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 만날 수탉 앞에 잘못을 먼저 저지르고 노심초사
참새를 손바닥에 올려보다가, 어찌해야 할지 어리둥절해 하는 농부...
그 곁으로 커다란 그림자가 드리웠다. 돌아보니 소년이다.
“어? 뭐 하세요? 양계장은 저 쪽이예요! 절 따라오시던지요~”
그러고 보니 소년이 손에 들고 있던 달걀이 깨졌는지 사라지고 없었
다.
“너 아까 닭장에서 들고 나오던 계란은 어쨌니?”
“아, 그건 떨어뜨렸죠~ 에이, 뭘 물으세요? 수탉 떨어진 참새 똥 닦아주다 버린 셈 쳐요.”
달걀 몇 개 정도랑은 맞바꾸어도 아무렇지 않은 수탉의 위대함이라니...
참새는 더욱 기가 죽을 지경이었다.
소년에게 저렇게 인정받는 수탉이라면 자신의 정체를 알았을 때 결코 가만두지 않을 것이다.
“원래는 달걀 들고 집에 두고 가려고 했는데, 어차피 깨졌으니까요, 뭐~”
“왜? 그 수탉을 양계장에 데려다 놓는 일은 그리 급하진 않았던 거냐?”
농부들이 그런 소년을 반기며 물었다.
“아뇨. 이 닭은 워낙 영특해서 마당에 좀 풀어놓아도 제 발로 찾아가거든요~”
소년의 대답이 꽤 그럴싸하게 들렸는지 농부들도 박수를 치며 화답한다.
“아하~! 고 녀석 진짜 기특한 닭이네! 이 오리랑 덩치가 삐까한데~ 서로 친구 먹으면 어떨까? 하하.”
참새에게는 듣던 중 반가운 소리였다.
“이 수탉도 다른 닭들하곤 자꾸만 싸움이 나서 분리시키곤 했었는데요~”
“아! 서로 얼굴 좀 보게나... 반기는 것 같지 않은가!”
농부의 손에서 내려 와 고개를 쭉 내민 참새가 보니, 어이없기 그지없는 해석이었다.
오리는 수탉을 향해 이글거리는 시샘을 분출하고 있고,
수탉은 아래위로 눈동자를 굴려대며 오리를 경계하기 바빴다.
이 둘의 첫 만남이 어땠을지는 굳이 상상까지 가지 않아도 짐작되는 순간이었다.
“살벌하네~ 교장님, 제 얘기 해주시기로 하셨잖아요~”
오리는 눈만 한번 꿈벅이곤 골똘이 생각에 잠겼다.
“친해질 수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저 닭대가리는 날 기억도 못하는 것 같아. 충격적인데?”
“아, 그건 지금 그렇게 사람 품에 안겨서 귀여운 척 하고 계시니까 그렇죠”
“귀여운 척! 이라니? 난 지금 보호가 필요한 상태라 내 권리를 누리는 것 뿐이라구”
-푸드덕-
갑작스런 수탉의 날개짓에 모두가 깜짝 놀랐다.
“어이~! 오리 양반. 그 짹짹거리는 꼬맹이와 이제 세트로 다니는 겐가?”
-목요일에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