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콕에 도착하자마자 송끄란 축제를 즐기기 위해 스티븐과 나는 G circuit Party에 가기로 했다. ‘송끄란’ 이 무엇인가 하면 태국에서 가장 더운 4월에 새해(한국의 설날과 비슷하다.)를 축복하는 기간으로 서로에게 물을 뿌리며 축복하기 때문에 물놀이하는 듯 하다고 하여 ‘물의 축제’라고도 부르는 기간이다. 우리는 운이 좋게 이 송끄란 축제 기간에 태국을 방문했고 이번에야말로 태국을 제대로 즐겨보리라는 결심이었다.
G circuit Party는 송끄란 축제 기간 3일 동안 파티가 진행되는데 오늘이 대망의 첫날(Opening Party : Wild)이기 때문이다. 나와 스티븐은 파티장까지 택시로 이동하기로 하고 도로에 서 있었고 이내 우리 쪽으로 다가오는 택시가 보여서 손을 힘껏 흔들었더니 택시가 우리 앞에 멈춰 섰다. 스티븐과 나는 택시에 올라타 "빠이 미떠 마이 카?(미터로 가주세요.)"라고 태국말로 기사에게 말했다. 그런데 택시 기사가 팁을 요구하기 시작한 것이다. 태국은 너무 아름답고 즐거운 도시이지만, 이런 순간엔 내가 태국에 있다는 것이 여간 번거롭게 느껴지지 않는다. 꼭 이렇게 흥정을 해야 하는 순간이 오기 때문이다. 하지만 말도 안되는 바가지 요금을 낼 수는 없었다.
"패-ㅇ 막(너무 비싸요)!" 나는 택시기사의 바가지에 넘어가지 않았고 적절한 가격에서 흥정을 맞춘 다음에야 우리는 무사히 파티 장소까지 갈 수 있었다. 그리고 파티 장소에 도착하자마자 방금 전까지 느껴지던 피로함과 불쾌함이 순식간에 날아가는 듯 했다. '와우, 정말 태국은 동양 최고의 도시야!!' 도착하자마자 어서 파티장에 들어가고 싶은 마음뿐이었다.
"줄이 너무 길다"
"VIP줄은 어디야"
"안 보이는데?"
내가 조급해하는 이유는 나랑 스티븐은 VIP티켓을 구입했는데 일반 티켓을 구입한 사람들 이랑 같이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감히 이 파티 보이를 무시하다니! 짜증나!"
"진정해"
스티븐이 그런 나를 달래주고 있었다. 처음엔 잠시 기다리면 누군가 와서 처리해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시간이 길어지니 신경질이 나기 시작했다. 다행히 우리는 입장에 성공했고 파티장 안에 들어가자마자 눈이 희둥그레질 만큼 흥분하기 시작했다.
"거봐 안 돌아가기를 잘했지?"
"뭐야 엄청 크다."
화려한 쇼와 율동으로 관객을 유혹하는 섹시한 남자들, 그리고 무엇보다 엄청난 인파에 놀라고 말았다.
"사람들이 너무 많다"
"덥다."
"빨리 술 마시자."
"오케이"
이렇게 큰 파티는 처음이라 생각보다 압도적인 분위기를 실감하자 좀 더 만반의 준비를 하고 올 걸 그랬다는 아쉬움이 들었다.
"내일 두 번째 파티는 준비를 제대로 하자"
"그래~무슨 준비"
"당연히 의상 준비지"
"내일 아침은 쇼핑을 해야겠군."
‘오늘은 처음이라 어쩔 수 없지만, 두 번째 파티까지 이렇게 준비되지 않은 체 맞이할 수는 없지’ 나는 신나게 분위기를 즐기면서도 머릿속으로는 두 번째 날 파티를 상상하고 있었다. 그리고 다음 날,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스티븐을 데리고 쇼핑을 나갈 생각에 보채기 시작했다.
"빨리 가자~"
"이렇게 이른 시간부터 어디를 가자는 것이야~"
"시암 파라곤"
‘시암 파라곤’은 고가의 명품 브랜드들이 다양하게 입점되어 있기로 유명한 백화점이었다. 우리는 BTS(지상철)를 타고 시암역에 도착했다. 그리고 본격적인 파티를 위한 쇼핑이 시작된 것이다. "시암 파라곤~! 파티보이가 왔다" "쇼핑이다"
역시 뭐든 준비를 해야 한다!” 두 번째 날과 마지막 날의 파티는 확실히 첫 번째 날과 달랐다. 나는 첫 번째 날 제대로 놀지 못했다는 아쉬움을 보상받으려는 듯 신나게 이틀 동안 파티를 즐겼다. 세 번째 날에는 마지막 날인 만큼 나를 위한 VIP라운지도 따로 준비했다. 하지만 아무리 좋은 VIP라운지도 함께 놀 사람들이 가장 중요하다.
써킷 파티에 참석한 대부분의 사람들은 ‘베어 스타일’이나 근육질의 멋진 몸을 가진 일본인이나 대만 사람들인데 아무래도 파티 참석 입장료가 현지 물가에 비해서는 비싼 편이어서 정작 태국인들은 별로 보이지 않았다. 근육질로 멋지게 단련한 몸을 가진 남자들은 보기엔 섹시하고 매력적이지만 함께 술을 마실 수 없는 경우가 많아 내가 함께 놀고 싶은 타입은 아니었다. 몸이 망가진다는 이유로 술은 마시지 않으면서 마약을 하는 경우가 더러 있기 때문이다. 마약을 한 체 약에 취해 헤롱거리는 사람들이 어느 파티에 가든 더러 있는데 그런 모습을 보면 스티븐과 나는 절대 마약은 하지 말자고 다짐하게 된다. 기분 좋게 놀기 위해 술을 적당히 마시는 것 정도는 늘 좋아하지만 지켜야 할 자신만의 선은 필요하다. 그리고 나와 스티븐에게 그것은 마약이다.
월리를 찾아라~
‘송끄란의 밤을 즐겼다면 낮도 즐겨야지’
일정이 끝나갈 때쯤, 우리는 낮의 송끄란을 즐기기 위해 거리로 나왔다. 오늘은 스티븐과 나 이외에도 사랑스러운 일행이 함께 하기로 했다. 바로 스티븐의 아이들이다.
스티븐은 나를 만나기 전 한 번의 이혼경력이 있고, 이전 결혼을 통해 두 명의 아이들이 있다. 아들 조슈아, 딸 소피아, 두 아이는 우리의 결혼식에도 참석했었고 이번 송끄란을 함께 즐기기로 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태국 방콕에서 일정을 맞춰 스티븐 아이들을 만난 서 송끄란을 함께 즐기고 난 다음 아이들은 다시 호주로 돌아가고 우리 두 사람은 이후 다음 허니문 장소로 이동하였다.
나는 조슈아와 소피아가 참석해준 우리의 결혼식에서 스티븐이 얼마나 아이들을 사랑하고 있는지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아이들 역시 얼마나 아빠를 사랑하고, 우리의 행복을 위해 기도해주었는지 따스함을 느낄 수 있었다. 그래서 이번 허니문에 조슈아와 소피아를 초대했고, 더 즐겁게 허니문을 보낼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