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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빛날애 Nov 20. 2024

솔직함으로 포장된 무례함

당신에게 친절하지 않은 사람에게 친절할 필요는 없다


"솔직하게 얘기할게"
"난 솔직한 사람이라, 거짓말 같은 거 못해"
"내 성격은 원래 이래. 그러니까 이해해 줘."
"지금부터 내가 하는 이야기 기분 나빠하지 말고 들어"  
"다 너 잘되라고 하는 말이야"


솔직하다 : 거짓이나 숨김이 없이 바르고 곧다.

무례하다 : 태도나 말에 예의가 없다.


무례한 사람들은 본인은 남보다 좀 직설적이지만, 솔직한 성격이라며 자신을 그럴듯하게 포장한다.

더욱이 본인이 무례하다는 것을 전혀 인지하지 못하고, 자신이 옳다고 믿는다. 주변에서 "너, 무례하다"라고 충고해 준 적이 없기 때문이다. "나는 솔직한 사람이라서 그래.""솔직하게 얘기하는 거니까 상처받지 말고"라는 식에 무책임한 말을 내뱉는다. 솔직함으로 포장한 칼날 같은 무례한 말은 대방의 마음에 생채기를 낸다. 자기만의 세상에 갇혀있는 이기적인 생각이라는 것을 정작 본인만 모른다.


모두가 솔직하고 싶지 않아서 말을 안 하는 것이 아니다.

일반적인 우리는 상대에게 무례하지 않으려 노력하는 것일 뿐이다.





솔직함을 가장한 무례함


"빛날 씨, 내가 하는 이야기 기분 나빠하지 말고 들어. 아까부터 봤는데, 뭔가 달라 보이더라. 그래서 자세히 보니까 살찐 거 같아. 다이어트해야겠어. 다 빛날 씨 잘 되라고 하는 얘기인 거 알지? 기분 나빠하지 마~"

살찐 건 나도 알고 있는데, 굳이 모두가 듣는 앞에서 저렇게 얘기하는 건 왜일까.

그 말은 솔직함이라기보다는 무례함이었다.



출산한 지 두 달도 안 된 명절날, 가족들이 모여 식사를 하던 중이었다.

"근데, 정민 엄마는 왜 일을 안 해?"

그 말을 듣고 나는 잠시 당황했지만, 형님은 계속해서 말씀하셨다.

"저는 애 낳으면 얼마 안 있다가 바로 회사 복직할 거예요. 여자도 돈 벌어야죠."

그때 나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사실, 내가 어떻게 살아가든 그건 내 선택인데, 그런 말을 듣고 나니 '셋째를 이제 막 출산한 내가 일을 하지 않는 것이 이상한 건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전업주부든, 워킹맘이든, 각자 자신의 상황에 맞게 선택한 방식을 존중해야 하는데, 왜 이런 이야기를 하시는지 당황스러웠다.

그 말을 하신 형님은 출산 후 십 년이 지난 지금까지 전업주부로 지내고 계신다.



오랜만에 모인 아이 친구 엄마들과의 모임에서 한 엄마가 날 보자마자 말한다.

"정민엄마는 애한테 뭔가를 엄청 시키지 않아요? 애 너무 혹사시키는 거 아니야? 난 우리 애는 아무것도 안 시키잖아."

누가 들으면, 내가 아이 학원을 엄청나게 돌리는 줄 알겠다. 아이가 힘들다 하면, 학원을 과감히 끊기도 하고, 적정선에서 필요한, 한 두 개만 보내고 있는데, 내 나름대로의 교육 철학 안에서 엄마표와 사교육의 균형을 잡으며 공부한다고 생각하는데, 그런 말을 들으니 괜히 내가 잘못된 엄마가 된 기분이었다.



어느 날, 친구와 점심을 먹으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나는 주로 그 친구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편이었고, 그날도 친구는 주변에 잘 사는 사람들을 보며 부러움을 토로하고 있었다. "나도 이렇게 살면 좋겠다"며 푸념을 늘어놓던 친구에게 나는 간단하게 말해줬다.

"너도 충분히 잘 살고 있어."

그러자 친구는 고개를 주억거리더니, 잠시 후 이렇게 말했다.

"그래, 빛날아. 나는 그래도 널 보면 위안을 받는다. 너도 명품백 좀 사고 그래~"

그 말이 정말 뜻밖이었다. 나는 명품백에 관심도 없고, 그런 것에 신경을 쓴 적도 없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갑자기 '명품백을 사라'는 말을 듣고 보니, 기분이 조금 이상했다. 본인이 사줄 것도 아니면서 왜 그런 말을 하는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게다가 '너보단 내가 낫지'라는 뉘앙스도 느껴졌다.

그날 집에 와서 한참을 생각했다. 왜 그 말이 그렇게 불편하게 느껴졌을까? 나는 그냥 나대로 살고 있을 뿐인데, 그 말은 마치 내 삶이 친구의 기준에 미치지 못한다는 듯한 느낌을 줘서 씁쓸하게 느껴졌다.


그때부터 친구의 말이 계속해서 머릿속을 맴돌았다.

내가 느꼈던 불편함은 그 친구의 의도와는 관계없이, 단순히 나를 평가하며 배려하지 않은 말처럼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우리는 보통 무례한 말을 들었을 때, 나 또한 무례한 사람이 되고 싶지 않고, 불편한 상황을 만들고 싶지 않기 때문에, 많은 말들을 참고 넘어간다.

하지만, 가끔은 타인의 무례함에 대해 충고도 할 줄 알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쳐지지 않거나, 오히려 발끈하며 화를 낸다면, 원래 그런 사람으로 인지하고 살도록 내버려 두고, 그 사람과 천천히 거리를 두는 것을 추천한다.


성숙한 어른이 되기 위해서는 누군가에게 불편하고, 상처가 되는 말보다는 상대방을 배려하고 존중하는 언어가 가장 기본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 상대방에게 무례한 사람으로 비추어지지 않기 위해선, 내가 먼저 상대방을 배려하면서 말하고 있는지 돌아보자. 솔직함과 무례함 차이 정도만 알아도 우리는 성숙한 어른이 될 수 있다. 그리고, 가끔은 타인의 무례함에 대해 충고도 할 수 있는 자존감 있는 어른이 되자.


나는 무례한 사람이 아닌, 다정하지만, 솔직한 사람이 되고 싶다.


가장 존중해야 할 사람은
언제나 나 자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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