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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꿈데이즈 Feb 11. 2023

예쁜 너, 예쁜 나


나이를 먹어가면서 거울을 보는 것이 두려워질 때가 많다.

그래도 사십 대 중반이 넘어가기 전까진 참 봐줄 만하다 생각했는데 말이다.

머리 위 흰머리가 하나 둘 늘어가더니 이젠 한 달은커녕 3주를 버티기가 힘들다며 아우성치는 흰머리를 부지런히 염색을 한다. 눈가에는 잔주름이 하루가 다르게  늘어가는 걸 보며, 한숨을 푹 내쉰다. 이제 나도 그렇게 나이 먹어가는구나 하며 거울 속 내 모습을 안타깝게 들여다본다. '언제 이리 나이가 먹었을고'


곱게 늙어가는 시간들을 그렇게 곱게만 봐주기가 어려운 것일까.

흰머리는 꾸역꾸역 염색을 하고,

얼굴엔 매일같이 하얀 시트팩을 붙이며 부지런을 떤다.


다행히 코로나동안 나이 먹은 얼굴을 남들에게 보여주지 않아도 마스크로 가리며 살 수 있었으니,

처음엔 엄청 답답했던 마스크가 지금은 왠지 무척이나 고맙다. '나 아직 안 늙었어요.' '나 예전과 똑같아요.' 하며 남들에게 가장한 나를 보여줄 수 있었으니 말이다. 


이제 만으로 나이를 매길 수 있다니, 겨우 나이 한 살을 깎아본다. 만으로 마흔일곱 살.

마흔만 되면 무척이나 나이먹었다 생각했는데 이제 쉰이 될 날도 삼 년밖에 남지 않았다니, 왠지 이 사십 대가 아쉬워진다. 뭔가 멋진 걸 해내고 싶었던 멋진 사십 대 시절이었는데 말이다.


어느덧 날카로운 추위도 물러가고 따사로운 햇살이 가끔 머금는다.

분홍색 카디건을 빼어 입고, 외출을 나선다. 코발트색 청바지와 샛분홍색 카디건을 입으니 왠지 몇살은 좀 젊어진 느낌이 든다. 


지나가는 카페 앞의 상큼한 꽃화분이 나의 눈을 붙잡는다. 

'와, 어쩜 이리 이쁘니? 분홍, 보라, 주홍, 빨강....... 너희들은 참 곱구나.'

봄새색시마먕 이리도 이쁜 게냐, 하며 물끄러미 꽃들을 바라보았다.


'예쁜 너희들, 예쁜 나! 아니 예뻤던 나.' 머릿속에 떠올리는 생각을 들쳐보다 피식 웃었다.


살아있는 시간 중에 오늘이 가장 젊은 날이라는데, 그래도 남아있는 생 중 오늘이 가장 이쁜 나임을, 다시금 떠올리며 그렇게 있는 그대로 나를 이쁘게 보아주자고 마음먹는다.


'얘들아, 나도 이뻐. 그런 이쁜 마음으로 오늘을 살게.'


꿈데이즈 오일파스텔 그리다

                               오일파스텔 손그림 - 문교72색+색연필 - 나를 그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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