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우는 두더지에게 고마움과 아쉬움이 담긴 인사를 건넨 후 숲속으로 걸어갔다. 두더지는 여우의 뒷모습을 향해 손을 흔들고 다시 땅속으로 들어갔다.
숲속으로 들어갈수록 길은 더 좁아지고 나무들은 더 많아졌다. 다닥다닥 붙어있는 작은 나무들 사이에 우뚝 솟은 나무 한 그루가 보였다. 하늘 위로 곧게 뻗은 나무는 끝이 보이지 않았고 이 숲에서 오랫동안 자리를 지키고 있는 것 같았다. 나무를 이리저리 올려보던 여우는 나뭇가지 위에 앉아있는 직박구리를 보았다.
“직박구리야, 내 얘기 좀 들어줘.”
여우는 두 손을 입에 모아 있는 힘껏 소리쳤다.
여우의 소리에 작은 나무에 앉았던 새들이 놀라 푸드덕 날아올랐다. 직박구리는 나무를 한 바퀴 휙 돌아 여우의 발 앞에 살포시 내려앉았다.
“나를 왜 불렀어?”
직박구리는 고개를 한쪽으로 기울이며 말했다.
“직박구리야, 너는 높은 곳도 쉽게 올라가고 숲속 이곳저곳을 자유롭게 날아다닐 수 있지?“
여우는 간절한 마음을 담은 듯 두 손을 모아 말했다.
”그럼 당연하지.“
직박구리는 가슴을 내밀려 자랑하듯 말했다.
”혹시 달콤하고 부드러운 향기를 맡아본 적 있어?“
여우는 말했다.
직박구리는 냉정한 눈빛으로 여우를 바라본 뒤 하늘로 날아올랐다.
“곧 돌아올게. 여기서 기다리고 있어.”
직박구리의 목소리는 잔잔하게 퍼졌다.
여우는 나무 옆 이끼가 잔뜩 낀 등걸에 앉아서 직박구리를 기다렸다.
“직박구리는 꼭 달콤하고 부드러운 향기에 대해서 알고 있을 거야.”
여우는 혼자만 들릴 정도로 중얼중얼거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