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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도훈 Oct 06. 2023

15번의 시험, 그렇게 기관사

어떻게 하면 기관사가   있어요?

많이들 묻는다.

하지만 답하는 것이 쉽지가 않다.

넘어야  관문들이 꽤나 많은 편이고, 은근 복잡한 절차를 거쳐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것이 궁금한 사람들을 위해, 지금부터 그 은근 복잡한 절차를 재구성해 보겠다.




1. 부산지하철 연구개발팀 장기현장실습생

2016. 대학교 4학년 1학기가 시작되기  방학.

교수님께 전화가 왔다.

터리아, 우리 과에서 부산지하철 연구개발팀에 장기현장실습생 자리가 생겼는데, 처음인 만큼 네가 가서 잘해줬으면 좋겠구나.”

 교수님, 거기가 어딘지는  모르지만 교수님이 가라 하시면 가겠습니다!”

그렇게 교수님을 절대적으로 신뢰하던 나는 부산지하철 연구개발팀의 장기현장실습생이 되었다.

 첫날이었던 2016 3 2.

정신없이 적응하던 중에, 복도에서 마주치는 사람들  묘하게 여유로운 분위기를 풍기는 사람들의 존재를 알게 되었다.

우선 걸음걸이부터가 달랐다. 같은 공간을 스쳐감에도 그들만이 다른 공간에 존재하는  같았다.

[후에 신규 기관사로서 교육을 받을 , 신규직원을 교육하던 교육원의 교수들이 우리를 장난삼아 자영업자라고 불렀다. 기관사는 자기 일만 알아서  하면 되기 때문에 자영업자라는 것이었는데, 아마 그런 부분들이 기관사에게서 묘한 분위기를 만들어냈을 것이었다.]

점심을 먹으러 가던  연구개발팀의 과장님께 그들에 대해 물었고, 그들이 기관사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기관사.

그래 물론 생각해 보면 당연한 존재였지만, 매일 지하철을 이용하면서도 자각하지 못하던 존재였다. 그들의 묘한 분위기에 마음을 빼앗긴 나는 실습생이 된지 일주일 만에 전공을 때려치고 기관사가 되기로 마음을 먹었다.

[그 소식을 듣고 그러라고 보낸 게 아니라며 교수님께서 특히 안타까워하셨다.]


2. 면허기관 입교시험

철도차량 운전면허라는 것이 존재한다. 자동차를 운전할  필요한 ‘자동차 운전면허 같은 개념이다.

우선 자동차 운전면허를 생각해 보자.

자동차를 몰기 위해선 자동차 운전면허가 있어야 하고, 면허시험을 치기 위해 신체검사, 적성검사를 통과하고 필요한 교육을 이수해야 한다.

기차 역시 마찬가지다.

기차를 몰기 위해선 철도차량 운전면허가 있어야 하고, 면허시험을 치기 위해 신체검사, 적성검사에 통과하고 필요한 교육을 이수해야만 한다.

다만 자동차 운전면허를 위한 교육은 1시간 정도에 불과하지만, 철도차량 운전면허를 위한 교육은 이론교육 270시간 기능교육 410시간으로 도합 680시간[2 전기차량 운전면허의 경우] 교육을 이수해야 한다는 ‘작은차이점이 존재한다.

또한 철도차량 운전면허 소지자의 인원은 국가에서 관리하기 때문에 원한다고 아무나  교육을 받을 수가 없다. 해서 면허를 교육하는 교육기관인 운전교육훈련기관에서 주관하는 입교 시험을 치고  응시자  50[기관에 따라  기수에 30~50 정도의 교육인원을 뽑는다] 안에 들어야 운전면허시험 응시를 위한 교육을 받을 자격이 주어진다.

여기 합격하더라도 평균 500~600만원 정도의 교육비를 납부하여야 하며, 바로 철도차량 운전면허를 주는 것이 아니라 겨우 철도차량 운전면허시험에 응시하기 위한 교육을 받을 자격이 생기는 것이다.

하지만 겨우   관문도 내게는 쉽지가 않았다.

부산이 고향인 나는 부산지하철에서 운영하는 교육훈련기관의 시험에 1 동안 3차례 정도 응시했지만 전부 떨어졌다. 나에게는  시기가 위기였다. 겨우  관문조차 통과하지 못하는 나를 보면서 많은 고민들을 했었다.

그러던 중 다행히 코레일에서 운영하는 교육훈련기관의 시험에 합격했고 교육을 받을 수 있었다. 큰 기쁨이었지만 그것도 잠시, 이제 겨우 첫걸음을 떼었을 뿐이었다.


3. 운전교육훈련과 운전면허시험

이론교육 270시간, 기능교육 410시간, 도합 680시간의 교육.

나는  교육을 경기도 의왕에 있는 코레일에서 운영하는 교육훈련기관인 인재개발원에서 받았다. 부산이 고향이었기에 뜻밖의 타지 생활이 시작되었다.

국가에서 인원을 관리하는 교육인만큼 교육 자체도 녹록지 않았지만, 교육이 끝난 뒤부터 응시가 가능한 철도차량 운전면허시험에 대한 걱정이 우리를 쉬지 않게 했다.

 반년에 걸친 교육과 타지 생활 끝에 철도차량 운전면허시험에 응시할  있었다. 5과목의 필기시험을 치른  합격자에 한해 기능시험을 치렀고, 드디어 철도차량 운전면허[2 전기차량 운전면허] 손에   있었다.

하지만 사실상 이제 본게임 시작이었다. 이제부터 면허를 가지고 부산교통공사, 서울교통공사, 코레일  철도운영기관 운전직 공채에 뛰어들 차례였다.

단계로만 보자면 이제 공채만 합격하면 기관사가 되는 것이지만 그리 간단치가 않다.

우선 공채에 합격하기 위해 다양한 가산점을 갖추어야 유리하다. 여러 자격증이나 구간 인증 같은 특정 교육을 이수한 경우 가산점이 주어지기에 다들 가산점을 맞추기 위해 노력한다.

그렇게 가산점을 맞추었더라도 철도운영기관 운전직 공채의 경쟁률이 치열하다. 2020 기준 운전면허를 가지고 철도운영기관에 취업을 준비하는 취준생이 3,600 정도라고 한다. [내가 부산지하철 기관사로 최종 합격했을 때의 경쟁률이  451 정도였다.]

면허기관 입교 시험에 합격하고, 반년에 걸친 교육을 받고, 필기시험과 기능시험을 통과하여 철도차량 운전면허를 가졌다고 해서 모두가 기관사가 되는 건 아니라는 소리다. 내가 2017년에 같이 교육을 받은 동기는 총 50명인데 그중 반 정도는 아직 취업을 준비 중이거나 기관사가 되기를 포기한 상태다.


4. 코레일 운전직 공채

그렇게 철도차량 운전면허를 취득한 기쁨도 잠시, 코레일 운전직 공채시험이 2 앞으로 다가와 있었다. 운전면허시험이 끝나고 2 뒤에 코레일 공채시험이 있었던 것이다. 면허시험으로 인해 준비할 시간이 없었지만 그걸 코레일 측에서 배려해 줄리 없었다. 다만 최선을 다할 수밖에. 준비 기간이 2주밖에 없는 극한의 상황 속에서 준비에 혼신의 힘을 다했다. 잠을 줄여가며 인터넷 강의를 여러  돌려봤고, 문제풀이를 하며  풀이법을 수정해갔다.

다른 동기들은 시간이 없었기에 경험 삼아 시험에 응시했지만, 나는 목숨을 걸고 덤벼들었던 결과 동기 50명 중 나를 포함한 2명이 필기시험에 합격하였고, 결국 나 혼자만 면접시험까지 통과할 수 있었다. 그렇게 코레일 운전직 인턴사원으로서의 생활을 시작하게 되었다.


5. 코레일 운전직 인턴사원

기뻤다.

동기 50   혼자 합격해서 인턴사원이 되었다는 사실이.

해봐야 안된다며 내게 부정적인 말을 하던 동기가 있었는데  동기 덕택에 기쁨이 배가 됐다. [안된다고 부정적인 말을 해대기에 내가 쏘아붙이듯 말했었다. 그래 우리  힘들긴  텐데, 누가 붙으면 니가 아니라 내가 붙을 거라고. 내가 합격한 이후 다행히  동기와는 더욱 서먹해졌다.]

그로부터 2달간 코레일 운전직 인턴사원의 시간을 보냈다.

2달간의 인턴생활을 토대로  사업소 평가와 2 필기평가, 2 면접평가를 합산하여 80% 정규직으로 전환했는데, 나는 떨어졌다.

80% 정규직 전환이었기에 나는 당연히 정규직이  것이라 자신했었고, 더욱이 사업소평가와 면접평가를  봤기에 방심해버렸다.

불합격 통보부터   정도 내가 무슨 생각을 했는지 자세히 모르겠다. 그냥 멍하고 편하게 지냈다.  먹고 운동하고 싸고 자고.

다만 그쯤 아파트에 살던 내가 잘못된 선택을 할까 걱정이 된 동생이 자주 전화를 했던 기억은 있다.


6. 김해경전철 구간인증 교육생

운동인으로 지내길   정도. 친한 면허 동기 누나에게 전화가 왔다. 괜찮냐고. 이번에 김해경전철에서 구간인증 교육생들 뽑는데 같이 지원하자고. 구간인증 받으면 가산점 있으니 다시 힘내보자고.

그렇게   간의 운동인 생활을 마무리하고 김해경전철 구간인증 실습생 지원서류를 제출했다. 당시 부산에 살던 면허 동기들과 다함께 지원서를 넣었는데  정작  혼자만 붙어버렸다. 나중에 알게  바로는 김해경전철 측에서는 경력이 있는 지원자를 원했고, 면허 동기들  유일한 경력자였던  혼자만 붙게  것이었다. [코레일 인턴사원의 경력 덕분에]

어찌 되었든 교육에 성실히 임했고 무사히 교육을 마칠  있었다.

그리고 그즈음 부산지하철 공채가 뜬다는 찌라시가 돌기 시작했다.


7.  말리는 부산교통공사 입사시험

부산교통공사의 경우 신입 공채시험 절차를 보자면, 우선 필기로 1 합격자를 거른 , 1 면접을 통해 한번  합격자를 거르고, 2 면접까지 살아남아야만 부산교통공사 사원증을 목에   있다. 이게 피가 마르는 이유는 필기시험, 1 면접, 2 면접이라는  번의 시험을 통과해야 한다는 것도 있지만,  시험들 사이에  1 정도의 기간이 자리하는데,  기간들이 합격자들의 피를 마르게 만든다. 준비할 시간이 있어서 좋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대부분은 그렇지 못하다.

생각해 보자.

공채시험이 공지되고 대략 2 뒤에 시험이 실시된다. 2달간 필사적으로 공부해서 합격하면  즉시  1 뒤의 면접시험을 준비하게 된다. 면접 학원이나 스터디  그간 해보지 못했던 면접 공부를 하며 힘들게 면접시험을 준비한다. 면접시험 결과가 나오면 일부의 사람들은 좌절하게 된다.  3달간 공부하고 준비하며 필기에 합격하고 1 면접까지 치렀지만 탈락하게 되었으므로. 남은 사람들은 다시  1 뒤의 2 면접을 준비해야 한다. 그렇게 시험 공지부터 최종 면접까지 대략 4개월 동안의 시험기간을 가지게 되는 셈이다. 그저 그렇게 공부할 수도 있겠지만 그런 사람은 떨어진다. 그러니 필사적으로 노력하는 4개월의 시간을 가져야 한다. [보통 중고등학교에서는 3, 대학교는 1주일의 시험기간을 가지는 것으로 알고 있다.]

헌데  문제는  4개월의 시험기간을 거치고 최종 면접에서 떨어진 사람이다. 이런 사람들은 내가 코레일에서 그랬듯  내상을 입게 된다. [생각만 해도 토가 쏠린다. 친한 누나가  최종 면접에서 떨어지고도 다음 시험에 합격해냈는데,  누나는 내가 아는 누나 중에 가장 강인한 누나이다.]

다행히 나는 그 피 말리는 여정에서 살아남았고, 부산지하철 2호선의 기관사가 되었다.




여기까지가 기관사가 되기까지의  대장정이다.

반드시 통과해야만 하는 필수적인 관문의 시험 6.

말고도 기관사에 이르기 위해 치렀던 9번의 시험들.

총 15번의 시험. 그렇게 나는 기관사가 될 수 있었다.


기관사가 되기 위해 15 이상의 시험을 치른 것에 대해 다들 놀란다.

 역시 놀라긴 했다. 쉽지 않았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2년이라는 시간 동안 15번이나 되는 시험을 치렀다는 사실은 자각하지 못하고 있었다.

정작 나는 공감하지 못했지만 주변 사람들은 내가 대단하고 엄청난 일을 해냈다고 말해줬다.


결코 쉽게 이룬 일은 아니었지만, 결과만을 들은 사람들과 모든  겪은 당사자인 나의 생각의 차이는, 흡사 점과 선의 차이와 같았다.

점철되다 : 흐트러진 여러 점이 서로 이어지다.”

나는 매 순간 하나의 점을 찍었을 뿐이었고, 그렇게 모인 여러 점들이 서로 이어진 선을 만들었을 뿐이었다.


기관사로서의 일도 마찬가지였다.

부산 지하철의 경우 평균적으로 한번 근무를 시작하면  2시간 30 동안 승무를 한다.

주변인들은 그것을 듣고 길고 힘들겠다며 걱정스레 말한다.

물론 맞는 말이다. 한번 열차에 오르면 2시간 30 동안 절대  2 남짓한 공간에서 벗어날  없고, 화장실조차 허락되지 않는다.

하지만 우리는 2시간 30 동안 운행을  생각에 힘들어하기보다는, 호포 덕천 사상 서면 광안 수영 벡스코 해운대 , 운행하며 마주치는  역마다 정해진 절차를 이행하고 해야  일들을 하느라 바빴다.

정해진 절차, 안전한 운행, 고장 감시, 승강장 감시, 출입문 취급, 안내방송 등등.

그렇게 점을 찍듯 한역 한역을 지나고 마지막 역에서 다음 기관사에게 열차를 인계하고 내릴 , 부산을 크게 한번 가로지르고 돌아왔으며 그러는 동안 2시간 30분이라는 시간이 흘렀음을 자각한다.

나는 그저 매 역에 충실했을 뿐이다.


삶에서 내가 찍어온 점들을 돌이켜봤다. 많은 점들이 있었지만, 그중 가장 분명하고 가장 의미 있는 점들을 꼽아보자면.

사랑, UDT/SEAL 대원, 기관사.

가장 절실하고 치열하게 임했고, 끝끝내 찍어냈고, 그랬기에 내게 가장 값진 점들.

저런 점들을 찍으며 살아왔기에, 지금의 내가  다른 점을 꿈꾸고 있는 건지도 모른다.

그렇게 나는 또 점철되어가고 있었다. 마치 기차선로 같은 선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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