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생활에서 발견한 나의 소망
군생활 가운데 나에게 많은 위로를 준 것도, 기댈 어깨를 내어 준 것도, 즐거움을 준 것도, 희망을 발견하게 해 준 존재도 '책'이었다.
희망과 설렘으로 시작한 군 생활의 무게가 감당이 안되고 나는 조금씩 겉돌기 시작했다.
예민한 성격에 성별도 다르고, 영내 독신자 숙소(BOQ)에 거주하던 다른 소대장들과 달리 여군이었기에 영외 숙소에 거주하던 내가 다른 소대장들과 어울리기에는 한계가 있었다. 중대장님들은 직책상 상급자였기에 아무래도 거리감이 있었고, 부대 내 여군 부사관 분들과는 막역한 사이로까지는 발전하지 못했다. 그런 내게 친구라고 부를 수 있는 사람은, 영외숙소 옆 방에 살던 옆 부대에서 근무한 임관 동기가 거의 유일했지만, 그 친구와 나는 부대가 달랐기에 스케줄도 다르고, 그 친구는 본가가 가까이에 있어서 본가에 자주 다녀올 수 있었기에 나는 아무래도 혼자 보내는 시간이 길 수밖에 없었다.
부대에 출근해서 격무에 허우적대고 야근과 주말출근, 당직근무 등으로 시간을 보내거나, 텅 빈 숙소에서 외로움을 느끼며 혼자 있는 삶.
그 당시 그것이 내가 보내고 있는 삶의 전부였다. 20대 후반.. 한창 삶의 열정에 가득해야 할 그 나이에 나는 조금씩 웃음을 잃어가고 삶에 무감각해질 정도로 기쁨 없는 삶을 살고 있었다.
그러다 언제부터였을까. 조금씩 책을 읽기 시작한 것이.
당시 내가 근무하던 '창원'은 대도시였기에 곳곳에 대형서점과 크고 작은 서점들이 있었고, 나는 공허함에 방황하며 보내던 시간에 서점으로 가서 책을 구해서 읽기 시작했다. 카페에서, 내방 책상에서, 침대에서 나는 책을 읽으며 마음을 다스리려 애썼다.
당시 소대장으로서의 부족함을 느끼고 괴로웠던 적이 많았기에 존 맥스웰 분의 '리더십' 서적도 많이 읽고,
관계에서 오는 어려움을 느낄 때면 데일리 카네기의 '인간관계'론도 읽었고,
에세이, 자기 계발 등 긍정적인 태도로 삶을 살아가는 이들의 책을 읽으며
나는 어떻게든 삶의 의지와 열정을 회복하고, 책의 저자들의 밝은 기운을 내게로 끌어 오기 위해 애를 썼다.
그렇게 해야만 살 수 있을 것 같았다. 어떻게든 삶의 의지를 가지고, 열정을 가지고 그저 살아지는 삶이 아닌 살아가기 위해 살아내기 위해 힘겨운 군 생활을 견디기 위해 그래서 책을 읽었다.
그러던 어느 날이었다. 문득 나의 마음에 작은 소망이 생겼다.
'작가가 되고 싶다.' '나는 글을 쓰고 싶다.' 그 마음이 내 마음 한구석에서 희망을 만들어내고 있었다. 무언가 소망으로 인해 가슴이 뛰는 것은 정말 오랜만이었다. 아직도 무언가 간절함이 나에게 생기고 나를 가슴 뛰게 만들 수 있다는 사실에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이제 나는 빈 껍데기뿐이라 생각될 정도로 나는 정신적으로 많이 약해지고 피폐해졌다고 생각했는데 그런 내가 아직 무언가 원하고 있고, 희망으로 설렐 수 있다는 사실이 감사했다.
내가 누군가가 쓴 책을 읽고, 마음을 치유받고, 희망을 발견하고, 삶에 의지를 찾고 힘든 시간을 견뎌낼 수 있었듯이 나도 힘겹고 지친 누군가에게 희망을 주고 삶에 의지를 발견하고, 힘을 주는 글을 쓰고 싶다는 마음이 내 마음에 들었다. 그래서 나는 작가가 되고 싶었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고 끝이 보이지 않던 군 생활도 마침내는 끝을 만났다.
시간이 많이 지난 뒤에 군생활 가운데 힘들어 주저앉아 있었다고 생각한 그 시간 가운데 나는 성장하고 있었음을 이제는 안다. 당시에는 나의 그 시간들이 얼마나 소중하고, 20대의 찬란한 시간을 온몸으로 겪던 수많은 가능성으로 가득한 소대원들과 함께했던 그 시간이 얼마나 귀한 시간이었는지, 시간이 많이 흐른 뒤 깨달은 만큼 나의 혜안은 아직도 부족하지만 그렇기에 더욱 성장하고 싶고, 앞으로 나아가고 싶고 성숙한 글을 쓰고 싶다.
군생활의 문이 닫히고 새로운 삶이 열렸듯, 앞으로 나에게 열릴 새로운 삶 가운데 능동적으로 나의 삶에 시간들을 살아내고 성장해 가며 따뜻한 글을 쓰자 다짐하며 오늘 하루도 힘차게 열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