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나미 안투네즈 Jul 06. 2022

이상한 나라의 엄마.

프롤로그.

alexandriaslens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나는 내가 이상한 나라의 엄마가 될 것이라고 상상도 해 보지 못했다. 아이에게 멕시코 요리를 해주고 영어를 가르치며 한국어로 화를 내는 엄마라니. 살면서 단 한 번도 예측해 본 적 없는 전개였다.


그렇게 삶은 언제나 우리를 예상치 못한 장소로 데려다준다.




언젠가 미국에서 백만장자라고 불리는 사람의 인터뷰를 본 적이 있다. 그는 어떻게 해서 백만장자가 되었냐는 질문에 삶이 나를 이곳으로 데려다주었다고 말했다. 그래, 이왕 데려다 줄 거라면 삶은 왜 백만장자라는 목적지로 나를 데려다주지 않은 것일까. 왜 이곳일까. 미국의 시카고. 단 한 번도 내가 이곳에서 살게 될 것이라고 생각해 본 적 없었다.


이곳에 오기   , 서른이 훨씬 넘은 나이에 나는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모아둔 돈을 호주에서 놀고먹는데  써버리고는 빈털터리가 되어 꿈도 직장도 애인도 모아둔 돈도 하나 없이 부모님 집에 빈대처럼 붙어서 기생했다. 그런 내가 감히 어떻게 결혼을 하고 미국에서 살게  거라고 꿈꿀  있었을까? 게다가 살면서 제대로  연애는   적이 없는 나였기에 그저 다이아몬드 반지를 손가락에 끼고 남편 자랑을 하는 언니와 여동생의 대화를 듣다 혼자 방으로 들어가 눈물을 흘리며 방구석을 긁어대는 처량한 늙은  같은 신세로 마냥 시간이 지나가는 것을 묵묵히 견뎌  수 밖에는 없었다.


하지만 정말로 많은 위대한 사람들이 말하는 것처럼 고통의 시간이 지나고 나면 행복의 시간이 오는 것인지도 모른다. 나는 그 먹먹한 시간들을 잘 견뎌냈고 어느새 살면서 꿈꿔 보지도 못한 미국 시카고에서 멕시코인 남편과 세상에서 가장 귀여운 딸 아라와 함께 아름다운 날들을 보내고 있다.




그렇게 나의 이상한 인생처럼 삶은 언제나 이상하게 흘러가 나를 예상치 못한 장소에 데려다 놓았지만 돌이켜 생각해 보면 난 단 한 번도 내가 있지 말아야 할 곳에 도착해 본 적이 없었다. 나는 언제나 내가 있어야 할 곳에 있었다. 그것이 빈털터리 노처녀이든, 시카고의 이상한 엄마이든, 내가 지금 이 순간 배워야 할 것들을 배울 수 있는 기회의 장場에 나는 언제나 완벽하게 도착해 있었다.


그리고 나의 글은 그런 장場에 대한 이야기이다. 당신을 위해 삶이 지금 이 순간 얼마나 많은 이야기를 하고 있는지, 당신이 있는 그 이상하게 보이는 나라가 당신에게 얼마나 완벽한 곳인지에 대한 이야기이다. 그리고 참 이상한 인생을 살았고 한국인지 미국인지 멕시코인지 모를 이상한 나라에 살고 있는 엄마와 아이에 대한 이야기이다.


개봉박두.


두둥.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