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우를 향해 희미한 미소를 짓고 두더지는 땅속으로 들어갔다. 두더지는 땅속의 깊숙한 곳으로 점점 더 들어갔다. 땅속 깊숙이 들어갈수록 두더지의 손과 발의 속도는 느려졌지만 표정은 더 밝아졌다. 여우는 따스하고 촉촉한 흙 위에 엉덩이를 비비며 앉았다. 달콤하고 부드러운 향기를 상상하며 숲속 공기를 들이마셨다.
쿵쿵거리는 진동소리가 가까워지더니 땅속에서 두더지가 올라왔다. 여우는 엉덩이를 툭툭 털고 일어나 두더지를 향해 허리를 낮추고 얼굴을 들이밀었다. 두더지의 얼굴은 땀으로 젖었고 숨을 헐떡였지만 눈은 빛나고 있었다. 두더지는 여우의 코에 닿을 듯 말 듯하게 두 손을 내밀었다. 두더지의 손에는 부드럽고 촉촉한 초콜릿 보다 연한 흙덩이가 놓여있었다. 여우는 광대뼈가 튀어나올 정도로 웃으며 흙더미의 냄새를 킁킁 맡기 시작했다. 텁텁한 향기가 여우의 코를 가득 메웠다.
“아니야. 내가 찾는 달콤하고 부드러운 향기가 아니야.”
입을 삐죽삐죽 거리며 여우는 말했다.
“이건 내가 가장 좋아하는 촉촉하고 부드러운 흙이야.”
두더지는 여우의 얼굴을 힐긋 바라본 후 흙을 얼굴에 비비며 행복한 표정으로 말했다.
“난 흙이 이 세상에서 가장 달콤해. 그리고 이 부드러운 흙 위에서 뒹구는 시간이 가장 행복해. 여우야, 너도 너만의 달콤하고 부드러운 향기를 꼭 찾길 바랄게.“
두더지는 편안한 목소리로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