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은 입을 오물오물하더니 있는 힘껏 숨을 들이마셨다. 흙, 나뭇잎, 돌멩이 심지어 여우까지도 빨려 들어갈 것 같았다. 얼굴이 빨개진 바람은 입술을 기다랗게 쭈욱 내밀고 여우를 향해 힘차게 내뿜었다. 세찬 바람에 여우는 데굴데굴 굴러 거실 중앙에 있는 탁자 모서리에 이마를 박았다. 여우는 이마를 비비며 향기를 찾으러 코를 벌렁벌렁 거렸다. 바람 속에는 알록달록한 온갖 향기가 들어있었다. 하지만 너무 많은 향기 속에서 달콤하고 부드러운 향기는 찾을 수 없었다.
“난 이 모든 향기를 좋아해. 세상에는 수많은 향기들이 숨 쉬고 있어. 네가 찾고 있는 달콤하고 부드러운 향기도 어딘가에서 숨 쉬고 있겠지?“
바람은 부드러운 목소리로 실망한 여우를 달래고 언덕 아래로 사라졌다. 여우는 이 향기의 정체가 더 궁금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