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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로운파파 Sep 15. 2023

아내의 오늘을 살피다.

힘들 때 나를 버티게 해주는 것

2023. 8. 13. 아름다움 너머에 깃든 희생과 헌신


인생은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지만 멀리서 보면 희극이다’ 유명한 코미디언 찰리 채플린이 말했다. 혹시 찰리도 이때 아이를 키우고 있던 것은 아니었을까?


남들은 아이의 예쁘고 귀여운 모습만을 보게 되는 경우가 많아 “아유~ 이렇게 예쁜 아이랑 있으니 얼마나 행복해요?!”라고 말한다. 물론 아예 틀린 말은 아니다. 분명 행복한 날이 더 많은(?) 것 같다. 그런데 그렇지 않은 날도 적지 않다. 그래서 육아는 냉탕과 열탕을 하루에도 수십 번은 더 오가는 반전에 반전을 더한 드라마 같다.

 

2023. 2. 5. 고된 얼굴로 품에서 잠든 너를 보며 다시 힘을내어본다.


육아가 매일 행복하고 즐겁다면 누가 육아를 두고 ‘독박’이라는 표현을 쓰겠는가? 「쓰지 못한 몸으로 잠이 들었다」에서 김미월 님은 엄마의 삶을 “천국을 등에 업고 지옥 불을 건너는 일”이라고까지 표현하고 있다. 아이를 키우는 일이 그만큼 쉽지 않다는 것이다.


나는 어떻게 이런 힘든 시간을 견디고 버틸 수 있을까? 그냥 이 악물고 두 주먹 꽉 쥐고 영화의 대사처럼 ‘존버’를 외치면 될 일인가? 그건 그저 말 그대로 영화에서나 나올 법한 말이다. 현실 육아는 늘 예상치 못한 다채로움을 선사한다. 그래서 존버라는 말로 마냥 버티기는 어렵다.


이런 힘든 시간을 버티게 하는 나의 유일한 위로는 바로 영원한 전우이자 육아 동지이며 우리 집의 실질적인 일인자! 나의 아내이다. 육체적 고통이야 어떻게든 버틸 수 있지만, 마음과 정신이 힘들면 그건 참 방법이 없다. 그럴 때마다 유일한 힘과 의지가 되는 건 나의 힘듦을 온전하게 공유하며 나눌 수 있는 사람이 곁에 있다는 사실이다.


서로의 고됨을 너무나 잘 알기 때문에 어떤 순간에는 서로 말하지 않아도 그저 눈빛으로 합이 맞아 자연스럽게 육퇴 후 치킨을 뜯는다. 그때는 이렇게까지 잘 통할 일인가?! 생각하며 서로 감탄을 한다.


그러나 아무리 맛있는 야식도, 재미있는 드라마도 결국에는 그것을 함께 씹고 뜯고 맛보고 즐길 사람이 없으면 그 맛도 재미도 금방 끝이다. 결국에는 사람이 남아야 한다. 육아에서 그 사람은 오직 남편과 아내 서로뿐이다.


2023. 10. 5. 문득 아내를 바라보다.
2023년 5월 1일 그날도 우리는 늘 그래왔듯 자연스럽게 서로의 위로와 힘이 되었다.


지독한 아데노바이러스로 근 3주 두 아이와 아내가 고생이다.

남편이 직장에 출근한다고 몇 주째 밤새 둘째를 달래던 아내도 결국 몸살이 났다. 여간해선 힘든 내색을 하지 않는데... 특별한 증상도 없이 열이 39도를 오르 내린다.

아픈 두 아이와 아내를 차에 태우고 아내부터 진료를 받고

싫다는 사람 조금이라도 빨리 회복하라고 영양제 주사까지 맞으라고 했다.     


본인도 힘든데 그 와중에 둘째 수유 걱정이라니...

오후 늦게 출근해서 정신없이 학교 일 마무리하고 집에 오니 첫째는 외할머니집에 갔단다.

마음이 아프다. 내가 더 잘 돌봐주지 못하는 것이 못내 미안하고 속상하다.

하필 내일부터 2박 3일 국토순례로 집을 비워야 하는 지금의 상황이 속상하다.

성치 않은 몸으로 종일 아이와 씨름할 아내를 생각하니 뭐라도 해야 할 것 같아

얼른 분리수거 끝내고 빨래도 건조기에 돌리는 중이다.

아내의 손이 가야 하는 일을 하나라도 줄여 놓고 가야 조금이나마 맘이 놓일 것 같다.     


문득 7년 차 부부의 사랑이 이런 게 아닐까 라는 생각이 스친다.

별로 대단할 게 없지만, 서로의 오늘과 내일을 걱정하고 살피는 것

출근하는 남편을 위해 고된 새벽 육아를 자처하고

혼자 정신없을 아내를 위해 쓰레기를 비우고 빨래를 정리하는 그런 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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