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스무디 Sep 19. 2024

참새의 위기

새로운 교장 수탉에게 찍혀버리는 참새의 걱정이 이만저만...


그저 날아올랐다는 기쁨에 취해 춤을 좀 췄을 뿐인데...      


참새도 갑자기 즐거웠던 기분에 비난과 돌이 얹혀진 기분이라 더럽고 치사하단 생각이 든다.     

 

‘에잇! 그냥 있던 대로 돌아갈까? 아직은 나한테 어울리는 자리가 저 땅인 것 같아.’     


살포시 종종거리며 감나무 아래로 다시 내려오는 참새.     


“꼬끼오~”     


소리 한번 우렁찬 수탉의 고함이다.

참새와 눈이 마주쳐 불쾌한 듯 파닥거린다.  

   

‘이런~ 오리 교장이 자리를 내어줬다고 했던 그 수탉이 바로 저분이실까? 그럼 안 되는데... ’    

 

불안한 마음으로 멈춰 서,

나무 옆을 흘끔 보니 손에 고이 달걀을 들고 옮기던 소년도 보인다.      


“앗! 이런~ 잠깐 이 달걀 좀 받아주세요~”    

 

소년도 들고 있던 달걀들을...

낯설어 피하려던 농부들에게 쥐어주고는 애지중지 그 수탉을 쓰다듬어주려 하였다.


화려한 깃털과, 장엄한 기개! 범상치 않은 수탉임에는 틀림없는 것 같다.   

  

“에고~ 어쩌니? 저 새똥이 윤기 나는 깃털을 오염시켜 버렸네. 쯧쯔...”     


그 말에 다시 화들짝 놀란 참새는 얼른 땅 위에 발을 딛고 나무 뒤로 몸을 숨겼다.

     

‘똥 싼 새가 농부들이 데려온 나라는 걸 눈치채면 절대 안 돼! 이러면 모르겠지?’

    

참새의 마음도 내내 편치 않았다.

아무래도 오리가 ‘비행금지’라고 했던 말을 어겨서 벌을 받는 기분이 든다.   

  

“그나저나 그 멋진 닭은 왜 홀로 너를 따라나선 게냐? 아까 있던 닭장에 남아 있지 않고~”   

  

농부들이 기회를 잡은 듯 궁금했던 일들을 소년에게 재빠르게 물었다.     


“얘는 여기서 키울 닭이 아녜요. 암탉과 지내게 해주려고 잠깐 두었던 것 뿐이거든요~”     


“엥? 그럼, 이제 어디로 데려가니?”     


“네... 양계장에요. 거기 가면 이 닭이 제일 크고 화려한 녀석이라 군기를~ 확~ 잡아 줄 거거든요. 하하하”    

 

“참, 넝담도 잘하는구나. 하하하.”     


“재밌는 발상이구나! 닭 주제에 군기라니... 껄껄... 병아리들을 휘어잡는 모양이지? 아하!”     


가볍게 주고받는듯한 인간들의 대화였지만,

참새는 그동안 오리에게 들었던 이야기가 다 맞다는 걸 확인하게 된 순간이라 그런지,

온몸에 소름이 살짝 돋고 있었다.       


즉, 병아리 수업의 우두머리가 수탉으로 바뀌었다는 사연과

그런 수탉을 만나면 자신을 그에게 부탁해주겠다고 말했던 오리교장의 약속이 떠오르는 것이다.   

    

‘어쩌지? 정말 저 수탉이 새로운 교장님이라면... 날 봐 버렸잖아.’  

   

걱정으로 잔뜩 굳어 차마 발조차 떨어지지 않는 참새지만,

이런 때일수록 더더욱 기가 죽어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이 문득 스쳤다.   

   

“내가... 내가... 다시

노란 치자물을 뺀다면 그럼 못 알아보실까?”    

 

어리석은 생각이었다.

그렇게 쉽게 깃털에서 빠지지도 않을 치자의 노란물이지만,

그렇게 된다 해도, 병아리들과 확실히 구별되어서 양계장에 들어가자마자 내쫓길 게 뻔하기 때문이다.




구독과 라이킷은 센스♡


-다음화는 월요일 새벽에 발행될 예정입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