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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온별 Oct 22. 2023

달콤한 열매

빽빽한 나무들 사이로 가느다란 햇빛이 수줍게 들어왔다. 부드럽게 나무들을 쓰다듬듯 빛은 숲을 은은히 빛나게 했다. 햇빛이 숲속에 숨어있는 그늘을 찾아내며 숨바꼭질을 하는 사이 직박구리는 여우를 향해 날아왔다. 여우는 기쁨이 가득 찬 얼굴로 직박구리를 바라보며 손을 흔들었다. 직박구리의 입안은 무언가가 가득 담겨있었다. 가볍게 날갯짓을 하며 여우의 얼굴 가까이에 멈춰 선 직박구리는 손을 펼쳐보라는 듯 여우에게 눈짓했다. 여우는 동그랗게 손을 모았다. 여우의 손에 빨간 호랑가시열매를 올려놓은 직박구리는 여우의 어깨에 살포시 내려앉았다.

“이건 내가 제일 좋아하는 열매야. 이 열매를 입안 가득히 머금고 있으면 온 세상이 사랑스러워져. 그래서 난 이 열매를 매일 기다려.”

직박구리는 확신에 찬 미소를 지으며 여우를 바라보았다.

여우는 코를 킁킁거리며 호랑가시열매의 냄새를 맡았다. 달콤한 향이 여우의 콧속을 간지럽혔지만 여우가 찾는 달콤하고 부드러운 향기는 아니었다.

“하지만… 이건 내가 찾고 있는 달콤하고 부드러운 향기가 아니야.”

아쉬움이 담긴 여우의 목소리에는 힘이 없었다.

“이 숲에서 호랑가시 열매보다 더 달콤한 열매는 본 적이 없어.”

직박구리는 눈이 튀어나올 듯 힘을 주며 여우를 바라보고 단호하게 말했다.

그리고 여우 주위를 요란하게 날갯짓하며 맴돌다 나무 위로 날아 올라갔다. 여우는 고개를 들어 직박구리를 찾아보았지만 햇빛에 눈이 부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여우의 마음속에 가득 담겨있던 희망은 햇빛 사이로 사라진 직박구리처럼 순식간에 사라져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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