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이를 처음 만나는 날.

2014년 11월 24일

by Ding 맬번니언

아침 일찍 나와 스티븐은 병원으로 향했다. 오늘은 행복이가 태어나는 날이다. 서둘러 병원으로 향해 대리모가 어디에 있는지 찾았지만 이미 입원 중이어서 대리모를 만나지 못한 체 수술 시간이 되어서 탯줄을 자르기 위해 수술실로 향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대리모에게 소량의 출혈이 발생해 탯줄을 자르지는 못했고 수술실 안에서 아주 잠깐 행복이를 안아볼 수 있었다.


아침 10시18분, 태국 방콕 어느 병원에서 그렇게 행복이는 태어났다.

체중 3.3km, 키 51cm, 머리 둘레 34cm, 혈액형 A형


꼬물꼬물, 간호사 선생님으로부터 어색하게 안아 들은 행복이를 처음 안았던 그 순간을 뭐라 표현해야 할까. 그렇게나 기다렸던 모든 고통스러웠던 시간은 생각조차 나지 않았다. 그저 내 팔뚝 정도밖에 되지 않는 이 작은 아이를 떨어트리기라도 할까 봐 숨조차 크게 쉴 수 없었다. 이 작은 꼬물거림이 ‘생명’ 이라는 것이 너무나 실감이 나서 울컥 눈물이 났다.


‘너구나. 내가 지금까지 살아왔던 이유, 내 아이’


수술실에서부터 병원의 모든 사람들의 따뜻한 시선과 축복의 인사를 받았다. 이 순간만큼은 그저 한 아이의 아빠가 되어 세상에서 가장 행복하고 기쁠 나를 위해 보내는 축하의 인사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떻게 이런 순간이 올 수 있을까? 내 손가락 하나보다 작은 손, 발, 3kg 남짓 아주 가벼운 이 작은 몸에 두 개의 눈, 코, 귀, 입이 다 있었다. 따뜻한 대리모 뱃속을 떠나 갑자기 세상에 나와 놀란 것일까? 두 주먹을 움켜쥐고 눈을 꼭 감고 두리번거리는 모습이 안쓰럽게 느껴지기까지 했다. 옆에서 간호사 선생님들이 행복이를 따뜻하고 안전하게 돌봐주고 계시니 병원에서 아무 문제 없이 3일을 보내면 행복이를 데리고 퇴원할 수 있다.


‘행복아.이렇게 무사히, 건강히 크고 태어나주어 정말 너무나 고마워’.


그리고 다음 날, 다시 행복이를 만나러 병원으로 향했다. 어제는 행복이를 보느라 병원의 다른 것은 신경을 쓰지 못했는데 오늘 다시 가보니 다른 나라에서 온 수많은 커플과 아이들이 병원에 함께 있었다. 일반 커플부터 게이 커플까지 모두 몇 달째 아기로 인해 병원신세를 지고 있다고 했다. 10달을 채우지 못하고 몇 개월이나 일찍 태어난 미숙아 아이는 퇴원을 하지 못했다. 신생아 집중 치료실에서 필요한 치료를 받아야만 병원 밖으로 나갈 수 있는데 특히 외국인으로서 몇 개월이나 비싼 체류비와 병원비까지 감당해야 한다는 것은 온전히 아이의 탄생으로 행복해할 수 없게 만드는 현실적인 어려움이었다.


그리고 그 어려움을 너무나 이해하기에 내 가슴이 미어지는 듯 안타까웠다. 다행히 한 미국에서 온 커플은 회사에서 지원을 해준다고 했다. 그렇게 병원 안에 있으며 각기 다른 사연으로 부모가 된 사람들의 사연을 들으면서 그 동안 나 혼자 힘든 일을 겪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내가 겪은 일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안타까운 분들이 많았다. 천만다행으로 행복이는 미숙아로 태어나지 않았다. 나는 새 생명을 아무문제 없이 무사히 태어나게 도움을 준 대리모 위야다에게 진심으로 감사의 선물과 마음을 전달했다.


그녀가 출산 도중 출혈이 있다는 것을 수술실 안에서 알게 되어 정말 많은 걱정이 되었는데 다행히 지금은 많이 회복했다. 그녀는 행복이를 위해 기꺼이 자신의 모유를 내주기도 했다. 갓난 아이의 면역력에 엄마의 초유가 좋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그런 것까지 바라지는 않았다. 무엇보다 그녀가 출산 중 겪은 고통을 직접 본 입장에서는 그저 그녀가 빨리 잘 회복하기만을 바랐다. 그런데도 행복이를 위해주는 그녀의 따뜻한 마음에 나는 진심으로 감동했다. 그녀는 정말 행복이를 위해 최선을 다해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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