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복무와 복무연장 그리고 나의 선택
군 생활 2년 차.
장교는 중위 진급을 한 직후 하나의 갈림길에 서게 된다. 군에 남을 것인지 떠날 것인지.
남자들의 경우 의무 복무만 하고 전역하는 경우도 꽤 있었지만,
의무가 아님에도 지원해서 군대에 오는 여군들의 경우는 장기 희망자가 제법 많았다.
저마다 이유는 달랐겠지만
그중 하나는 공무원처럼 안정적인 정년이 보장되는 직장으로 여겼던 경우도 많았을 것이다.
내가 복무하던 '08년부터 '13년 당시 당시 여군 사관의 의무복무기간은 3년이었다.
임관 후 3년 의무복무를 마치고 전역하거나,
희망자의 경우 장기복무나 복무연장을 할 수 있었다.
장기복무는 군생활 2년 차에 신청할 수 있으며 선발될 경우 장교는 10년 복무기간이 추가로 확보되며 5년 차에 한번 더 희망자에 한해 전역할 기회가 주어진다. 참고로 장교들의 군 생활은 진급에 달려있다. '계급정년'이란 것이 있어, 진급을 하지 못하고 일정 나이가 지나면 더 이상 그 계급에 머무를 수가 없기에 전역해야 하는 제도였다. 언제든 이런저런 이유로 군 생활을 관두고 사회로 재 취업을 할 경우의 수도 생각해 봐야 핬기에 장기 복무는 신중을 거듭해야 할 일이었다.
장기 복무에는 임관 성적과 상훈 기록, 자기 계발 결과 등이 가점으로 적용되고 첫해 선발되지 못했다고 해도 군에 몸 담고 있는 한 몇 년간 지속적으로 지원할 기회는 주어진다. 장기복무에 늦게 선발될수록 그만큼 영관장교로의 진급이 늦어질 가능성이 높으나 꼭 그런 것은 아니고 여러 변수가 작용되는듯해서 확실히 단정 지을 수는 없다.
물론 이것은 시간이 지나니 보이는 것일 뿐 당시 나는 그렇게 까지 길게 앞날을 내다보거나 계획하지는 않았다. 당시 내가 고려했던 부분은 '적성' 하나뿐이었다. 군생활 2년 차 첫 장기복무 지원의 기회가 주어졌을 때, 그럼에도 일단 한번 장기복무에 지원해 봤으며, 장교 임관성적이 좋지 않았던 나는 (다행히) 장기복무에 떨어졌다. 그리고 그다음 해였다. 군에 뜻도 적성도 없음을 깨닫고 더 이상 장기 복무 지원을 하지 않은 내게 '복무 연장' 신청시기라는 소식이 들려왔다. 군생활에 이미 미련이 없던 나는 중대장님과 행정과장님의 권유에도 복무연장을 신청하지 않았고, 군과의 인연은 의무복무 3년이면 족하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참고로 복무연장 기간은 1년부터 4년까지 신청할 수 있으며, 복무 연장을 신청하는 대부분의 이유는 군에 머무르며 장기 복무를 할 기회를 마련하기 위함이다. 중간에 장기복무자의 전역 등의 이유로 T.O. 가 생기기 때문이다.
그렇게 며칠의 시간이 흘렀다. 모집 기간이 종료되었다던 복무연장은 무슨 이유에서인지 기간 만료가 연기되거나 추가모집에 들어갔다. 탄약 소대장이었던 나는 그날도 평소처럼 탄약고 지역에서 작업을 하고 있는데 중대장님께 전화가 걸려왔다.
"복무연장 모집 아직 안 끝났대. 오늘까지라는데 한번 신청해볼래?"
... 적절한 비유인지는 모르겠지만 홈쇼핑의 마지막 남은 하루. 혹은 마지막 남은 한 개라는 멘트가 주는 느낌이 이런 게 아닐까. 불현듯 없던 마음이 생겨나고 결국 나는 그 미끼를 물었다.
그리고 행정과장님을 찾아가 결국 복무연장 신청서를 접수했다.
굳이 변명을 하자면 나는 감정에 따라 움직이기에 , 그즈음의 군생활은 비교적 평안했으며 그날 나는 기분이 괜찮아서 모든 것에 긍정적인 입장이었다. 그런 마음가짐이었기에 군생활을 할만하다고 여기고 복무연장 신청을 저질러 버린 것이다.
행정과장님과 의논 끝에 1년은 너무 짧고, 혹 중간에 마음이 바뀌면 4년은 너무 긴 시간이 될 수 있으니 일단 2년만 지원해 보자 결론짓고 지원서를 제출했다. 결과는 합격.
그리고 나는 남은 군생활 동안 그때의 선택을 아주 많이 후회하며, 번복할 방법을 찾아보며 꽤 오랜 시간을 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