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약 없는 여정
게임의 세계에선, 다음 레벨로 진행하기 위해 미션을 완수해야 한다.
대한민국에서의 삶도 마찬가지일지도 모른다.
Lv10. 입시
Lv20. 취업
Lv30. 결혼과 출산
Lv40. 내 집 마련
각 단계마다 마주하는 도전과 미션이 있다.
어떤 이들은 이런 틀에 박힌 게임에 편승하고 싶지 않아 자신만의 캐릭터를 육성하기도 하지만 대부분 주어진 미션을 좀 더 잘 수행하기 위해 치열하게 살아간다.
출산을 준비하는 아내도 곧 다음 레벨을 위한 또 다른 선택을 했다.
선택을 했다고 표현하지만 주어진 보기는 하나뿐인 선택이었다.
내 아이에게 좀 더 집중하기 위해서 그리고 부모의 역할에 좀 더 최선을 다하고 싶어
아내와 나는 외벌이를 결정했고 이제 아내의 출근은 며칠 남지 않았다.
그런 아내를 위해 내가 해줄 수 있는 게 별로 없다는 것이
오늘따라 유독 가슴이 아려온다.
2018. 11. 15. 아내는 언제 다시 사회인이 될지 알 수 없는 기약 없는 긴 여정을 시작했다.
달콩아. 요즘 아빠는 엄마와 함께 출근 중이란다.
달콩이가 자라면서 엄마가 먹는 것을 힘들어해
그래서 아빠가 해줄 수 있는 거라곤 엄마의 출근길에 수고를 조금 덜어주거나
먹고 싶은 것들을 준비하는 것뿐이란다.
늘 달콩이 엄마에게 미안한 것들이 많아
그럼에도 엄마는 달콩이를 위해서 씩씩하게 하나하나 잘해나가고 있단다.
달콩이도 건강하게 잘 자라 줄거라 믿어.
오늘은 출근길에 엄마 사진을 찍었단다.
몰골이 엉망이라고 찍지 말라는 엄마지만 아빠의 눈에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고 고마운 모습이라
문득 잘 간직해 두었다가 나중에 달콩이에게 보여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거든.
달콩아 엄마와 아빠는 달콩이를 위해 늘 기도한단다.
우리 곧 건강하게 만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