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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세상과 연결되고 싶다.

by Ding 맬번니언

다시, 세상과 연결되고 싶다.
무슨 소리냐면…
행복이를 키우며 나는 오랜 시간 게이 사회와 단절 아닌 단절 속에 살았다. 그래서 게이도 아닌 일반도 아닌 그런 삶을 살아가는 느낌이었다. 육아는 생각보다 고립적인 일이었고, 그 고립 속에서 나는 어느새 게이 삶에서 조용히 멀어졌다. 그리고 행복이가 10살이 되고 용기 내어 다시 연결을 시도해 봤다.

카카오톡 게이 그룹에 들어가 보고, 네이버 밴드도 가입해 봤다. 하지만 들어갈 때마다 내가 늘 최고령이다. 그래서 생각을 해보니 40이 넘은 게이들은 내가 10년 동안 멀어져 있는 동안 자신들만의 그룹이 있고, 그 안에서 관계를 유지하며 더 이상 확장이나 새로운 연결을 필요로 하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나도 호주에서 내 그룹이 없진 않다. 하지만 그 그룹은 과거의 시간 위에 멈춰 있고, 지금의 나와는 조금씩 속도가 어긋나기 시작했다. 문제는 내 그룹 사람들은 다 바쁘다. 이번 경험을 통해 알게 됐다. 한 번 단절된 사회에 다시 연결된다는 건 생각보다 어렵다. 그래서 엄마들이 아이들을 키우고 다시 직장 생활로 돌아가기 힘들어하는 것을 이해하게 되었다.


우리는 가끔 아무 생각 없이
"나도 한번 해볼까?"
"애완동물 키워볼까?"
"아이를 가져볼까?"
그런 상상을 하곤 한다.

나는 그 상상을 현실로 살아낸 사람이다. 그리고 말할 수 있다. 한번 해볼까는 당신을 정말 바쁘게 만들고 포기해야 할 것도 많아진다. 시간, 관계, 여유, 때론 나 자신까지도.


나는 행복이를 키우며 그렇게 10년이 흘렀고, 행복이를 위해 이제는 치카라는 강아지를 키우면 비슷한 경험을 다시 하고 있다. 일주일 뒤면 행복이의 2주간 겨울방학이 시작되는데, 이번엔 아무 데도 갈 수 없다. 치카가 아직 배변 훈련이 끝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한때는 자유로웠고, 관계 안에서 살아 움직이던 내가 지금은 강아지 배변 훈련 하나 때문에 여행을 포기하는 삶을 살고 있다. 이 삶이 나를 행복하게 해 준다. 하지만 나는 여전히 연결을 꿈꾼다. 아마도 우리는 어느 날, 혼잣말처럼 이렇게 중얼거리는 존재인지도 모른다.

“나도… 다시 세상과 연결되고 싶다.”


당신이 무언가를 포기했다면, 그건 단지 잃어버린 것이 아니라, 다른 무언가를 얻기 위한 선택이었을지도 모른다. 세상은 모든 걸 다 가질 수 없다는 단순한 진리를 우리는 살아가며 점점 더 뼈저리게 배우게 된다.


그리고 그걸 빨리 깨닫는 사람이, 때로는 덜 흔들리고, 덜 아파하며 자기 삶을 더 단단하게 쌓아가게 된다. 무엇이든 다 가지려 하면 결국 놓치게 되는 것들이 있다.

그래서 어떤 순간엔,
“이건 내려놓겠다.”
“이건 지금 나에겐 맞지 않다.”
그렇게 말하는 것이 지혜이고, 용기이며, 사랑이다. 무언가를 포기한 당신, 지금은 아쉬울지 모르지만 돌아보면 그 빈자리에 삶의 새로운 방향, 혹은 진짜 중요한 무언가가 들어와 있을지도 모른다.


때론 결과보다 중요한 건 내가 시도했는가, 아닌가이다. 완벽하진 않았어도, 결국 해냈는지는 몰라도, 나는 가만히 있지 않았고, 마음이 움직이는 대로 한 걸음 내디뎠다. 그리고 지금, 돌아보며 조용히 말할 수 있다.

“그래도 나는 시도라도 해봤다.”
그 말이 주는 안도감은 생각보다 단단하고 오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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