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이를 만나려 간다
2014년 11월 22일
by Ding 맬번니언 Oct 29. 2022
오늘 나는 스티븐과 함께 태국으로 간다. 마음이 싱숭생숭한다. 행복이를 만나러 비행기에 올라타서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일들을 생각해보니 정말 많은 일이 있었다.
호주 정부의 노력이 통했다. 호주 국민 중 태국에서 대리모를 통해 부모가 된 모든 사람들이 자신의 아이와 함께 호주로 돌아올 수 있도록 조치를 취해주었다. 허락이 떨어졌다는 소식을 듣자마자 얼마나 심장이 뛰었는지. 나도 모르게 하늘을 향해 손을 꼭 잡고 정말 감사하다는 말을 했다. 지금 이 순간 누구에게라도 감사하다고 말해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출국 전에 태국에 있는 호주 대사관에 미리 연락을 취해 도착하면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부탁했다. 여기까지 오며 얼마나 많은 일들이 있었는지 지금 이렇게 가면서도 무언가 현실처럼 느껴지지 않았다. 마치 상상 속을 떠다니는 듯하기도 했지만 이제 무사히 이틀만 더 보내면 행복이를 만나고 아빠가 될 수 있다. 그리고 호주 대사관의 흔쾌히 도와주겠다는 답변을 듣고 태국 하늘 아래 도착해서 조금 긴장을 내려놓을 수 있어졌다. 그리고 호텔 방 안에 계속 있어봐야 생각만 많아지고 초조해지는 듯하여 그 동안 받았던 모든 스트레스를 잠시 풀 겸 파티 보이 답게 태국의 DJ 스테이션(게이클럽)으로 향했다.
정말 오랜 만에 느끼는 해방감이었다. 나는 클럽을 정말 좋아한다. 한국에서 게이로 살면서 클럽이 나를 살렸다라고 말할 수 있다. 한국은 게이로 살아가기 쉽지 않은 장소이다. 대부분 한국 게이들은 일반인 코스프레를 하면서 살아간다. 그래서 한국 사람들은 한국에 게이가 없다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한국에서 그것은 당연했다. 그리고 대부분 한국게이들 또한 그렇게 믿고 그렇게 행동하면서 일상을 살아온다. 한국은 아직 아니라고 조금 더 기다려야 한다라고 그래서 한국에서는 나에게 어쩌면 나 답게 게이 답게 행동할 수 있는 유일한 장소가 게이클럽이었던 것 같다. 게이 클럽에 들어서는 순간 나를 포함한 게이들이 주류가 되는 곳으로 여기에 들어오면 자신감을 가져도 되었다. 최소한 게이 클럽은 일반들 눈치 보지 않고 게이답게 내 자신을 표현할 수 있는 유일한 장소이기 때문이다. 나는 그런 공간이 필요했고 나에게는 클럽이 그런 장소였다. 그런 나만의 공간에 정말 오랜만에 들어와서 느끼는 이 기분 날아 갈 것 같다. 시끄러운 노래 소리에 맞추어 춤을 추면서 이제 정말 이틀 뒤면 행복이를 내 손에 안을 수 있다라고 생각하니 패션쇼 이후 또 다른 내 꿈이 이루어지는 순간이 코앞으로 다가온다. 몇 달 간 꾹꾹 눌려 쌓여있던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노래에 맞추어 몸을 흔들었다. 이제 모든 것이 문제없이 다 잘 될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깨알 Tip. 태국 게이 클럽 DJ스테이션은 지리적으로 대중교통 이용이 용이한데다 기차역과 가깝고 주변에 다른 클럽이 많아 고고보이 쇼나 쇼핑 등 즐길 거리가 많다. DJ스테이션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두 번 신분증 검사를 하는데 운전면허증으로도 통과할 수 있으니 되도록 분실 시 위험한 여권은 들고 다니지 않는 게 좋다. 입장료는 평일 100바트 주말(금, 토)200바트. 가장 즐거운 시간에 가고 싶다면 11시10분쯤에 도착하는 것이 좋다. 그때쯤 사람들이 오기 시작하기 때문이다. 처음 가는 사람들은 너무 일찍 가지 말자. 10명 미만의 사람들과 그 넓은 공간에서 서로를 바라보며 서 있는다는 건 정말 민망한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