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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미 안투네즈 Aug 25. 2022

당신은 지금 무엇을 껴안고 있나요?

hug by Alisher Kush








나는 많은 것을 포기하고 살았다. 일본에 처음 갔을 때 일 년의 연수과정을 끝마치지 못하고 돌아왔고 대학교도 자퇴했으며 간신히 일본에서 학교를 졸업한 후에 취업을 시도만 하다가 포기하고 한국으로 다시 돌아왔다. 한국에서 어렵게 들어간 회사도 3년을 채우지 못한 채 퇴사했으며 호주에 영어를 배우러 갔다가 돈만 버리고 돌아왔고 사업도 시작해 놓고 몇 달을 못 버티고 그만두었다. 그리고 연인과는 항상 시작도 하기 전에 너무 많은 에너지를 써버려서 오래 사귀지도 못하고 스스로 지쳐서 포기해 버렸다.


내가 살아온 인생이 너무도 뻔하고 비슷했기 때문에 내가 남편과 결혼한다고 했을  부모님은 당연히 반대했다. 내가  쉽게 포기해 버릴 것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심지어 아빠는 내가 결혼하자마자 이혼해서 집으로 돌아올 것이라고 장담했었다. 그리고 아빠의 확신처럼 처음에는 남편과 자주 싸웠다. 하지만 명상을 하고 글을 쓰기 시작하면서 나는 마음을 다스리기 시작했고 지금은 이혼할 걱정 없이 남편과 귀여운 딸 아라와 함께 평화롭고 행복하게 잘 살아가고 있다.




나는 작년 2월부터 블로그에 글을 쓰기 시작했다. 시간이 날 때마다 가끔씩 글을 쓰다가 한 달 동안 매일 한 편의 글을 쓰자고 스스로에게 약속했다. 그리고 나는 한 달 동안, 하루도 빠짐없이 나와의 약속을 지켰고 지금까지 이백여 편의 글을 썼다.


머릿속은 항상 글을 쓰지 못할 이유를 찾았다. 오늘은 이런저런 이유가 있으니까 하루쯤 글을 안 써도 괜찮아. 하지만 그런 생각들을 그냥 들어주면서 나는 매일 밤 책상에 앉아 글을 썼다. 글감이 전혀 생각나지 않더라도 일단 앉아서 쓰기 시작하면 글은 완성되었다. 마음에 들지 않는 글도 있었고 지워 버리고도 싶은 글도 있었지만 그냥 올렸다. 그리고 뒤돌아 보지 않고 내일이 되면 또 내일의 글을 썼다.


나는 끝까지 해보지 못하고 쉽게 포기하는 삶을 살았다. 하지만 그런 삶이 나에게 가르쳐 준 것이 하나 있다. 바로 나는 쉽게 포기하는 사람이라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내가 정말 원하는 것, 내가 정말 하고 싶은 것을 찾았을 때 내가 어떻게 할지가 눈에 뻔하게 보였고 그런 나를 어떻게 구슬려서 원하는 방향으로 이끌고 가야 하는지 알 수 있었다. 이미 내 안에서 너무 많은 오답들을 경험하고 하나씩 지워갔기 때문에 이제는 어떤 것이 정답인지가 아주 선명하게 보였다.




나는 나의 과거를 사랑하고 나의 오답들이 가르쳐준 경험들을 가치 있게 생각한다. 하지만 모든 과거는 보내줄 수 있을 때 더 큰 힘을 발휘한다. 그것을 더 이상 끌어안고 살아가지 않기로 다짐할 수 있을 때 '쉽게 포기하는 나'와도 작별할 수 있다.


엉망인 삶도, 무엇 하나 이루지 못한 삶도, 성공한 삶도, 아름다운 삶도 다 있는 그대로 의미가 있다. 그냥 그 방법이 나에게 필요했기 때문에 그러한 모습으로 내 앞에 드러났을 뿐이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 이 순간 내 삶이 나에게 등을 진 것처럼 보여도 모든 것이 가야 할 길로 가고 있다는 것을 믿어야 한다. 나의 과거 때문에 그리고 나의 주변 사람들이 나를 비난한다고 해서 나까지 나를 포기하지 말자. 과거를 보내주고 지금의 나를 사랑해 주자. 한강의 단편 소설 한 구절처럼 존재하지 않는 괴물 같은 죄 위로 얇은 천을 씌워놓고, 목숨처럼 껴안고 살아가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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