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이의 아빠가 되고 나서, 내 삶에서 가장 뚜렷하게 달라진 것이 있다. 그건 바로, 인생의 목표가 명확해졌다는 것이다. 그래서 행복이가 어른으로 성장할 때까지는 나보다 아이를 위해 살고 싶다.
하지만 싱글 시절에도 나름대로 인생 계획은 있었다. 일을 열심히 하고, 돈을 벌고, 가끔은 여행을 즐기며 살아가는 삶이다. 하지만 지금처럼 중심이 단단하게 잡힌 느낌은 없었다.
아빠가 되면서 인생의 방향이 또렷해졌고, 그 방향은 ‘나 자신’이 아닌, ‘우리 가족’과 ‘아이’에게로 향했다. 대부분의 한국 게이들은 어쩔 수 없이 싱글로 살아간다. 그리고 그들도 인생에 대한 목표는 있다. 돈, 커리어, 멋진 삶 이런 건 성적 지향과 무관하게 누구나 꿈꾸는 일이다.
하지만 자녀나 돌봐야 할 누군가가 없는 삶은 금전적으로는 좀 더 여유로울 수 있지만, 그 여유를 어떻게 사용하는지에 따라 삶의 결이 달라진다. 내가 아는 몇몇 싱글 게이 친구들은 그 자유를 멋지게 활용해 예술을 즐기고, 자기 계발을 하며 살아간다. 반면, 내가 송크란에서 만난 어떤 이들은 외로움을 달래기 위해 자극적인 유흥 속으로 파고들기도 한다.
그 순간의 쾌락은 화려하지만, 그 뒤에 남는 공허는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이번에 태국 여행을 준비하면서 ‘송크란 파티’에 가는 한국 단체 채팅방에 잠깐 들어갔다. 정말 많은 사람들이 매년 그 파티를 즐기기 위해 태국을 찾고 있었다.
“열심히 일한 당신, 떠나라.”
그 문장은 설득력 있고 멋져 보였다. 하지만 그 안에서 마주한 또 다른 풍경이 있었다.
파티가 반복될수록 어느 순간 선을 넘는 사람들 존재한다. 조금 더 자극적인 것을 원하는 사람들은 술과 음악만이 아니라, 약물까지 손을 대는 경우가 있다. 즐거움이 아닌 파괴의 경계에 서 있는 이들을 보며 마음 한편이 서늘해졌다. 약은 절대로 손을 대지 않지만 사실 예전의 나도 그들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불빛 아래에서, 낯선 사람들과 어깨를 부딪치며 그 순간의 자유를 만끽하던 시절이 있었다. 그리고 이것은 본능에 충실한 너무 일차원 적인 행복인 것이다.
그때는 그게 ‘인생’이라고 믿었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가족을 이루고, 한 아이를 책임지며, 누군가와 함께 미래를 설계하는 삶은 사람을 다르게 만든다. 아이와 함께하는 하루는 단순히 루틴의 반복이 아니다. 그 속에는 끊임없는 선택과 조절, 기다림이 필요하다. 그리고 그 안에서 삶은 점점 단단해지고 깊어진다.
이번 송크란파티에서 행복이가 태어나기 전처럼 흥분되고 좋았던 것 대신, 약간의 이질감이 찾아왔다. 그리고 그 감정을 가만히 들여다보며 나는 확신하게 되었다. 더 이상 나는, 그 파티가 부럽지 않다. 그래서 파티에서도 몇 시간 만에 집에 돌아왔다. 불확실한 밤의 열기보다 내 아이가 내 품에 안겨 잠드는 그 따뜻한 무게가 훨씬 더 크고 깊은 행복이라는 것을, 나는 이제 안다.
그리고 태어나서 부모가 되는 경험을 하게 되어 너무 기쁘다. 그리고 요즘 시대에 아무나 할 수 없는 경험이라는 것을 부모님들이 알았으면 좋겠다.
부모도 동물이기에 일차원적인 쾌락을 통해 행복을 느낀다. 하지만 누 군가를 위해 인생을 살아보면는 그것보다 훨씬 더 행복함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