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칠하게 굴지 마.

Don't be snippy.


"키오스크로 주문하세요!"

'?? 나 아무 말도 안 했는데?' 말 한마디 걸기도 전에 단 칼에 질문을 거절당했다. 주문하려고 했던 것도 아니고, 키오스크로 주문하기 전에 물어볼 게 있어서 카운터 앞에 잠깐 선 건데, 너무 쌀쌀맞네 진짜. 말뿐 아니라 표정까지 '어서 저리 가!'라고 까칠하게 말하는 듯했다. 아니, 가게에서 주문하기 전에 질문도 못하는 건가? 기분이 상해서 먹고 싶은 마음이 싹 사라졌다.


기계보다 더 기계스럽다고 생각했다.

기계는 AI가 탑재되어 있어서 목소리라도 억지 상냥하지, 이 점원은 사람의 모습을 하고서 사람과 대화하기를 거부하는 기계 같았다. 일이 고되고 힘들기야 하겠지만, 내가 힘들다고 해서 그 감정을 그대로 다른 사람에게 던져버려도 되는 건가. '기분이 태도가 되지 않도록' 하는 법에 대한 다양한 책이 끝도 없이 나오고 있는 것도 다 이유가 있겠지.


예전 회사 동료의 말이 떠오른다.

"만원 지하철을 타면 인간 혐오가 생기려고 해요."

놀랄 만큼 강한 표현이지만 어떤 느낌으로 그 말을 했는지 알 것도 같았다. 밀리고 치이고, 발꿈치를 살짝 밟거나 해도 미안하다는 말은 커녕, 눈이라도 마주치면 경계적으로 쏘아보는 적반하장의 눈빛에 기가 빨리고 토하고 싶은 기분이라나. 누군가가 빈자리에 가방을 놓고 두 자리를 차지하고 있길래, 혹시 가방 좀 치워줄 수 있냐고 물었더니 보란 듯이 가방을 세게 훽-! 잡아당기며 까칠하게 반응을 보여서 당황한 적도 있고, 휴대폰 배터리가 다 떨어지면 어디 시선 둘 곳조차 마땅치 않아서, 읽지도 않는 얇은 책을 들고 다닌다고도 했다. 일종의 '눈 가리개'라고 했다. 그 자리에 있던 네 명 모두 비슷한 경험, 비슷한 느낌이 들었던 적이 있기에, 원치 않는 간접 불쾌함이 느껴지려던 찰나,

"다 햇빛을 못 받아서 그래. 몇 구간만 잠깐 반짝 밝았다가 계속 어두우니까 다들 다크 해지는 거지. 더 다크 해지기 전에 차를 사."

우스갯소리로 던진 누군가의 말에 다 같이 웃었다. 별 거 아닌 농담에 10% 정도 인류애 충전. 역시 사람 기분을 풀어주는 데는, 사람이 최고다.


우리 아파트는 (사실 '내가 사는 아파트'가 맞는 말이지만) 소형 평수로 이루어져 있어서, 1인 가구, 특히 그중에서도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많이 살고 있다. 그런데 며칠 전 엘리베이터 앞에 선 유치원생 정도 되어 보이는 여자 아이를 봤다. 할머니 손을 잡고 엘리베이터를 기다리고 있었다. 나는 아직 짐을 들고 조금 떨어진 곳에서 엘리베이터로 천천히 걸어가고 있는 중이라 당연히 엘리베이터가 먼저 출발(?)할 줄 알았는데, 그 여자아이는 버튼을 누른 채로 귀엽게 외쳤다.

"같이 타고 올라가게 얼른 오세요!"

'애가 눈도 좋네?' 짐이 무거워서 뛰면 안 되는데, 애가 빨리 오라니까 뛰어가는 수밖에. 유치원에서 에너지 절약에 대해 배워서인지, 원래 다정다감한 아이인 건지는 알 수 없지만 엉겁결에 엘리베이터에 올라탔다. 애가 외모와는 달리 너무도 어른스러운 태도로 말을 해서 나도 모르게 리드당했다.

"고마워."

"네에-"

귀여웠다. 할머니와 여자아이가 먼저 내리고, 여자아이는 바이바이-까지 해줬다. 이렇게 어릴 때는 대부분 귀엽고 다정한데 커나가면서 도대체 무슨 일들이 있길래 우리는 점점 까칠해지는 것일까.


"기사님, 이거 당산 시장 가요?"

"당산 시장이 어딨어요! 영등포 시장만 가요!"

버스는 할머니 반응도 기다리지 않고, 쌩-하고 출발했다.


"안녕하세요. 치즈 케이크 하나 주세요."

"다음부턴 커피랑 같이 시켜야 돼요!"

인사를 하기는커녕 제대로 받지도 않고 까칠하게 대하는 일방적인 자세에, 왜 케이크만 시키면 안 되는지 물어보고 싶지도 않을 만큼 불쾌해졌다.


"초음파 검사실이 지하에 있나요?"

"수납부터 하세요. 수납하고 다시 오세요."

'아니, 아픈 환자를 데리고 있는 보호자가 뭘 물어보지도 못해?' 묻지 말고 일단 모르면 하라는 대로 하기나 하라는 무례한 태도에, 아픈 마음이 더 쑤셔왔던 기억도 떠오른다.


'뭐야 정말...왜 이렇게 불친절해?' , '굳이 저렇게 기분 나쁜 말투로 말할 필요가 있나?' 하고 아무렇지 않게 넘겨버리는 날도 있지만, 가끔은 툭하고 불쾌했던 기억의 조각들이 머릿속에서 자동으로 리플레이되는 경우도 있다. 그건 아무래도 마음에 상처로 남았단 뜻일 거다. 잊어도 되는 일임에도 뭔가 마음에 불편한 감정이 남아서, 치유되지 않아서, 약간의 토닥거림이 필요해서 일거다.


'다정함이 세상을 구한다!' , '다정함도 지능이다'라는 말을 들어보았을 것이다.

왜 이런 말들이 생겨난 것인지 자주 느끼게 되는 요즘이다. 다정해지는 데에도 훈련과 연습이 필요하다고 한다. 남에게 일부러 상처 주려는 것이 아니라면, 조금씩만 노력해 보자. 예상치 못한 따수운 말투와 미소는 생겼던 화도 가라앉혀주니까 말이다. 가시 돋친 말투와 까칠한 표정으로 무장해야 할 만큼 아직은 그렇게 무서운 세상은 아니라고 믿고 싶다. 우리 이유 없이 까칠한 말과 태도로 서로 상처 주지 말자구요.


"Don't be snippy."






[한 모금 더]

snip

위에서 사용된 snippy를 익히기 전에, 동사이자 명사인 snip의 뜻을 알면 의미 파악이 더 쉬워진다. '(가위로) 싹둑 자르다, 잘라내다'를 뜻하는 동사의 역할과 '(가위로 싹둑) 자르기', '가위질' , '가위로 무언가를 단 번에 '싹둑' 자르는 동작', 또는 그 도구인 '가위', '싹둑 자르는 소리' 등을 말하는 명사의 역할을 한다. 뭐랄까, 단칼에 거절하거나 매정하게 잘라내는 느낌을 기억하면 snippy의 의미가 더 와닿을 것이다.


snippy

'날카로운', '까칠한, 퉁명스러운', '버릇없는', '날이 선, 무뚝뚝한'의 의미를 가지는 형용사이다. 한 마디로 snippy사람의 마음을 가위로 싹둑 잘라내 듯이 날 선 말을 하는 태도나 모양새를 표현하는 단어이다. 누군가의 말투나 태도를 부정적으로 표현할 때 자주 쓰인다.



[체크 체크]

- be snippy: 까칠하게 굴다, 날카롭게 대하다

snippy를 be동사와 결합시켜 누군가의 말투나 행동이 까칠하고 날카롭다고 표현할 수 있다.


- snippy response: 까칠한 반응, 날 선 응답

명사 앞에 snippy를 써서, 누군가의 까칠하고 냉소적인 반응이나, 응답 등을 한정적으로 묘사할 수 있다.



[이렇게 활용]

* 해석은 자연스럽게 번역한 것으로, 직역이 아니므로 주의!


You don't have to be snippy.

그렇게 까칠하게 성질 낼 필요는 없잖아.


Don't be snippy with others.

다른 이들에게 퉁명스럽게 대하지 마.


She gave me a snippy response.

그녀는 나에게 까칠한 반응을 보였다.


He's not such a snippy person.

그는 그렇게까지 무례한 사람은 아니야.


The clerk showed me a snippy attitude.

그 직원은 나에게 무시하는 듯한 태도를 보였어.






자기 자신의 맘을 들여다보고 잘 돌보는 것도 중요하지만, 남의 맘도 헤아려볼 수 있는 다정한 세상이길 바랍니다. 다정한 눈길로 바라보면, 내가 살아가는 세상이 조금은 더 예뻐 보일 테니까요.


Love the world we live in. Don't be snippy. Kindness always wins!






이전 13화그냥 솔직해져 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