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면서 이겨내야만 하는 일
오늘은 모처럼의 휴일이었습니다.
아침 일찍 남편과 함께 부산에 다녀왔습니다.
남편이 최근 오른쪽 팔꿈치 통증을 자주 호소했는데, 지난주에 부산에 있는 힘찬 병원에 들렀더니 정밀한 확인을 위해 MRI를 찍어보자고 하시더군요.
MRI를 찍으려면 보험 적용을 받기 위해 2박 3일의 입원이 필요하다는 설명을 들었습니다.
예전에 남편이 어깨 수술을 받았을 때는 이 사실을 미처 몰라서, 입원 없이 MRI를 촬영했다가 58만 원이라는 큰 비용 중 고작 20만 원만 보상을 받았던 기억이 있었습니다.
솔직히 많이 아픈 것도 아니고, 단지 의사가 더 정확히 보기 위해 권유한 검사인데 왜 굳이 입원이 필요한지 이해가 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힘없는 우리가 따를 수밖에 없지요.
그래서 거제도 집 근처 병원에서 2박 3일 입원을 마친 후, 그 결과지를 들고 부산 병원으로 간 것입니다.
가는 길 내내 저는 큰 걱정은 하지 않았습니다.
남편도 통증이 심한 상태는 아니었고, 무리한 활동을 한 뒤에만 간간히 불편함을 느끼는 정도였기 때문입니다. 병원에서 MRI 결과를 본 정형외과 선생님은 예상 밖의 진단을 전하셨습니다.
“힘줄이 많이 끊어져 있습니다. 늘어진 힘줄을 끌어올려 뼈에 다시 고정해야 하고, 실제로 가능한 상태인지는 수술 중에 열어봐야 알 수 있습니다.”
그 순간, 남편과 저는 동시에 말문이 막혔습니다.
남편에 대한 걱정은 물론, 앞으로의 일정들이 눈앞에 그려지며 저도 모르게 마음이 복잡해졌습니다.
수술 후 회복에는 약 3개월이 소요된다고 하셨습니다.
그동안 저는 미용실을 혼자 운영해야 합니다.
두 사람이 함께하던 일을 혼자서 하려면 체력적으로도, 수입 면에서도 큰 부담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사실 3년 전에도 남편이 오른쪽 어깨 회전근개 파열로 수술을 받았고, 그때도 혼자 가게를 지키며 힘든 시간을 보낸 기억이 있었습니다.
특히 남편 단골손님들 대부분은 건장한 체격의 남성분들이라, 혼자서 관리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저는 주로 여성 고객을 상대하다 보니, 솔직히 그런 면에서는 조금 부담이 됩니다.
병원 일정을 마치고, 우리는 부산에 있는 친정어머님 댁으로 향했습니다.
남편은 들어서자마자 어머님께 인사를 드리고는 바로 침대에 누워 잠이 들었습니다.
몸도, 마음도 피곤했겠지요.
늘 친정엄마를 친엄마처럼 따뜻하게 대해주는 남편을 볼 때마다 저는 감사한 마음이 듭니다.
피자를 함께 먹으며 어머님께 말도 자주 걸고, 농담도 주고받으며 정을 나누는 그 모습이 참 보기 좋았습니다.
돌아오는 길, 저는 조용히 물었습니다.
“당신, 지금 무슨 생각하고 있어요?”
남편은 한참을 망설이다가 말했습니다.
“그냥... 마음이 복잡하네.”
“그럴 필요 없어요. 수술만 하면 낫는 거래요. 그동안 쉼 없이 달려왔잖아요. 3개월 동안은 그냥 푹 쉬는 시간이라 생각해요.
그 대신 약속 하나만 해줘요. 내가 읽었으면 하는 책들 몇 권 골라줄게요. 그거, 다 읽기요.”
남편은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그래, 그러자.”
아직 수술 예약도 하지 않았고, 가게 운영에 대한 여러 가지 생각도 정리가 되지 않았지만,
남편의 마음을 조금이라도 가볍게 해주고 싶어서 먼저 말을 꺼냈습니다.
사실 마음이 상했던 것도 사실입니다.
하지만 어떻게든 되겠지요.
어차피 언젠가는 나 혼자서 일하게 될 날도 올 것이고, 이번 일을 그 준비 과정이라 생각하자고 마음을 다잡았습니다. 돈에 대한 욕심을 잠시 내려놓는다면, 이 또한 지나갈 것입니다.
무엇보다 수술만 하면 다시 나을 수 있다고 하니, 얼마나 다행한 일인가요.
살다 보면 우리는 종종 이런 ‘쉼표’ 같은 경고를 받습니다.
그 시간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어떻게 넘기느냐에 따라 서로의 관계는 더 깊어지고, 나 자신 또한 더 단단해질 수 있다고 믿습니다.
지금은 혼자 가게를 꾸려야 할 생각에 걱정이 앞서지만, 또한 내 안에 숨어 있던 강인함과 가능성을 다시 발견하게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이 시간이 지나면, 분명히 우리는 조금 더 다정하고 성숙해진 얼굴로 서로를 바라보게 되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