내 제 마음이 바뀌었습니다.

생각해 보니 음식 장사를 한다는 것은 단순히 요리를 잘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합니다.

손님의 입장에서 생각할 줄 아는 태도, 자신의 말과 행동이 어떻게 비춰지는지에 대한 책임감, 함께 일하는 사람들과의 관계 속에서 존중하는 마음, 그런 모든 것이 하나로 어우러질 때 비로소 좋은 요리가 완성되는 게 아닐까 싶었습니다.


그 탈락자는 심사 과정에서 여러 차례 아쉬운 모습을 보였던 분이었습니다.

셰프님이 제주도에는 오렌지가 나지 않는다고 했는데도 계속 변명을 하거나, 음식에 대한 지식을 검증 없이 내세우기도 했고, 잘못된 정보를 지적받아도 인정하지 않고 계속 다른 사람 탓을 했습니다.


또 같은 팀의 다른 참가자가 좋지 않은 평가를 받을 때, 안도의 웃음인지 비웃음인지 모를 미묘한 표정을 짓는 모습도 화면에 비쳤고, 그런 모습이 마음에 걸렸습니다.


과거 방송분을 다시 떠올려보니, 장작 피우기 같은 협업 미션에서도 본인의 고집으로 팀을 곤란하게 만들고, 다른 팀원들을 불편하게 했던 장면도 있었습니다.

히밥은 그런 부분까지 모두 느꼈던 것 같았습니다.


그녀는 요리 그 자체만이 아니라, 그 안에 담긴 진심과 태도까지 종합적으로 평가했을 것입니다.

음식이라는 것은 결국 사람의 마음이 담겨야 비로소 감동이 되고, 맛이 되는 것이니까요.

반대로 히밥은 요리가 능숙하지는 않아도 최선을 다하고 겸손하게 임했던 참가자에게는 가장 높은 점수를 주었습니다.


그분의 음식에도 진심이 담겨 있었고, 시청자인 저 역시도 그 마음이 고스란히 느껴졌습니다.

우리는 그런 요리에 더 감동하고, 더 맛있게 느끼는 것 같습니다.

그게 바로 사람의 마음 아닐까요?


아마 그 장면을 본 다른 참가자들도, 방송 초반부터 함께 생활하며 불편함을 느꼈던 마음을 조금은 해소했을 수도 있겠다 싶었습니다.

일종의 ‘사이다’ 같은 느낌이었을지도요.


물론 탈락자들의 사연은 모두 다르고, 대부분은 결과를 받아들이며 아쉬워하거나 눈물을 흘리기도 하지만, 오늘의 그 참가자처럼 억울하다는 표정을 짓는 분도 있었습니다.

혹시 히밥을 안 좋게 생각하지 않을까, 괜한 걱정도 들었지만… 그건 제 노파심이겠지요.


저도 장사를 하며 살고 있습니다.

장사의 성공은 단순히 기술이나 실력만으로 되는 일이 아니라는 걸 잘 알고 있습니다.

사람이 먼저입니다.


최선을 다해 기술을 익히고 음식을 만드는 건 기본입니다.

그 위에 사람을 향한 진심과 존중이 얹혀야, 비로소 스토리가 있는 요리가 되고, 철학이 있는 일이 되며, 결국 사람들의 사랑을 받을 수 있다고 믿습니다.


이제는 그런 시대가 온 것 같습니다.

너무 많은 요리사, 너무 많은 미용사, 그리고 너무 많은 경쟁 속에서 살아가는 우리에게 필요한 건

나만의 영혼이 담긴 일, 나만의 철학이 있는 직업입니다.


그래서 저는 오늘도 커트를 하고, 펌을 하며, 책을 읽고 글을 씁니다.

성공한 분들이 걸어온 그 길을 저도 묵묵히 따라가려 합니다.


조금씩, 그러나 꾸준히 나아가는 저의 모습이 저는 참 뿌듯합니다.

경기 탓을 하며 주저앉을 시간, 제게는 없습니다.

저는 오늘도 저만의 속도로, 진심을 담아 살아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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