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20대는 불행했지만, 종종 행복했다. 그리고 나의 40대는 행복하지만, 가끔은 불행하다. 20대의 불행은 단순히 인생을 몰랐기 때문만은 아니다. 무엇보다 나를 지지해 주고, 있는 그대로 사랑해 주는 사람이 주변에 없었다는 것, 그 결핍이 내 젊은 날의 가장 큰 고통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느 순간 불현듯 찾아온 소소한 자유와 설렘은 내게 짧지만 선명한 행복의 순간들을 남겨주었다. 예를 들어서 게이 클럽에서의 일탈..
하지만 지금의 나는 다르다. 나에게는 나만의 가족이 있다. 내 옆에 스티븐이 있고, 행복이가 있다. 그들은 언제나 내 편이 되어주고, 내가 어떤 모습이어도 사랑해 주는 사람들이다. 그래서 지금의 나는 분명 행복하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지금의 불행은 삶의 본질적인 외로움이나 정체성의 혼란이 아니라
작고 사소한 일상에서 온다. 감기처럼 찾아오는 피곤함, 사람들과 예기치 못한 갈등, 그리고 한 아이를 키우는 부모로서의 끝없는 고민들...
이제 나의 불행은 삶을 살고 있다는 증거처럼 느껴진다. 그래서 나는, 게이 자녀를 둔 부모님들께 꼭 말씀드리고 싶다. 나는 사춘기, 이차 성징이 시작되던 그 무렵 내가 게이라는 사실을 스스로 알게 되었고, 그때부터 불행이 시작되었다. 세상 어디에도 게이라서 행복한 사람은 없다. 그러니 그대여 사랑으로 보살펴 줄수은 없는가? 본인이 게이라는 걸을 인지할 때부터 불행할 수 있는 자신의 아들을 위해, 동생을 위해 오빠나 형을 위해서 말이다.
나는 나를 이해해 주고 도와주는 사람이 없어 그렇게 20대를 정체성을 받아들이지 못한 채 물가에 내놓은 아이처럼, 불안하고 위태롭게 살아냈다.
지금 돌이켜보면, 그 시절의 나에게 든든한 부모가 있었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세상이 아무리 거칠고 힘들어도, 내가 기대 쉴 수 있는 부모가 곁에 있었다면 나는 게이라는 이유로 힘든 시간을 보냈겠지만, 그 안에서도 조금은 더 단단하고 안정된 행복을 누릴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나는 오늘도 이 생각을 가슴에 품고 살아간다. 그리고 이제는, 나의 아이 행복이가 ADHD를 가진 아이로서 자신의 삶을 온전히 사랑하고 받아들일 수 있도록, 늘 곁에서 든든하게 지켜주는 어른이 되고 싶다. 그 과정을 통해 나는, 부모가 얼마나 중요한 존재인지 비로소 가슴 깊이 깨닫게 되었다.
마지막으로 분명히 말할 수 있는 건, 불행했던 20대를 지나 지금의 행복한 40대를 살고 있는 건, 누군가의 도움만으로 이뤄진 변화가 아니라 내가 스스로 선택하고 만들어낸 결과라는 것이다. 상처를 끌어안고 살아갈 수도 있었지만, 나는 멈추지 않고 나의 방식으로 길을 찾아 나섰다.
그리고 결국, 사랑하는 사람과 가정을 이루었고, 내 아이와 함께 또 다른 삶의 의미를 배워가고 있다. 불행이 끝나야 행복이 오는 것이 아니라, 불행 속에서도 스스로 행복을 선택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나는 내 삶으로 증명해가고 있다.
그러니 혹시나 이제 자신이 막 게이라고 인지한 당신 주변에 아무도 없다고 생각하지는 말았으면 좋겠다. 그러면 분명히 나처럼 행복할 날이 찾아올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