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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Ismellperfumes Sep 20. 2022

정말 케케묵은 느낌이다

진부해서 죽을 거 같은 향수 마케팅 좀 그만 합시다 제발 부탁입니다

들어가며


이 글은 아마도 많은 사람들이 싫어할 종류의 글이 아닐까 해서 사실 이걸 이대로 써도 되나 라는 생각이 많이 든다. 하지만 나는 정말... 어떤 종류의 향수 마케팅에 너무나도 질리고 지쳐서 향수가 싫어질 정도의 상황에 도달해버렸다. 향수는 일단 향으로 말한다. 그러므로 제대로 된 평가를 내리기 위해서는, 그 향수를 맡아야 한다. 이 향수가 어떤 광고 캐치프레이즈나 이미지를 통해 마케팅 되는지, 어떤 연예인이 주로 쓰는지, 어떤 유명한 누가 이에 대해 뭐라고 평가했는지는 다 부차적인 것이다. 그렇지만 나는 어떤 "감성"의 광고에 너무나 신물이 나서, 맡기도 전에 마음속으로 거부감을 느끼는 지경까지 오고 말았다. 슬픈 일이다.


나는 이전에도 향수 마케팅에 대해 나름 비판적인 글을 쓴 적이 있다. 이 글인데, 여기에서 향수를 너무 성애적이거나 연애관련해서만 마케팅하는 것에 대한 내 불만을 적은 적이 있다. 어떻게 보면 이 글은 예전 글을 조금 더 날카롭고 불만에 가득찬 어조로 말하는 것의 반복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너무도 답답하기에 굳이 비슷한 논조의 글을 하나라도 더 적고 싶다.


https://brunch.co.kr/@abaded695fd0401/36



남녀가 서로에게 이끌려 성관계를 하는 게 전위적인가?


이런 말을 꺼내면 나는 늘 "한국 사회에서는-"이라는 말을 듣는다. 그러나 현재 한국 사회에서 남녀가 합의 하에 성관계를 하고, 서로 연애하고, 좋아죽겠고 이런게 정말 전위적인지 모르겠다. 한국 사회에서는 데이팅 어플이 없는가? 틴더가 한국에 진출한지도 7년이 지났다. 그 후로 데이팅 어플이 우후죽순처럼 생겨났다. 물론 "친구를 발견하는 새로운 방법, 틴더" 라는 슬로건을 내세우고 있지만, 틴더가 한국에서 친구찾기가 아니라 데이팅 어플로 작동하고 있다는 것은 너 나 우리 모두 알고 있는 사실이다. 개인적으로 이렇게 눈감고 아웅하는 것을 더 싫어하는 편이긴 한데, 그건 둘째치고 데이팅 어플은 정말 도처에 널려 있다. 특정 외모를 기존 유저들이 평가해서 가입을 허락할지 말지 허용하는 알고리즘을 가진 어플부터 시작해서 특정 학벌, 특정 계층, 특정 직업을 가진 사람들만 가입이 가능한 것까지 정말 다양하게 있다.


이 뿐인가? 야놀자를 위시하여 모텔(숙소가 아닌 기능을 하고 있다는 것 역시 우리 모두가 알고 있다)을 예약하는 어플 역시 넘쳐난다. 감성주점이나 헌팅포차는 특정 지역에 가면 온 거리가 다 그런 곳이고 들어가면 사람들이 외설적인 가사를 들으며 흥청망청 논다. 클럽? COVID-19 이후(그리고 사실, 그 와중에도) 사람들이 늘 줄서 있다. 물론 대놓고 응 나 성관계 하고 다녀라고 주변에 말하는 경우는 그리 많지 않지만, 한국인들 역시 성관계를 하고 다닌다. 이건 별로 놀라운 사실이 아니다. 조금 나이대가 올라가면 더욱 다양해진다. 나이트 부터 시작해서 산악회라던지 정말 다양한 경로로 다양하게 사람들이 서로를 만나 성관계를 한다. 이게 왜 전위적인지 나는 정말로 이해되지 않는다. 대체 해외 브랜드건 한국 브랜드건 왜 성관계를 암시하거나 은유하거나 아니면 광고 포스터에 맨살을 노출시키는 것이 "전위"적이라고 생각하는 건가?


엘사 스키아파렐리가 출시한 향수인 "쇼킹"의 경우, 1940년대 광고 포스터에 이미 여성의 나체를 그려놨다. 입생로랑 오피움 광고에 소피 달이 전라로 포즈를 취한 광고는 2000년에 나왔다. 남성의 성기를 포함한 전라 노출은 역시 입생로랑이 M7을 광고한 2002년에 이미 나왔다. 1971년에는 입생로랑 자신이 직접 스스로 브랜드에서 첫 남성향 향수를 런칭할때 누드 모델로서 활약하였다. 2007년에 톰 포드는 향수병으로 여성의 성기 주변을 아슬아슬하게 가리거나, 젖가슴 사이에 놓거나, 나체인 남성의 항문 부위만 가린 향수 광고를 냈다. 이미 다 했다. 고루하다는 말이다. 아직까지도 이러한 마케팅 방식이 향수에 유효하고 논란을 일으킬 것이라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어차피 여기는 서양이 아니라 한국이니까. 하지만 솔직히 지루하다. 차라리 트랜스젠더의 나체나 동성간 성관계를 암시하는 내용을 써라. 그러면 엄청난 양의 진짜 논란을 지어낼 수 있을 것이다. 기독교 단체 등 여러 분노한 사람들이 당신에게 전화하고 문자를 날리고 댓글달고 카페에서 자기들끼리 얘기하고 카카오톡 단톡방에서 이상한 음모론-당신의 향수 안에 베리칩이 있거나, 분자가 666모양을 가지고 있다는 내용일지도 모른다-을 퍼트릴 것이다.


이성간 성관계나 젊은 미남미녀의 노출이 논란을 자아내고, 모든 유명세는 좋은 유명세라면, 저렇게 하지 않을 이유가 없지 않는가? 나쁜 유명세도 좋은 유명세라고 해놓았으면서 또 그렇게까지하기 싫은가? 패션만 해도 이미 전세계적으로 패션모델들 중 흑인이나 동양인 등 백인 외 다른 인종을 고용하는 형태가 어느 정도 자리잡혔고, 트랜스젠더 모델을 위한 에이전시도 있으며, 심지어는 플러스 사이즈 모델, 실버(노년) 모델이라는 말까지도 있다. 향수 역시 뷰티, 즉 미용 산업이고, 비만이거나 늙었거나 밝은 색의 피부를 가진 사람들이 아닌 경우에는 모델로서 성공하기 어렵다는 것을 알고 있다. 하지만 지금까지 내가 나열한 모든 것들은 다른 "아름다움"을 파는 산업에서는 이미 하고 있는 내용이다. 개인적으로 다른 뷰티 산업보다 향수가 그나마 좀 그러한 외적인 면모에서 자유롭지 않나 생각하고 있다. 화장을 하려면 피부의 잡티를 어느 정도 정돈하거나 가려야 하고, 옷을 입으려면 내 몸 사이즈에 맞는 옷이 있어야 한다. 하지만 향수를 뿌리는 것은, 내 몸에서 심한 악취가 나지 않는다는 전제 하에, 외모와 상관 없이 할 수 있지 않는가? 그러면 비만인 모델, 백인이 아닌 다른 인종의 모델, 나이든 모델, 트랜스젠더 모델, 기타 등등을 자유로이 사용할 수 있다. 그럼에도 왜 그렇게 하지 않는 것인가?


여기까지 내가 쓴 모든 내용은 아직은 성관계나 매력이나 연애와 관련되어 있다. 향수는 내가 쓴 다른 글에서처럼, 적어도 한국에서는, 성적 매력이나 누군가를 유혹하는 비밀의 아이템처럼 생각되곤 한다. 나는 지금 캠프파이어에서 갓 꺼낸 장작 한 토막 같은 향이 나는 향수를 뿌리고 있음에도 말이다. 방화광이 아니라면 지금 내 몸에서 나는 냄새에 이끌릴 사람은 없을 것이다. 아예 성관계, 유혹, 연애, 사랑을 탈피해 보는 것은 어떤가. 예전에도 말했지만, 향수는 이국적인 환경이나 고급스럽고 사치스러우며 비밀스럽고 배타적인 이미지를 주로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물론 르 라보나 에따 리브르 도랑쥬처럼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으나, 이 경우에는 "힙"한 느낌을 차용한다.


정말로, 전위적으로, 사회에 논란거리를 던지고 악동 이미지를 생성한 다음 예측 불가한 브랜드처럼 보이고 싶은가? <도태남의 눈물>, <익명의 알코올중독자들>, 아니면 <노숙자 쉼터>는 어떤가? 한국에서 소위 말하는 여성인권에 대한 담론이 핫하기 때문에 첫번째의 경우 대부분의 102030대들이 들고 일어나서 자신의 생각을 털어놓으며 당신의 브랜드에 대해 어느 쪽은 이렇다, 다른 쪽은 저렇다라고 한 마디씩, 어쩔 때는 한 마디가 아니라 워드 파일로 치환해도 10페이지가 넘는 글을 써가며 당신의 향수는 그야말로 논란의 중심부로 자리잡게 될 것이다. 이 글에서 이런 제의를 했다고 나 역시 어딘가에서 뭐라고 지탄받을 수도 있다. 그런데 진짜로 저렇게 내면 얼마나 더 핫하겠는가. <익명의 알코올중독자들>이나 <노숙자 쉼터>는 더욱 논란거리가 될 것이다. 전자의 경우 요새 바이 킬리안 등에서 술에서 영감을 받거나 술에서 나는 향을 직접 향수에 집어넣기도 하는데 그러한 새로운 구어망드 계열의 트렌드에 맞추면서도 동시에 시니컬한 힙스터적인 면모를 보이면서 또한 순이익의 몇%를 실제 알콜중독자 치료 센터에 기부한다고 해봐라. 어떻게 회자되지 않을 수 있겠는가. <노숙자 쉼터>는 예전에 내가 밑의 글에서 지적했듯이 향수 마케팅은 늘 엘리트적이고 그것도 대대손손 부유했던 사람들의 모습에 대한 환상을 파는 경우가 많은데, 그것에 정면으로 도전장을 내놓는 셈이다. 이 역시 순이익의 몇%, 혹은 전체를 실제 노숙자 쉼터에 기부한다고 하면 더욱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릴 것이다.


https://brunch.co.kr/@abaded695fd0401/35


나는 이런 일들이 벌어지지 않으리라는 것을 알고 있다. 그러면 너가 해보라는 말이 나올 것 같은데, 나는 내가 좋은 향수를 만들 것이라는 생각을 전혀 안 한다. 나는 어디까지나 향수를 리뷰하는 사람이지, 만드는 사람이 아니다. 협업을 해도 나는 성격상 나쁜 말을 정말 못 하기 때문에 긍정적인 칭찬만 하다 끝날 사람이다. 내 성격이 그렇다. 지금 이 글에서 불만을 열심히 토로하고 냉소적인 말투를 견지하는 것이 내 부정적 감정 표출의 마지노선이다. 사실 이것 역시 굉장히 주저하다 쓰게 되었다. 아마도 내가 여기에서 이렇게까지 짜증을 내며 쓴다고 해도 바뀌는 것은 없을 것이다. 사람들은 계속 전위적이고 발칙하고 이 정도면 큰 시도라고 스스로의 등을 두드리며 비슷비슷한, 이성간 성애에 대한 글이나 이미지, 영상생산해낼 것이다.



끝맺으며


늘 항상 이 말을 하고 싶어 입이 근질근질하다

그냥 남녀 상열지사가 전위적이라고 비춰지는 것이 너무 갑갑하고 지루했다. 정말 논란을 일으키기 위해서는 여러가지 다른 것을 할 수 있는데, 굳이 나체나, 나체까지 가지도 못한 "므흣한 분위기"의 연출, 혹은 그런 캐치프레이즈 몇 개 가지고 마치 사회에 큰 파장을 일으켰다는 것처럼 구는게 지루하고, 재미가 없다. 너무 진부해서 하품이 날 정도다. 그런데 사실 더 화가 나는 것은 그 자화자찬적 태도였던 것 같다. 늘 비슷한 내용을 써 놓고 이 정도면 우리는 큰일을 했다고 환호하며 힙하다고 하는 것에 신물이 난다. 긍정적인 마음을 표현하려 노력한 공간에 들어와서 실컷 불쾌감만 표출한 것 같으니 이만 줄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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