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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미 안투네즈 Sep 13. 2022

서른 넘어 배운 자전거.

Twilight-lit by Ben Reeves







나는 서른 넘어 처음으로 자전거를 배웠다. 회사에 가기 위해 버스를 기다리고 있던 정류장에서 버스가 왔는데도 타지 않고 하염없이 눈물만 흘리며 멍하니 한참을 앉아 있었다. 그렇게 아무 이유도 없이 회사를 그만두었다. 그리고 갑자기 호주로 떠났다. 워킹 홀리데이 비자를 받을 수 있는 마지막 나이라는 사실을 알고 무작정 비자를 신청했다.


처음에는 무엇을 해야 할지 몰라 작은 어학원을 다녔는데 거의 모든 학생들이 홈스테이에서 학원까지 자전거를 타고 갔다. 나는 어떻게 다들 자전거를 탈 수 있는지 의아했다. 나는 자전거를 배워 본 적도 가져 본 적도 없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나는 걸어서 학교를 갔다. 한 시간을 꼬박 걸어야 했지만 걷는 것은 누구보다 잘하는 나였다.


그런데 어느 날 불현듯 자전거를 배워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언제까지나 못하는 것을 못하는 것으로 두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자전거를 빌려서 학원 안에 있는 작은 공터에서 연습을 시작했다. 당연하게 넘어지고 다치고 제대로 페달 한번 굴려보지도 못하고 실패했다. 그런 나를 본 친구들이 하나둘씩 다가와 도와주기 시작했다. 눈 한번 마주치지도, 말 한번 나눠보지도 못했던 외국 친구들이 어떻게 해서든 나를 돕기 위해 발 벗고 나섰고 서른 넘은 작은 한국 여자의 자전거 타는 것을 성공시키기 위해 이탈리아, 스페인, 스위스 등 각국의 친구들이 한데 모였다.


한 명은 자전거를 잡고, 한 명은 계속 나에게 용기의 말을 건네고, 한 명은 발을 어떻게 움직여야 하는지 가르쳐주며 자전거와 같이 뛰었다. 그리고 그렇게 나는 처음으로 자전거를 혼자 탔고 그 순간 나를 지켜보고 있던 수십 명의 외국 친구들이 환호성을 질렀다.  


그날 , 가슴 벅찬 마음으로 잠자리에 들었다. 그리고  이상 하지 못한다고, 배우지 않았다고, 부모가 가르쳐 주지 않았다고, 능력이 없고 시간이 없다는 핑계들로 루어두었던 것을 하나씩 하기로 마음먹었다. 두려움에 갇혀 살던 나를 꺼내 주기로 마음먹었다.


그래서 나는 수영도, 운전도 서른 중반이 되어서야 배웠다. 갓 고등학교를 졸업한 친구들 사이에 끼어서 수영강습도 다니고 운전 학원도 다녔다. 서른여섯이 되어서야 제대로 된 연애를 해서 결혼을 했고 서른일곱이 되어서야 꿈을 찾았다.




언젠가 미국의 유명한 영성가인 '바이런 케이티'의 강연을 본 적이 있다. 그녀에게는 암에 걸린 한 친구가 있었다고 한다. 케이티는 자주 친구의 병문안을 가 그녀의 곁을 지켰다. 그러던 어느 날 이제 정말 죽을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생각한 친구는 케이티에게 조용하게 말했다고 한다. '케이티, 나는 당신을 정말 사랑해요.' 그러자 케이티는 이렇게 말했다. '아니오. 당신은 나를 사랑할 수 없어요. 당신은 아직 암을 사랑하지 못하잖아요'




당신이 '사랑할 수 없다'는 생각을 어딘가에 붙여 놓는 순간 당신은 또 언제 어떤 것에 '사랑할 수 없다'는 생각을 붙여 놓을지 모른다. 당신이 암조차 사랑할 수 있을 때, 당신은 모든 것을 편견 없이 사랑할 수 있다.


당신이 어떤 것을 못한다고 생각할 때, 당신에게는 수천 가지의 불가능한 것들이 생긴다. 하지만 당신이 '나는 무엇이든지 할 수 있다'라고 생각하는 순간 당신에게는 가능성의 문들이 하나씩 열리기 시작한다. '나는 그런 건 못하는 사람이야'라고 단정 짓는 순간 당신은 그것도 못하고 저것도 못할 수 있는 사람이 되어 버리지만 당신 안에 도사리고 있는 엄청난 힘을 믿고 도전하는 순간 당신은 무엇이든 할 수 있는 사람이 된다. 당신이 정말로 할 수 있는지 없는지, 당신이 그러한 능력을 갖고 있는지 갖고 있지 않은지는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것은 당신이 의지를 내는가 내지 않는가에 따라 당신의 삶이 전혀 다른 길로 흘러간다는 것이다.


세상을 변화시키고 싶다면 아침에 일어나 이불부터 개라는 미국의 멕 레이븐 해군 대장의 말처럼 어쩌면 매일의 아주 작은 성공이 큰 변화를 가져올지도 모른다. 두려움 속에서도 한번 해보겠다고 밟은 페달이 나를 어디로 데려갈지 모른다.




얼마 전에 남편의 친구들과 같이 여행을 갔다. 다 같이 수영도 하고 자전거도 탔다. 내가 도전하지 않았더라면 분명 여행 가서 가만히 앉아만 있었을 텐데 포기하지 않고 배웠던 것들이 관계를 만들어 주었다. 그리고 다 같이 배구도 했다. 몇 년 전만 해도 배구 같은 운동은 절대 하지 않았을 나였지만 도전해 봤다. 운동신경이 말짱 꽝이라 분명 못할 거라고 생각했었는데 나도 조금 점수를 획득해서 팀에 도움이 되는 선수가 되어있었다. 아니, 도움이 되었는지 아니었는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내가 가슴을 열고 기쁜 마음으로 도전을 했다는 거 자체가 중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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