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에서 앞으로의 여정

3월 15일

by 한우주

기차의 역방향 좌석은 순방향보다 가격이 조금 더 싸다. 뭐 그런 이유로 선택했다지만 사실 멀미도 잘하지 않는 편이니까 큰 고민이 없다. 습관대로 창밖에 시선을 둔다. 풍경이 느릿하게 한눈에 들어온다. 바로 앉았을 때 보던 휘릭 하고 지나가는 장면과는 달리 슬로모션 같달까. 순방향 자리에서 창밖 풍경을 보려면 빠른 속도에 놓칠세라 눈은 물론 얼굴까지 움직이며 보게 되는데, 뒤에서 앞으로 오는 풍경은 다가올 정경과 자연스럽게 이어지며 지나간 모습까지 한 번에 볼 수 있다. 반추의 과정이 이와 같으려나.

물론 바로 가는 방향에서도 창밖 멀리에 시선을 두고 보면 지나가는 순간을 슬며시 볼 수 있기는 하다. 그러나 그 찰나를 잡아 보려고 한다면 다시 눈은 양옆, 위아래로 바빠지고 이내 어지러워져 결국 이도 저도 아닌 풍경을 보게 된다.

거꾸로 가는 기차에 앉아 아마도 멈추지도 않고 달려가는 삶이, 계속해서 정진하며 천천히 먼 곳을 바라보거나 때때로 뒤돌아 충실한 쌓임을 지켜봐야 하는 것인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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