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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로운파파 Sep 14. 2023

출산을 바라보는 남자

기억나세요? 아이와 처음 만난 날

2019. 6. 18. 22:51 /  3.7kg / 54cm 너 와의 첫 만남



똑똑! 아들 방 뺄 시간이 다 되었습니다.

아들. 지금 이 기분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떨림? 긴장? 걱정? 기대?

아빠는 지금 아들과의 첫 만남을 기다리고 있단다.

아들을 기다리는 이 시간과 공간에서 느껴지는 기분을 무슨 말로 표현을 해야 할지 모르겠어.


세상 모든 부모가 그러하듯 아빠도 아빠가 처음이라 그런 것 같아. 그래서 참 표현하기가 어렵구나. 


그래도 지금 아빠의 마음에 가장 큰 부분은 엄마에 대한 걱정이 차지하고 있단다. 너를 지키기 위해 오늘까지 많은 일을 경험했고, 또 이겨내 왔는데 이 순간 아빠가 할 수 있는 건 오로지 기도뿐이네.


출산의 모든 과정을 엄마가 홀로 감당해야 한다는 것이 미안하면서도, 잘 견뎌주고 있는 엄마가 대단하고 존경스럽다.

 

아들! 엄마 조금만 고생시키고 얼른 나와야 해!

지금 엄마가 의연하게 잘 버텨주고 있거든!

 

질끈 감은 눈
야무지게 다문 마른 입술
꽉 쥔 주먹
고통을 참아내는 거친 숨소리
엄마가 된다는 게 아마 이런 건가 보다.


때로는 두 눈 질끈 감고 넘겨야 하는 일들

입술이 마르도록 참고 또 참아야 하는 인고의 시간

힘들어도 두 주먹 꼭 쥐고 헤쳐나가야 하는 너와 마주하는 세상

숨이 거칠어지도록 함께 걷고 뛰어오르며 마주해야 하는 난관들     

 

그 모든 것들에서 너를 지키기 위해

이 짧은 순간에 모든 것을 응축하고 압축해서 경험하는 건 아닐지


나중에 우리 아들이 크면 엄마에게 정말 잘해야 한다.

엄마 속상하게 하는 불효자가 되면

아빠에게 먼저 혼날 거야!     


아들아! 빨리 보고 싶다.

너의 얼굴

너의 목소리

너의 감정

모든 게 너무 궁금하구나.


어서 건강하게 만나자!!


 2019. 6. 18. 17:52

보호자 대기실에서 아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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