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교과서에 없는 훈육하기
1994년
드디어 개나리반 유치반 담임이 되었다. 유치원 교사로서 아이들을 가르칠 수 있도록, 어떤 목표로 교육내용을 어떤 교구로 가르치고 마무리하는 방법을 유아언어교육, 유아수학교육, 유아사회교육, 유아음악교육, 유아미술교육 등 교육영역별로 배워서 가르칠 준비가 되었다. 그런데 일상생활에서 벌어지는 상황을 훈육하는 것은 가장 어려운 부분인 것 또한 사실이다. 솔직히 내가 아이들을 훈육할 준비가 되어 있는지도 의문이 들었다.
실제로 학급을 운영하다 보면 교육내용을 가르치는 부분만큼 아이들이 또래의 다른 아이들과 함께 생활하면서 겪게 되는 문제를 해결하고 이를 중재하며 훈육하는 것이 일과의 많은 부분을 차지하였다. 특히나 학년 초에는 주로 학급의 규칙을 정하고, 그것이 지켜지지 않았을 때, 그때그때의 상황을 아이들이 잊기 전에 이야기나누기 하며 넘어가야 했다.
유치반 아이들의 하루는, 아침 자유놀이 시간이 끝나고, 이야기나누기 시간에 아이들에게 하루 일과표를 순서대로 알려주어, 일정을 예측할 수 있게 하였다. 주제와 관련된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남자아이 두 명이 이야기 나누기에 집중하지 않아서, 다른 친구들이 바깥놀이를 하는 동안 교실에서 각자 의자에 앉아서 생각하는 시간을 가지라고 하였다.
30분 동안 바깥놀이를 하고 모두 교실로 돌아왔다. 교실 상태를 보고는 ‘아차! 나의 실수다!’하고 깨달았다. 이야기나누기 시간 동안 5분 이내로 생각하는 시간을 제한하고 바깥놀이를 나가기 전에 아이들이 생각한 것을 들어보고 아이 둘도 바깥놀이에 데리고 나갔어야 했다. 30분이라는 시간은 아이들에게 너무 길어서 생각할 시간뿐 아니라 신나게 놀이할 시간을 주었다. 아이들이 신나게 놀았다는 증거는 여기저기에 널려 있었다. 벽에 마커로 그림을 그려 놓았고, 블록영역에는 뭔가를 지어 놓기도 하였다.
점심식사를 해야 하는 시간이지만 다시 아이들을 모아서 이야기나누기를 하였다.
“선생님은 오늘 바깥놀이를 갔다 와서 교실에 돌아와서 보니까, 너무 화가 나셨어. 얘들아, 교실이 어떻게 되어 있니?”
“블록 영역이 어질러져 있어요.”
“그림이 그려져 있어요.”
일단은 교실은 모두 다 같이 사용하는 곳이니까 정리정돈을 잘하자고 마무리하고 점심식사 지도를 하였다. 두 아이와는 무슨 생각을 했는지 이야기 나누고, 다음부터는 놀이가 끝나면 정리정돈을 하자고 마무리할 수밖에 없었다.
수업을 마치고 교무실에서 전화가 왔다는 연락이 와서, 전화를 받았다. 광효어머니가 전화를 주셨다.
“선생님, 광효가 집에 와서 ‘오늘 선생님이 너무 화가 나셨어,’ 그러는 거예요.” 걱정 가득한 목소리가 전화기 너머로 전해졌다.
“아, 사실 제가 아이 둘 더러 바깥놀이 나간 사이 생각할 시간을 줬더니, 아이들이 교실을 어질러 놓았길래 이야기나누기 시간에 ‘얘들아, 바깥놀이 다녀오니 교실이 어떠니? 선생님도 교실을 보니까 너무 화가 나셨어.’하고 교실 정돈에 대한 이야기를 나눈 거예요. 사실 제가 지켜보는 동안에 아이들이 생각할 시간을 줬어야 하는데, 제가 잘못한 거예요. 그래도 어질러진 교실을 보고 아이들이 느낀 생각은 공유해야겠기에 이야기를 나눴어요. 제가 정말 아이들에게 화를 낸 걸로 아셨나 봐요?”
광효어머니와 그렇게 그간의 사정을 이야기하고 나니 상황을 반추해 보는 기회가 되었고, 쓴웃음이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