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은 명사가 아닌 동사
결혼은 명사가 아니라 동사다. 결혼은 얻는 것이 아니라, 실천하는 것이다. 결혼은 당신이 매일 배우자를 사랑하는 것이다.
-바바라 디 앤젤리스-
아빠 육아의 긍정적 효과는 굳이 언급하지 않아도 많은 아빠들이 알고 있다. 특히 아이의 정서적 안정과 부모와의 유대감 형성에 아빠의 육아 참여가 큰 영향을 준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라떼 육아 시절 아빠들의 육아 참여는 아이가 자라는데 큰 역할을 하지 못했다. 그 시절 아빠들은 직장에서 열심히 일하고 가정을 위해 필요한 것을 제공해 주는 것이 가장 중요한 역할이었고 그 의무를 다했다면 가정에서 자신의 역할은 다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시대는 바뀌었고 이제 아이를 양육하는 데 있어 아빠는 결코 방관자 혹은 주변인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사실이 아이를 양육하는 데 있어 정설이 되었다. 그래서 이제는 서점의 도서 목록에서 '아빠 육아', '아빠의 육아 휴직' 등을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렇다면 그토록 강조하는 아빠 육아는 어떤 것인가?
홍수처럼 쏟아지는 육아 관련 정보들... 책 육아, 칭찬 육아, 이해 육아, 공감 육아 등 아이에게 좋다는 것 뒤에는 모두 'ㅇㅇ육아'라는 식이다. 오히려 쏟아지는 육아 정보 속에서 아빠도 엄마도 정신을 못 차릴 지경이다.
"뱁새가 황새 따라가다 가랑이 찢어진다."는 말이 있다.
좋다는 육아 다 쫓아다니다가는 가랑이 찢어지기 십상이다. 나 역시 아빠 육아의 긍정적인 면을 모르지 않았으니 다양한 것을 공부하며 시도하고 적용하려고 했다. 그런데 하면 할수록 더 어렵고 혼란스럽다.
'아빠의 육아'가 특별히 다른가?
어느 날 문득 아빠의 육아가 흔히 말하는 일반적 육아와 크게 다르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실제로 아빠의 육아는 행하는 주체가 여성에서 남성으로 바뀌었을 뿐이지 그것이 담고 있는 기본적인 활동, 내용, 목표, 가치 등이 일반적 육아와 별반 다르지 않았다.
아빠의 육아가 다른 육아와 구별되는 것은 바로 '아내'에 대한 고려이다.
부모가 아이를 돌보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다. 엄마라서 혹은 아빠라서 다른 것이 아니라 각자가 주어진 환경과 타고난 성별에 따라 해야 할 역할이 조금 다를 뿐이다.
육아를 전담하는 아내와 집안 경제를 책임지는 외벌이 아빠의 상황이 다를 뿐이다. 그럼에도 아직 우리 사회는 엄마들에게 좀 더 많은 책임과 의무감을 부여하고 있다. 맞벌이라고 예외는 아니다. 그래서 아빠의 육아는 아이를 돌보는 것만큼이나 아내에 대한 배려와 이해가 필요하다.
퇴근 후 싱크대 위에 덩그러니 국물만 남아있는 컵라면 용기를 보며 아이의 끼니를 챙기다 지쳐버려 정작 자기는 컵라면 하나로 때워버린 고된 하루가 다가왔다.
식탁 아래로 잔뜩 떨어진 이유식 덩어리들은 오늘도 밥태기로 아이와 전쟁하며 한숨 쉬었을 아내의 얼굴을 떠오르게 했다.
거실에 널브러진 장난감을 보며 첫째와 놀아주며 둘째로 정신없었을 아내의 지친 어깨가 보였다.
아빠 육아의 0순위는 아내가 되어야 한다. 아빠도 아빠 나름대로 일하며 힘들었다고 항변하는 이들도 있을 것이다. 맞는 말이다. 아빠들도 힘들다. 그러나 우리 한 번만 더 생각해 보자.
24시간 육아로 지쳐 기절하듯 잠든 아내를 앞에 두고 우리는 과연 그 어떤 핑계를 통해 저 지친 육신과 정신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는지를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