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돌아보면, 내 첫 섹스 상대는 형편없었다. 그런데 처음이기에 이렇게 세월이 흘려서도 그를 기억할 수밖에 없는 나다. 그는 나를 존중해주지도 않았고, 그 순간의 감정이나 연결은 어디에도 없었다. 본능에 충실한 그런 싸구려 잡지책에 나올만한 그런 섹스였다. 어쩌면, 그런 선택을 한 사람은 결국 나였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만약 그 시절의 나에게 다시 돌아갈 수 있다면, 나는 분명히 말할 것이다.
"그 선택은 하지 말라고."
누구에게나 ‘첫 번째’는 특별한 의미를 갖는다.
첫 키스, 첫 데이트, 그리고 첫 섹스.
그런데 나는 내가 게이라는 사실을 받아들이지 못한 채, 첫 키스와 첫 데이트는 모두 여자와 했다. 막상 게이로서 여자와 섹스는 할 수 없었다. 그래서 유일하게 남자와 할 수 있었던 첫 번째, 첫 섹스만큼은 나 자신으로서 온전히 하고 싶었다. 그래서 그런 바보 같은 선택을 했는지 모른다. 내가 꿈꿔온 그런 사랑과 거리가 멀었다.
솔직히 말하자면, 여자와 다르게 모든 남자들이 로맨틱한 건 아니다. 최소한 여성과 데이트는 섹스 가 전부는 아니었기에 로맨틱한 분위기를 만들 수 있었다. 게이 세계에, 처음 진입하는 사람들에게 그런 사실이 낯설게 다가올 수 있다. 인간은 드라마를 보고 상상한 그들만의 각자의 첫 데이트가 있을 것이다. 하지만 게이 세상은 자신의 성 정체성을 숨기기에 본능에 충실한 사람들, 감정보다 육체적 욕망이 앞서는 사람들이 훨씬 더 많다. 그래서 나는 이제 막 자신의 정체성을 받아들이기 시작한 젊은 게이들에게 조심스럽게 말하고 싶다.
그런 인간들로부터 자신을 지켜야 한다고.
마음이 끌린다고 해서, 그 사람이 당신을 소중하게 대해줄 거라 믿어서는 안 된다고. 첫 경험이 평생을 따라올 수 있다는 걸 잊지 말았으면 좋겠다. 나도 20년이 지난 지금도 생생히 그날을 기억하는 것 보면 첫 섹스는 오래간다. 그렇게 첫사랑 첫 섹스는 잊혀도, 첫 존중받지 못한 순간은 마음 어딘가에 오래 남는다. 그러니, 부디 자신을 아끼고 존중하는 사람과 자신도 자신을 사랑할 수 있는 순간에 첫 번째 섹스를 하기 바란다. 그리고 이왕 할 거면 최소한 로맨틱하게 하자. 첫 섹스에 기억은 평생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