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움이 필요할 때 내가 할 수 있는 유일한 일. 글을 쓰는 일.
가슴이 답답하고 외로울 때 내가 할 수 있는 유일한 일. 글을 쓰는 일.
나는 존재가치가 없다고 느껴질 때 내가 할 수 있는 유일한 일. 글을 쓰는 일.
세상이 나를 향해 완전히 등을 돌리고 모두가 나를 외면할 때 내가 할 수 있는 유일한 일. 글을 쓰는 일.
아무도 이야기할 사람이 없고 모두가 버거울 때 내가 할 수 있는 유일한 일. 글을 쓰는 일.
나 자신이 너무 불쌍하고 딱할 때 내가 할 수 있는 유일한 일. 글을 쓰는 일.
지옥 같은 현실을 간신히 견디고 서 있을 때 내가 할 수 있는 유일한 일. 글을 쓰는 일.
몸이 끝없이 바닥으로 떨어지는 기분이 들 때 내가 할 수 있는 유일한 일. 글을 쓰는 일.
살면서 기뻤던 기억이 하나도 떠오르지 않을 때 내가 할 수 있는 유일한 일. 글을 쓰는 일.
내가 나 자신을 괴롭히고 있는 것을 알지만 멈출 수 없을 때 내가 할 수 있는 유일한 일. 글을 쓰는 일.
엄마가 너무 미울 때 내가 할 수 있는 유일한 일. 글을 쓰는 일.
아픈 기억들이 사라지지 않을 때 내가 할 수 있는 유일한 일. 글을 쓰는 일.
절실하게 소망하는 일이 이루어지지 않을 때 내가 할 수 있는 유일한 일. 글을 쓰는 일.
신이 나의 기도를 들어주지 않을 때 내가 할 수 있는 유일한 일. 글을 쓰는 일.
혼자 있고 싶을 때 내가 할 수 있는 유일한 일. 글을 쓰는 일.
누군가를 용서하는 것이 너무 힘이 들 때 내가 할 수 있는 유일한 일. 글을 쓰는 일.
좌절감에 압도되어 화가 치밀어 오를 때 내가 할 수 있는 유일한 일. 글을 쓰는 일.
수치심에 세상으로부터 숨어 버리고 싶을 때 내가 할 수 있는 유일한 일. 글을 쓰는 일.
할 일이 아무것도 없어 숨만 쉬고 있는 것조차 사치처럼 느껴질 때 내가 할 수 있는 유일한 일. 글을 쓰는 일.
아무도 내 곁에 있어주지 않을 때 내가 할 수 있는 유일한 일. 글을 쓰는 일.
나의 모든 아픔들을 내가 만든 것임을 처절하게 깨달았을 때 내가 할 수 있는 유일한 일. 글을 쓰는 일.
나의 현실을 바꾸기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유일한 일. 글을 쓰는 일.
글을 쓸수록 알게 되는 것. 글을 쓰는 일.
이 글은 꽤 오래전 내가 굉장히 힘든 시절에 쓴 글이다. 그런데 참 신기한 것은 그때의 아팠던 시간들이 꼭 고통으로만 기억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산다는 것은 참 가슴 저리고 고통스러운 순간들을 견뎌내야 하는 것이지만 그 시간조차 어둠의 껍질이 깨지고 나면 빛이 되는 것 같다.
나의 현실과 마음은 참 아팠지만 정작 나는 처절하게 혼자의 시간을 견디며 추억들을 만들었다.
팔이 아플 정도로 일기장에 글을 썼고 다리가 퉁퉁 부울 정도로 아침부터 밤까지 걷고 눈물을 온 마음으로 참아내며 그 어떤 것에도 의지하지 않고 스스로 힘든 시간을 이겨냈다. 그리고 그 시간들이 조금도 헛되지 않았다는 것을 지금은 안다.
우리는 슬프고 괴로운 감정이 절대 헛된 것이 아니라는 것을 온 마음으로 깨달을 때 비로소 긍정적인 사람이 된다. 슬프고 우울한 감정들을 기쁜 감정으로 바꾸기 위해 애쓰는 것은 자학에 불과하다.
좋은 것만을 취하겠다는 태도는 완벽한 통제이자 두려움이고 삶은 내가 두려움 속에 있기를 바라지 않는다. 언제나 나를 꺼내어 사랑의 길로 이끌기 위해 삶은 최선을 다할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모든 순간들을 물 흐르듯 바라볼 수 있을 때 비로소 삶은 축복이 된다.
나는 지금도 도움이 필요할 때면 글을 쓴다. 그리고 글을 쓰는 것 자체가 언제나 나를 돕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