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니문:발리 에서 생긴 일

2013년 4월 5일

by Ding 맬번니언

“결혼식에서 사람들이 신혼 부부에게 가장 많이 물어보는 질문이 무엇일까?”

바로 허니문을 어디로 떠날 것인지이다. 나와 스티븐은 우리의 첫 허니문 여행지에 대해 족히 100번은 넘게 말했으리라 확신했다. 모두가 궁금해하던 우리의 허니문 여행지, 발리

우리는 여러 관광지를 돌아다니는 것보다 휴양지에서 풀 빌라를 빌려 오롯이 서로에게 집중하며 쉴 수 있는 곳을 골랐다. 우리가 ‘W 발리 스미냑 호텔’에 도착했을 때, 꽤 늦은 시각이었는데도 불구하고 직원들이 체크인을 도와주며 우리를 로비의 편안한 소파로 안내해주었다. 그리고 잠시 쉰 후 직원이 건네 준 웰컴 드링크를 마신 후 버기를 타고 우리는 예약한 풀 빌라 방으로 이동했다. 이동 도중 호텔 곳곳에 발리 특유의 조형물, 꽃, 나무 등 이국적인 풍경을 감상할 수 있어 정말 여행을 왔다는 실감이 느껴졌는데 호텔 측에서는 허니문 투숙객을 위해 방에 예쁜 장식까지 해두는 배려를 해주셔서 너무 기분 좋게 발리에서의 첫 밤을 만끽할 수 있었다. 그리고 우리는 오랜 비행으로 피로가 급격히 밀려옴을 느끼며 누가 업어가도 모를 것처럼 깊고 달콤한 잠에 빠져들었다. 그리고 다음 날부터 맛있는 조식과 시원하고 안락하며 완벽하게 프라이빗이 보장되는 프라이빗 풀을 즐기며 사랑을 나누며 시간을 보냈다. 특히 ‘W 발리 스미냑 호텔’은 해질녘의 풍경이 너무 아름답기로 유명해 저녁 무렵마다 그림 같이 아름다운 일몰을 천천히 감상할 수 있었고, 걸어서 메인 거리까지 나갈 수 있을 정도로 위치도 좋아 관광을 하기에도 딱 적합한 최고의 장소였다.


풀빌라에서 시간을 보내고 난 뒤 스티븐과 나는 호텔근처에 있는 게이 마사지샵에서 마사지를 받기로 했다. 마사지 샾에 들어서자 까맣고 건강한 피부와 짧은 머리를 가진 한 직원이 웃으며 우리를 맞이했다. 쿠션을 덧댄 편안한 소파에 앉아 있으니 슬리퍼로 갈아 신을 것을 권유했고 이내 나무 트레이 위에 올려진 유리잔에 담긴 따뜻한 자스민 차가 서비스되었다. 그리고 마사지 종류와 가격, 마사지사를 고를 수 있는 책자를 천천히 살펴본 후 각자 원하는 마사지사를 선택하고 우리는 탈의실로 발걸음을 옮겼다. 게이 마사지는 보통 마사지사를 가게에서 준비한 사진을 보고 고객이 선호하는 스타일을 선택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마사지실에 들어가자 마사지사는 먼저 따뜻한 타올로 내 전신을 닦아 좀 더 편안한 기분이 들게 해주었고 아로마 오일을 손으로 전신에 발라준 후 마사지를 시작했다. 낯선 남자의 손길을 받자 마치 무슨 일이 생길 것처럼 마음이 요동치기 시작했다. 마사지사가 나를 아주 소중한 듯 전신을 그의 강한 손으로 뭉친 부분을 마사지로 풀어주니 몸도 한결 개운하고 기분도 더 좋아지는 것 같았다. 그렇게 90분간의 마사지 시간을 즐긴 후 발리에서의 첫 마사지가 꽤 만족스럽다는 기분이 들었다. 이전에도 태국에서 마사지를 받아본 적은 있었지만 태국의 마사지는 헤피엔딩(손을 이용해 남성에게 성적 쾌감을 주어 사정을 하게 도와주는 방법)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보니 마사지 자체의 질이 높지는 않았고 나는 마사지 자체를 잘 해주는 사람을 더 선호했기 때문에 발리에서의 마사지에 대한 좋은 인상을 남길 수 있었던 것 같다.


그렇게 우리는 마사지를 받은 후 발리의 또 다른 명소인 ‘레드 카펫 샴페인 바 & 펍’으로 향했다. 펍은 스미냑 번화가에 있어서 시끌벅적한 번화가만의 매력과 계속 흘러나오는 음악 소리에 즐겁고 편하게 술을 마실 수 있는 분위기였다. 나와 스티븐은 안쪽에 자리를 잡았고 샴페인을 주문해 함께 마시며 발리에서의 즐거운 허니문을 자축했다.


"그때까지 우리는 몰랐다.

훗날 우리가 발리 여행을 떠올릴 때 가장 자주 이야기하게 될 장면이 그렇게 극적인 사건일 줄은 말이다. "


사건의 발단은 발리에서의 어느 날, '색다른 경험을 해보고 싶어.' 라는 충동에 난생 처음 래프팅을 해보겠다고 호텔을 나선 날 벌어졌다.

스티븐과 나는 구불구불한 길을 한 시간 정도 차를 타고 내려가 래프팅 출발지점에 도착했다. 그곳에는 여러 래프팅 체험 업체들이 운영하는 건물이 세워져 있었는데 건물 안에는 래프팅 체험에 필요한 안전 장비와 노 등이 보관되어 있었고, 안전한 래프팅을 즐기기 위해 우리를 도와줄 안전 진행 요원분들이 계셨다. 그곳에서 우리는 잠시 안전수칙에 대한 수업을 들은 후 강으로 이동했는데 막상 래프팅 시작점에 서보니 울창하고 거대한 숲, 깎아지를 듯 한 협곡이 장관을 이뤄 내가 무엇을 하러 왔는지조차 잊어버릴 정도로 풍경에 압도되고 말았다. 하지만 이내 '저 계곡을 보트를 타고 내려가야 한다.' 라는 현실을 깨닫고 가슴이 두근거리기 시작했다. 우리는 태국에서 놀러온 커플과 한 팀이 되었는데 한 명씩 보트에 오른 다음 열심히 노를 저으며 래프팅을 시작했다. 우리 넷 이외에도 보트 뒤편에 전문 요원 한 분이 타고 있었기에 안전에 대해서는 문제가 전혀 없으리라 생각했다.


그런데 보트가 출발과 동시에 급 물살을 타며 열심히 노를 젓고 큰 바위 사이로 물살이 몰아치는 강을 잘 따라가고 있다고 생각했던 그 순간! 정말 순식간에 스티븐이 물에 빠져버렸다. 너무 갑자기 벌어진 일이었고 워낙 물살이 세게 흐르는 지점이라 빠른 속도로 보트가 떠내려가고 있어서 스티븐이 보트로 다시 올라타려고 안간힘을 썼지만 소용이 없었다. 우리는 모두 패닉 상태에 빠진 상태로 물살을 따라 떠내려가기 시작했고 이대로 갈수는 없다는 생각에 나는 노 젓는 것을 포기한 체 스티븐의 손을 잡고 보트 위로 올리려 안간힘을 쓰기 시작했다. 그런 모습을 보고 안전 요원은 내 행동을 막으며 하지 말라고 소리를 치며 자신이 스티븐을 보트에 올리겠다고 했다. 하지만 스티븐의 체구가 워낙 크고 무거웠고 그 와중에도 물살은 계속 세차게 몰아치며 보트가 떠내려가고 있는 와중이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마른 체구의 안전 요원 혼자 스티븐을 보트 위까지 끌어 올리는 것은 불가능해 보였다. 오로지 두 손의 힘으로 보트에 매달려있던 스티븐은 점점 힘이 빠져가는 것이 얼굴에 드러날 정도였고 나는 오로지 스티븐을 구해야 한다는 생각에 스티븐의 손을 잡고 초인적인 힘을 발휘해 끌어올리는 데 성공했다. 스티븐이 안전하게 보트 위로 다시 올라오자 모두 박수를 치고 기쁨의 탄성을 질렀다. 우리는 모두 힘을 합해 래프팅을 마쳤고 언덕으로 다시 올라와 식당에서 옷을 갈아입었다. 그 후에야 겨우 스티븐은 긴장을 풀 수 있었다. 우리는 같은 보트에 탔던 태국 커플과 함께 식사를 하며 아직 가라앉지 않은 흥분을 가라앉히고 즐겁게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내가 스티븐을 구해야 해"


지금 생각해보면 어디에서 그런 힘이 솟았는지 모르겠다. 스티븐이 위험하다는 것을 자각하자마자 오히려 마음이 차분해졌고, 명확해지는 것 같았다. 모든 것이 슬로우모션 처럼 느리게 흘러가던 찰나에, 나는 그저 스티븐이 위험에 처했으며, 이 순간에 내가 구해야 한다는 것만이 떠올랐다. 누군가를 원망하는 마음도, 왜 래프팅을 하자고 했을까에 대한 후회조차 들지 않았다. 그 일 이후 나는 내게 스티븐이 목숨보다 더 중요하고, 더 사랑하는 존재임을 다시 한 번 느낄 수 있었고, 너무 간절하고 위험한 상황에 놓이면 사람은 가장 원하는 한 가지만을 향한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었다. 그렇게 다사다난했던 우리의 발리에서 허니문은 끝나고 다음 장소인 방콕으로 이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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