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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무디 Oct 03. 2024

참새의 정체

노란물을 들인 자신의 실체가 드러날까 걱정하는 참새


양계장 주인이 보기에도 분명 새처럼 날아들어 온 것이 

이번에는 도망칠 생각을 하지 않고 얌전히 자신의 손에 머물러 있으니 신기하긴 했나보다. 

    

“자자~ 깨끗하게 씻겨라.”  

   

-쏴아~-      


차가운 지하수가 콸콸 쏟아지는 펌프 아래서 참새는 

쫄딱 젖은 모양새로 양계장 관리인이 시키는 대로만 조심조심 움직였다. 


그러는 동안 입은 굳게 꼭 다물고 있었다.      


“됐다.”     


참새를 다 씻긴 양계장 관리인은 가만히 참새를 들여다보다가, 

노랗게 염색한 깃털들 사이로 드러난 속 깃털을 보고 말았다. 


분명 갈색이었다.     


“아니, 이런... 새로 나는 깃털 색이...”     


참새는 그만 어지러움에 쓰러지고 말았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쓰러진 척하는 것이었다. 


새로 난 깃털이란 말을 듣는 순간, 

어쩌면 정체가 탄로날까 봐 도저히 눈뜬 채로 견딜 수가 없을 지경이었다. 


쓰러진 참새의 몸은 가늘게 파르르 떨리고 차갑게 식어갔다.     


“이런~ 찬물에 씻겼더니 그새 오한이 든 모양이군. 어서 따뜻한 타월을 덮어줘야겠어.”  

   

다행히도 양계장 관리인은 자신이 잘못 씻긴 탓에 

참새가 시름시름 앓을까 봐 걱정하느라 참새의 본래 정체 따위는 신경 쓸 겨를도 없어 보였다. 


참새의 지혜로운 꾀가 효력이 있는 듯 했다. 


쓰러지지 않았다면 파르르 떠는 모습도 단지 두려움으로 보였을지 모를 테니까 말이다.   

  

오래지 않아 관리인은 부드러운 타월로 참새의 온몸을 감싸주었고, 

따뜻한 바람이 이는 드라이어 근처에서 속 털까지 보송보송 마르도록 참새의 몸을 털어주었다.   

   

이내 다시, 오히려 전보다 더 깨끗한 모습으로 돌아온 참새는 뿌듯한 즐거움에 기분이 좋아졌다. 


이제 어디로 가면 되는 걸까... 그런 생각을 하는 동안 반가운 소리가 들려왔다.     


-삐약 삐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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