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과연 부모일까? 선생일까?
오늘은 이 딜레마에 빠져서 너무 힘들었다.
행복이가 학교에서 숙제를 가지고 왔다.
"행복아, 공부 좀 하자."
그러자 행복이는 고개를 저었다.
"싫어... 공부하기 싫어."
나는 한숨을 쉬며 타이르듯 말했다.
"그럼 숙제부터 해볼까? 이거 금방 끝날 거야."
행복이가 가져온 숙제는 간단한 곱셈 문제였다.
1123 × 23 =?
이런 문제 여덟 개를 풀면 되는 아주 쉬운 숙제였다. 하지만 행복이는 숙제장을 보자마자 표정이 굳었다.
"아빠, 나 숙제 안 할래. 운동할래!"
그리고는 갑자기 밖으로 뛰쳐나가 버렸다.
나는 잠시 멍해졌다.
"뭐지? 이게 무슨 상황이지?"
얼떨결에 창문을 보니 행복이가 농구공을 들고 밖에서 농구를 하고 있었다. 20분 정도 농구하는 모습을 바라보다가 다시 불러들였다.
"행복아, 이제 숙제하자. 운동은 했으니까."
행복이는 땀을 닦으며 책상에 앉았다.
"자, 아까 그 문제 다시 해보자."
그런데 행복이는 문제를 보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아빠... 이거 어떻게 하는 거지?"
갑자기 머릿속이 하얘졌다.
"행복아, 이거 우리 몇 번이나 풀었던 문제야. 기억 안 나?"
행복이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나를 바라봤다.
"몰라... 기억 안 나..."
나는 순간 참을 수 없는 화가 치밀어 올랐다.
'정말 수없이 풀었던 문제인데 또 모른다고?'
왜 이렇게 쉽게 잊어버리는 걸까?
왜 이렇게 반복해도 기억하지 못하는 걸까?
순간 마음속에서 두 가지 목소리가 엇갈렸다.
하나는, '화내지 말자. 아이에게 소리 지르는 건 도움이 되지 않아.'
다른 하나는, '이렇게 똑같은 문제를 몇 번이나 했는데도 또 모른다고? 이건 너무한 거 아닌가?'
하지만 행복이의 눈망울을 보니 화를 낼 수 없었다.
아이가 겁에 질려 주눅 들면 더 안 될 것 같았다.
나는 깊게 숨을 들이마시며 마음을 가라앉혔다.
"괜찮아. 다시 해보자. 아빠가 한 번 더 설명해 줄게."
행복이는 여전히 어리둥절한 얼굴로 문제를 바라봤다.
나는 천천히 문제를 풀어가며 다시 설명했다.
생각해 보면 내가 화를 내는 건 문제 자체 때문이 아니라, '아이에게 가르치는 내 방식이 맞는가?'라는 불안감 때문일지도 모른다.
행복이가 쉽게 잊어버리는 걸 보며 나는 내가 부모인지, 선생인지 혼란스럽다.
'부모로서 아이를 더 이해하고 기다려줘야 할까? 아니면 선생으로서 더 철저하게 가르쳐야 할까?'
나는 여전히 그 답을 찾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확실한 건, 행복이에게 더 편안하고 부담 없는 방식으로 다가가야 한다는 것이다. 부모로서의 역할이 더 중요하다는 걸, 늦게나마 깨닫고 있다.
곱셈 문제 여덟 개를 푸는 데 무려 한 시간이 걸렸다. 풀다가 모르면 다시 설명하고, 또 모르면 다시 가르쳤다. 하나하나 이해할 때까지 반복하고, 또 반복했다. 그래도 괜찮다. 오늘 이해하지 못하면 내일 또 하면 된다.
오늘은 조금 힘들었지만, 내일도 다시 해볼 것이다. 아이에게 수학을 가르치는 건 단지 답을 맞히게 하는 것이 아니다. 아이 스스로 이해하고, 자신감을 가지게 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오늘 하루의 좌절이 아니라, 내일 더 잘할 수 있다는 희망을 심어주는 것.
그게 부모로서 내가 해야 할 일이다. 포기하지 않고 함께 해줄 것이다. 행복이가 끝내 스스로 해낼 수 있을 때까지, 나는 옆에서 기다리고 또 가르칠 것이다.
일상을 여행처럼, 여행을 일상처럼 사는 맬번니언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