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우는 달콤하고 부드러운 향기를 찾기 위해 오솔길을 따라 숲속으로 향했다. 숲속 깊숙이 들어와 본 적 없는 여우는 긴장한 얼굴로 천천히 걸었다. 조심스럽게 걸음을 옮기던 여우는 풀숲에서 나풀나풀 춤을 추듯 움직이는 풀을 보았다. 긴장했던 얼굴은 더 굳어진 채로 풀숲을 향해 조용히 걸어갔다. 여우의 키만 한 풀을 헤치니 두더지가 두 손과 머리를 땅속에 파묻고 흙을 파고 있었다. 흙은 점점 쌓이고 두더지의 몸은 거의 땅속으로 사라지고 엉덩이만 하늘을 향해 살랑살랑 흔들렸다. 여우는 땅에 얼굴이 닿을 정도로 몸을 낮추고 두더지를 불렀다. 갑작스러운 소리에 놀란 두더지는 엉덩이를 더 요란하게 흔들며 땅속으로 사라졌다. 두더지의 반응에 놀란 여우는 한걸음 뒤로 물러난 뒤 차분하게 두더지를 다시 불렀다. 흙을 살살 비비는 소리를 내며 두더지는 코만 살짝 보일 정도로 흙더미 속에서 얼굴을 내밀었다.
“두더지야, 나 때문에 많이 놀랐지? 미안해.” 여우는 미안한 마음을 담아 말했다.
두더지는 여우의 얼굴을 확인하고 양손으로 흙을 밀어내며 땅속에서 올라왔다.
“무슨 일이야? 내가 오늘 숲속에서 아주 부드러운 흙을 발견했어. 그래서 지금 땅굴을 파고 있어. 저 깊숙한 곳에는 더 부드러운 흙이 숨 쉬고 있어. 난 빨리 땅을 파야 한다고.“
살짝 미간을 찌푸리며 두더지는 말했다.
”아! 부드러운 흙? 나도 그 흙을 볼 수 있을까?“
여우는 두더지의 얼굴에 묻은 흙을 털어주며 말했다.
”내가 땅을 파는 동안 기다릴 수 있어?“
두더지의 짜증 난 얼굴은 금세 명랑하게 변했고 목소리는 날아갈 듯 가벼웠다.
”응.“
여우는 반짝이는 눈으로 두더지를 바라보며 희망 가득한 목소리로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